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주 대행업체 홈페이지 첫 화면. |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대신 저주해드립니다.’
일본의 저주 대행업체의 사이트 첫 화면에 써진 자극적 문구다. 피 흘리는 인형, 불길에 휩싸인 해골 등 등골이 오싹해지는 사진이 가득하다. 업체 이름도 저주 대행 영업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우라미(원한)’, ‘노로이(저주)’, ‘노로이고로스’(주살) 등이다.
저주 대행업이 성업 중인 이유는 자신이 저주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이 고발할 경우에만 협박죄로 처벌이 가능하단 점 이외에 딱히 현행법상 처벌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존의 점집 등도 잇따라 저주 대행업에 뛰어들면서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업계에서는 “자연계에는 잘못된 일을 행한 이가 언젠가 결국 벌을 받는 인과응보의 카르마(Karma) 법칙이 있다. 개인이 혼자 저주를 하다가 도리어 해를 입는 수가 있으니 전문가인 업체가 전담해야 마땅하다”는 식으로 홍보한다. 또 부정적인 감정을 업체가 받아서 처리하는 만큼 고객은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선전한다.
대행방식은 고객이 자신과 저주대상의 이름, 생년월일 및 생시, 관계 등과 함께 저주할 사항을 적어 이메일을 보내면 업체 측에서 그 내용을 보고 가격을 통보하는 식이다. 선불로 소위 ‘대행비’를 지급하면 업체는 ‘저주 대행’에 나선다.
대행 가격은 업체마다 천차만별인데 어느 업체건 ‘사망’ 저주가 단연 최고가다. 저주 의식을 일주일간 대행하는 경우 약 50만 엔(약 650만 원)에 이른다. 저주 대상이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저주를 하겠노라고 장담하는 업체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다. 이에 비하면 다리를 다치는 등의 가벼운 사고나 아파 몸져누웠다 회복하는 정도는 1만~2만 엔(약 13만~26만원)이다. 저주 대상이 미워하는 이의 가족이나 배우자, 애인 등일 경우는 더러 가격이 비싸지기도 한다.
저주술로는 주문을 외우고 주문을 적어둔 부적 만들기, 고대 중국의 방술인 음양도에서 유래된 애벌구이를 한 흙 단지에 저주를 걸어 저주 대상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 묻어두는 방법 등이다. 제일 흔한 방식은 지푸라기 인형을 만들어 찌르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에서 전래돼 일본의 고대 헤이안 시대부터 쓰이고 있다. 저주하는 대상과 동일시하는 지푸라기 인형을 영험하다는 산이나 민간신앙의 근거지인 신사에 있는 고목에 묶고 여기저기를 찌르는 방식이다. 새벽 한 시부터 세 시까지의 축(丑)시경 행하면 가장 좋다고 해 일명 ‘축시행(丑時行)’이라 불리기도 한다. 보름달이 뜨는 날에는 더 효험이 있단 속설 때문에 대행업체는 오봉(일본의 추석) 무렵에 ‘축시행’을 하느라 바쁜 업계특수를 누린다.
나름대로 지켜야 할 관례도 있다. 흰 옷을 입고 하얀 분을 바른 얼굴에 입술을 진하게 칠하는 등 화장을 한 채로 가슴에 거울과 인형을 안고 간다. 인형 크기는 크든 작든 별 상관이 없는데, 지푸라기 속에는 반드시 저주할 대상의 머리카락이나 손톱, 소지품, 사진 등을 넣어야 한다. 아무 것도 없을 때는 이름과 생일이 적힌 종이라도 넣는다. 찌르는 도구의 길이도 중요한데, 다섯 치(15.15㎝)의 못이 좋다. 일설에 따르면 고대에 가장 긴 못이 다섯 치였는데, 이는 저주가 그만큼 깊고 강력하다는 점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대행업체 등에서는 이렇게 저주술을 하는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 저주대행이 끝나면 녹화 테이프나 CD를 보내주기도 한다.
이런 저주 대행업체가 활개를 친다는 소식이 보도되자 일본 네티즌들은 ‘오죽 울분이 안 풀리면 그럴까 이해도 가지만 저주하는 사람 마음이 더 잔혹한 것 같다’, ‘미운 사람이 진짜 죽어버리면 얼마나 황당하겠느냐’는 반응이다.
심리학자들은 “저주를 당한 이가 갑자기 쓰러지는 등 언뜻 저주가 실제로 현실로 일어난 것처럼 보이더라도 이는 실제 저주 효력이라기보다 저주대상이 된 이가 (자신이) 저주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받는 충격 때문”이라고 한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독재자 수하르토 숨 오락가락 이유도…
실상 동서양을 막론하고 주술 세계에서 저주는 금기시 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약자를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권력자나 범죄자에게 쓰는 저주는 어떨까? 중세시대 핍박 속에서 면면히 살아남아 명맥을 잇고 있는 서양의 마녀들은 근대 이후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난 강간연쇄살해범에게 저주를 걸고 있다는 설이 있다. 오밤중에 원을 그리고 원 안에 들어가 악령을 불러내고 주문을 외워 악명 높은 연쇄살해범에게 저주를 걸고 있다고.
무려 32년간에 이르는 철권통치로 부정축재는 물론 국민 100만 명을 사망케 한 인도네시아의 독재자 수하르토 전 대통령. 지난 2008년 87세로 사망하기 전 지지자 측 마법사의 축복과 반대자 측 마법사의 저주가 반복돼 용태가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고 한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법사 키 겐뎅 파문카스 씨는 “내가 바로 저주를 걸었다”며 “독재시절 저주를 걸어달라는 편지를 3000여 통이나 받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일본에서는 1960~70년대 이타이이타이병, 미나마타병 등의 원인인 폐수를 강으로 흘려보낸 해당 기업들이 책임을 회피하자, ‘공해기업 주살단’이란 주술사 조직이 생겨났다. 이 주살단에는 승려도 포함되어 있어 당시 일본 불교계에 일대 파란이 일었다고 한다. [조]
준비물 거울(자기 방문에 걸거나 붙일 수 있는 사이즈로, 자신을 저주한 이가 누구인지 확실히 알았을 때 효과가 크다)
준비과정
● 자신의 방문 안쪽에 거울을 걸어둔다. 평상시와 달리 거울 면은 얼굴이 비치는 앞면을 방문에 붙이도록 한다. 테이프 등을 사용해 붙여도 되나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 자정 12시 정각까지 자지 않고 기다린다. 자정이 되기 전 집 안 불은 모두 끈다.
● 방문에 붙은 거울에 오른 손을 올려놓고 “저주여, 사라져라”를 세 번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