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금융복합기업 미지정에 은행업계 역차별 주장…케이큐브홀딩스는 ‘금산분리’ 위반 논란
#은행업계, 비금융사 인수 규제 완화 주장
카카오그룹 금융형제의 영향력은 나날이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는 올해 8월과 11월에 각각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상장에 성공했다. 12월 16일 기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시가총액은 각각 29조 9825억 원, 24조 3256억 원에 달한다. 카카오 금융형제의 합산 시가총액이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합산 시가총액을 앞지른 적도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27.26%)와 카카오페이(47.28%)의 최대주주로서 금융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비약적으로 기업 규모를 키운 것을 두고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8년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반 기업의 지분 소유 제한을 10%에서 34%까지 늘리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통과시켰다. 덕분에 카카오는 은행업을 영위하게 됐다.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과 인바이유를 인수하면서 증권, 보험업까지 모두 진출한 상황이다.
은행업계는 역차별을 주장한다. 은행과 빅테크의 공정 경쟁을 위해 은행의 비금융 자회사 인수·설립 규제 완화를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은행업계의 주장이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포커스에 실린 ‘국내 금융지주 그룹의 비금융플랫폼 허용 필요성’에서 “카카오는 국내 금융지주와 유사한 지배구조에도 비금융 사업을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지만, 금융지주그룹은 금융 및 금융 관련 업종만 제한적으로 가능해 규제의 형평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은행·증권·보험업까지 영위한 카카오그룹은 금융복합기업으로 지정되지도 않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자산총액은 35조 5095억 원에 달하지만, 나머지 금융회사의 자산총액이 5조 원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페이증권의 자산총액은 각각 8000억 원, 5000억 원 수준이다. 금융복합기업집단이란 여수신업‧금융투자업‧보험업 중 2개 이상의 금융업을 영위하는 기업집단 중 국내 금융회사의 자산 합계가 5조 원 이상이면 지정된다. 다만 비주력 금융업종 자산 합계가 5조 원 미만이면 지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와 관련, 지난 12월 16일 금융연구원의 이순호 박사는 ‘빅테크 금융진출의 리스크 요인 점검’ 토론회에서 “빅테크 그룹에서 비롯되는 금융시스템 리스크 차단을 위해 복합금융그룹 지정을 검토해야 한다”며 “미국, EU, 영국 등 주요국에서 빅테크와 플랫폼에 대한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에 합리적인 인허가 체계에 기반한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 적용으로 규제 형평성을 확보하고, 독과점 지위 남용 등 시장질서 교란 행위 발생 가능성을 사전적으로 차단함으로써 효과적인 경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금산분리 규제 위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공정위는 케이큐브홀딩스가 금융업을 영위하면서 카카오 대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한 점이 금산분리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카카오는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됐고, 이후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에 대한 의결권을 28건 행사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김범수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다. 카카오의 주요 주주는 김범수 의장(13.30%)과 케이큐브홀딩스(10.59%)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은 올해 국정감사장에 세 차례나 출석해 고개를 숙였다. 이후 케이큐브홀딩스 정관에서 금융업과 투자업을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금융사인 케이큐브홀딩스가 비금융사인 카카오를 지배한 것이 사실로 판정되면 처벌을 피하긴 어렵다. 공정거래법에는 금산분리 위반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점검하는 금융당국
금융당국은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을 강조하면서 업권 간 ‘기울어진 운동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12월 15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금융플랫폼 간담회’에 참석해 “(금융의) 종합 플랫폼화 과정에서 동일기능·동일규제 적용 문제와 소비자 보호 및 데이터 독점 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며 “빅테크·금융회사 등 대형 금융 플랫폼의 락인 효과도 커지고 있다. 데이터 독점·편향적 서비스에 대해서는 영업행위 규제를 통해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말했다. 락인 효과란 기존 플랫폼 이용자가 다른 플랫폼으로 이전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어 12월 16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손해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해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에 대응해 영업방식·판매상품 제한, 금지행위에 대해 ‘동일 기능·동일 규제’ 규율 체계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11월 생명보험회사 CEO 간담회에서도 “소비자 피해와 공정 경쟁 우려가 없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미 금융감독원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의 간편결제 수수료와 결제대행(PG) 수수료의 원가를 분석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이 플랫폼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3년마다 적격비용을 확인해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을 결정해왔지만, 현재 빅테크는 이 같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
대출 규제로 인해 향후 성장 가능성에도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지난 11월 교보증권은 카카오뱅크의 주택담보대출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며 투자의견을 ‘보유(Hold)’로 하향했다. 카카오뱅크 이익의 96%가 가계대출에서 나온다.
이와 관련, 카카오 관계자는 “별도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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