▲ 중계방송사들이 박찬호ㆍ추신수 등 해외파 선수들의 부상으로 시청률이 추락하자 한숨을 내쉬고 있다. |
미메이저리그 중계를 담당하는 OBS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OBS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미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따냈다. 2000년 iTV 당시 박찬호 중계로 달마다 50억 원씩 광고수입을 올렸던 OBS는 추신수의 맹활약으로 11년 전의 대박을 재현하려 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광고수주는 지지부진하고, 시청률은 웬만한 고교야구대회보다 떨어진다.
어째서 국외 프로야구 중계방송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일까. 방송 관계자의 ‘대지진’ 운운은 무슨 뜻이었을까. 대지진은 해외파 선수들의 갑작스러운 부상을 뜻한다.
SBS CNBC는 박찬호와 이승엽의 오릭스 입단이 결정 나자 발 빠르게 오릭스의 144경기 가운데 124경기의 국내 중계권을 따냈다. 70억 원에 가까운 중계권료에 10억 원 이상의 위성수신료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22일 박찬호가 7이닝 무실점으로 일본 무대 첫 승을 거둘 때만 해도 SBS CNBC는 대박을 예상했다. 시청률이 무려 1.1%나 나왔기 때문이다. 국내 프로야구에 버금가는 시청률이었다.
하지만, 박찬호와 이승엽이 성적부진으로 2군에 내려가자 일본 프로야구 평균 시청률은 0.3%로 급감했다. 박찬호의 햄스트링 부상 소식이 알려진 최근엔 시청률이 더 떨어졌다. SBS CNBC 관계자는 “말하기도 창피한 시청률”이라며 자세한 공개를 꺼렸다. 그러나 <일요신문>의 취재 결과 평균 시청률은 0.104% 이하까지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0.1%는 웬만한 프로야구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시청률이다.
미 메이저리그 중계는 사정이 더 딱하다. 애초 OBS는 메이저리그 간판 외야수로 떠오른 추신수가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경기 시간이 한국 시간 오전이어서 프로야구 중계와 겹치지 않기에 0.5% 이상의 고정 시청률을 자신했다.
시즌 초만 해도 예상이 들어맞는가 싶었다. 그러나 추신수가 왼손 엄지 골절로 부상자명단에 오르면서 모든 기대가 수포로 돌아갈 처지에 놓였다. 최근 미 메이저리그 중계 시청률이 0.1% 이하까지 떨어졌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시청률 자료에는 0.063%까지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국외 프로야구 중계를 일찌감치 포기했던 방송사들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지난해 XTM을 통해 지바롯데 홈경기를 중계했던 CJ미디어가 대표적이다. CJ미디어는 올해 지바롯데의 중계권 획득을 포기했다. 중계권료가 1억 엔(약 13억 원) 수준으로 다른 국외 스포츠 중계권료보다 낮은 편이지만, 시청률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자 과감히 발을 뺐다. 당시 사내에선 “너무 일찍 지바롯데 중계권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자성론이 나왔다.
그러나 김태균이 시즌 내내 부진하다가 돌연 허리부상을 이유로 귀국하자 내부에선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목소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국외파 선수들의 부상이 없었어도 일본 프로야구와 미 메이저리그 시청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하고서 “부상 선수를 탓할 것 없이 객관적인 시장 분석 없이 ‘묻지마 계약’으로 일관한 방송사의 무능을 탓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