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부, 강경파들 귀환에 불안한 시선…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두고도 뒷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구원 등판했다. 12월 17일 미국에서 귀국한 박영선 전 장관은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산하 ‘디지털 혁신 대전환위원회’ 위원장으로 합류했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지 8개월 만이다.
애초 박 전 장관은 2022년 1월까지 미국에 체류할 예정이었지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여권 고위층의 구애 끝에 조기 귀국 길에 올랐다.
‘박영선 효과’를 둘러싼 당 내부 전망은 엇갈린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에 이어 박 전 장관까지 합류, 여권 내 ‘센 입’은 모두 귀환했다. 친조국을 외치는 김남국 민주당 의원과 친여 성향 유튜브 ‘열린공감TV’ 등도 강경 스피커로 꼽힌다.
여권에선 이들 ‘강경파’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당 한 관계자는 “과하면 역풍”이라고 했다. 여권 센 입들의 딜레마는 ‘이재명 아들’과 ‘윤석열 부인’ 의혹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야권이 ‘김건희 물타기용’으로 이 후보 아들 도박설을 제기했다는 게 대표적이다. ‘열린공감TV’는 공작 배후자로 윤 후보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주진우 변호사를 콕 집었다. 민주당은 논란이 일자 소속 의원들에게 “공작설 언급을 자제해 달라”고 함구령을 내렸다(관련기사 가만있는 게 돕는 건데…이재명·윤석열 캠프 ‘X맨 주의보’ 내막).
서울시장 보궐선거 낙선 후 박 전 장관은 정책통 행보에 치중했다. 지난 9월부터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고문을 맡았던 그는 체류 기간에도 “반도체를 통한 한미 동맹 새 업그레이드 필요”, “기술혁명 대전환이 최우선 과제” 등의 발언을 통해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한 관계자는 “공천을 위한 전략적 메시지가 아니냐”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차기 서울시장과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보궐선거 후보자로 거론된다. 박 전 장관의 선대위 역할이 커질수록 여권의 최적 공천 조합을 찾기는 어려워진다. 박 전 장관으로 공천 카드가 수렴될 수밖에 없어서다.
박 전 장관이 선대위 중책을 맡으면서 이 후보 정책 등에 박영선 색채가 짙게 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여권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애초 이 후보 슬로건이었던 ‘대한민국 대전환, 이재명은 합니다’는 박 전 장관의 ‘서울시 대전환, 박영선은 합니다’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이재명이 합니다’로 수정했다. 이 후보 1호 공약인 ‘디지털 대전환’도 박 전 장관 공약과 판박이다. 선대위 일부 인사들은 “선거에서 한번 패했던 슬로건과 공약”이라며 수정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의 갈지자 행보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전 장관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운동이 한창인 지난 1월 24일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라며 친문(친문재인) 마케팅을 했다. 그날은 문 대통령의 69번째 생일이었다. 하지만 비주류인 이재명 대선 후보가 본선에 진출하자, 돌연 문재인 정부와 선 긋기에 나섰다. 박 전 장관은 귀국 후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해 “방향 맞았지만 너무 급진적”이라고 했다.
윤지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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