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제기 수출 희소식에도 수리온 헬기 사고 여파 여전…오너십 없는 KAI 민영화·대형화 목소리도
이 때문인지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디펜스, 한화시스템의 모회사)의 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LIG넥스원의 주가는 2020년 12월 2만 원대 수준이었지만 지난 11월 한때 7만 2900원까지 치솟았고, 현재도 6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도 2020년 말 2만 원대에서 현재 4만 원대로 올라있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과 함께 방산 ‘빅3’로 분류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KAI의 주가는 지난 2월 4만 1000원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2만~3만 원을 맴돌고 있다.
#4년 만에 완제기 수출 성과 이뤘지만
KAI에게 희소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KAI는 지난 8월 T-50을 인도네시아에 6기, 태국에 2기 공급한다고 밝혔다. T-50은 2004년 양산을 시작한 한국 최초 초음속 비행기로 당시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방산비리 사태 등의 후폭풍으로 2017년 7월 태국과의 계약을 마지막으로 T-50 수출이 끊겼다. 방산업계에서는 4년 만에 T-50 수출이 재개된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고 있다. KAI는 말레이시아, 세네갈, 콜롬비아 등과도 T-50 수출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T-50 수출만으로 KAI의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최광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월 말 “완제기(T-50) 수출이 재개됐지만 (목표 달성률은) 31%로 느리다”며 “말레이시아 1조 원 규모 계약의 윤곽은 연말에 드러나겠지만 수주 인식은 2022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했다.
지난 7월 경기도 포천시에서 발생한 육군 헬기 메디온 추락 사건은 KAI의 악재로 거론된다. 이 사건은 조종사 과실로 결론 났지만 2012년 이후 여섯 차례나 수리온 기반 헬기에서 사고가 발생해 KAI에게 부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메디온은 수리온을 응급환자 후송 전담용으로 개발한 의무후송전용헬기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방산비리 논란 속에 엔진 결함 등 여러 이슈가 지나치게 과대 해석돼 보도된 것이 아직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 이후 작은 결함만 발견돼도 모든 것이 중단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KAI의 알짜 사업으로 꼽히는 기체부품 사업은 최근 좋은 실적을 거뒀다. KAI의 올해 3분기 기체부품 사업 매출은 142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2022년이 돼야 기체부품 사업이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KAI 측도 일시적일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권교체기마다 방산비리로 신음
KAI가 경쟁사들에 비하면 소위 대박을 터뜨리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KAI도 최근 말레이시아 전투기 교체 사업에 참여하는 등 입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대 16조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는 미국 고등전술훈련기(ATT) 획득 사업, 8조 원에 달하는 미국 해군 고등훈련기 교체사업(UJTS) 등도 호재로 지목된다. 하지만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KAI는 2018년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 당시에도 수주 기대감이 높았지만 결과적으로 탈락했던 전례가 있다. 이와 관련, KAI 측은 ATT의 경우 미국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맺어 참여할 예정이지만 UJTS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KAI를 민영화해 국내 방산기업을 대형화하는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KAI는 오너십이 없어 빠른 의사 결정이 나오지 않고, 정치권의 입김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방산 부문에 대해서도 최저가 입찰을 유도한다. 고만고만한 수십 개 기업이 작은 내수 시장을 놓고 입찰에 참여하니 정부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이에 차라리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방산 업체를 대형화해서 정부와 일대일로 맞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는 것이다. 국내 방산기업의 글로벌 순위는 50~100위권 수준이다.
KAI가 2018년 APT 수주에 실패한 것도 가격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KAI는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맺어 APT 입찰에 참여했다. 방산업계에서는 KAI가 민간기업이었다면 마진을 최대한 낮추고서라도 미국 시장을 개척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김조원 전 KAI 사장은 2017년 말 기자간담회에서 “록히드마틴이 계속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며 “원가 이하로 가게 되면 내가 배임으로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방산 수주는 장기로 봐야 하는데 KAI는 정권 교체기마다 시끌시끌하다”며 “큰 그림을 내다보고 전략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2022년에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면 수주 마케팅 활동이 늘어나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AI 측도 “2022년에는 수주 확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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