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에 반발한 소액주주 비대위원장과 소송전…사측 “개인 대상일 뿐”
박셀바이오는 지난해 9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항암면역치료제 전문기업이다. 선천면역·수지상세포·적응면역 등 체내 면역체계 전반을 아우르는 파이프라인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간암 치료제인 ‘Vax-NK’는 현재 임상2a상이 진행 중이라 주식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또 반려견 항암면역치료제 ‘박스루킨-15’는 상장 이전인 2018년 1월에 검역당국인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승인을 받아 임상시험을 진행한 혁신 신약이다. 이 때문에 해외 기술 이전 등을 통해 가장 먼저 박셀바이오의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박셀바이오는 수요예측 당시 공모가가 3만 원으로 책정됐으나 상장 이후 1만 원대로 떨어지면서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Vax-NK’가 간암 환자 11명 중 4명에게서 완전관해(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를 보이는 임상1상 결과가 나타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같은 달 ‘박스루킨-15’에 대해서 검역당국에 품목허가 서류를 제출하고, 1 대 1 비율의 무상증자 소식까지 겹치면서 주가는 올해 1월 26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다만 주가는 차익 실현 등으로 인해 서서히 내려가면서 10만 원선을 유지하다 지난 3월 검역당국으로부터 ‘박스루킨-15’ 품목허가에 대한 보완 요청을 받은 이후로 연일 곤두박질쳤다.
그런데 지난 15일 박셀바이오는 ‘박스루킨-15’의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9월 검역당국에 보완 서류를 제출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앞서 2018년 1월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으나 기술검토 결과 통계적 유의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같은 날 박셀바이오는 또 백신사업부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항암백신을 비롯해 코로나19 등 감염병으로 인한 팬데믹(Pandemic·대유행)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 개발 연구를 본격화한다는 것이다. 각자대표체제에서 이준행 대표가 백신사업부를 이끌고 이제중 대표가 임상·세포치료 분야를 전담해 시너지를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박스루킨-15’의 품목허가 철회라는 악재와 코로나19 등 감염병 백신 개발 본격화라는 소식이 동시에 전해지면서 주식시장에서 혼란이 가중됐다. 박셀바이오 주가는 지난 16일 5만 600원에 마감하면서 전일 대비 26.77% 폭락했다. 이후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 4만 원대 중반에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소액주주 사이에서는 "그동안 공들인 치료제 개발의 성과가 나지 않았는데 새로운 사업을 결의하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품목허가 자진 철회에 대해서는 일부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임상1상에서는 안전성 확인이 이뤄지고, 이후에는 용법·용량 결정을 위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는 것이 신약 개발의 핵심”이라며 “그 부분이 기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인데, 검역본부로부터 철퇴당하는 것보다 심기일전한 뒤에 다시 도전하는 모습이 주가 방어에도 더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상장하면서 동원한 자금력만으로는 백신 개발에 한계를 느낄 가능성이 크다”며 “유상증자를 통해 회사 규모를 키워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셀바이오 관계자는 “품목허가 신청 철회를 결정한 즉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임상 의사, 통계 전문가 등과 논의를 시작했고, 주사제가 준비되는 내년 1월 중순부터 추가 임상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개선된 박스루킨-15에 대한 연구개발을 이미 끝냈고, 다른 반려동물까지 적응증을 확장할 수 있도록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기존에 투자를 통해 유치한 자금이나 상장시 조달한 것으로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어느 정도 있는 상태”라며 “유상증자에 대해 지금 당장은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지만, 추후에 필요한 상황이 되면 주주분들이나 이해관계자에게 손해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곧바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셀바이오 주주들은 주가 폭락과 회사의 대응에 반발하면서 지난 10월 비대위를 구성해 단체행동에 나섰다. 사측이 주가 상황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는데, 소액주주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경영진과 만남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또 경영진에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대표소송권’을 발동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박셀바이오 지분 1%를 넘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박셀바이오 서울사무소에 직접 방문해 요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박셀바이오는 소통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제는 박셀바이오가 소액주주 비대위원장으로 있는 이 아무개 씨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씨가 박셀바이오의 온라인 ‘종목토론방(종토방)’에서 1500건 이상의 게시글을 통해 경영진이 공매도 세력과 합세해 주가 하락의 이익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사측은 지난 11월 이 씨에게 게시글 삭제와 사과, 행위의 중단 등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를 두고 소액주주 사이에서는 “수억 원을 투자한 주주에게 법적 대응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문제제기를 못하도록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소액주주 비대위는 내용증명 발송 후 회사의 요청사항을 모두 수용했음에도 고소가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비대위 관계자는 “위원장이 상식선을 넘는 언행을 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사과를 하고 게시글을 다 삭제한 상태”라며 “회사도 주주에게 잘못한 것이 있기 때문에 서로 원만하게 넘어가면 될 텐데 고소를 취하하지 않고 있다.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주주들이 주가 폭락으로 빈털터리가 되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라고 질타했다.
앞의 박셀바이오 관계자는 “소송은 소액주주 비대위와 무관하게 개인을 상대로 한 것”이라며 “1500개가 넘는 게시글로 대표자나 임직원을 단순 비방하는 것을 넘어서 공매도와 결탁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렸기 때문에 고소를 진행했다”고 답했다. 고소 취하와 관련해서는 “법무팀에서 담당하고 있어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서도 “공식적으로 사과문 게재를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고, 게시글 이외의 방법으로 알리고 다니는 부분이 있어서 고소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욱 기자 nmds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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