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홀딩스 지분 33.48%로 견제구? 끊임없이 흔들기 나서지만 뒤집힐 가능성은 ‘제로’
롯데지주는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보유했던 당사 지분을 전량 매각해 288억 원을 확보했다고 2021년 12월 16일 공시했다. 이로써 신 회장의 롯데지주의 지분율은 0.94%에서 ‘0%’로 줄어들었다. 12월 초에도 롯데쇼핑과 롯데칠성 주식을 각각 19만 9563주(지분율 0.71%), 2만 6020주(0.33%) 전량 매각하며 200억 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했다.
지분 매각 이유로는 부친 별세한 후 물려받은 유산에 대한 상속세 재원 마련 목적이라는 해석이 많다. 앞서 신동주 회장은 부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한 뒤인 2020년 7월 신동빈 롯데 회장과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등과 함께 아버지가 보유했던 계열사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쇼핑 △롯데지주 △롯데홀딩스 등의 주식을 상속받았다.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의 경우, 신동주 회장의 지분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광윤사와 상속분 등을 합해 의결권 기준 33.31%에서 33.48%로 늘어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사회 특별결의 사안에는 의결권 3분의 2 이상이 필요한데, 부친 지분 상속에 따라 소량의 지분을 획득해 신동주 회장 측이 3분의 1 이상을 확보했다. 합병과 관련된 주식변경, 이사회 내 임원 해임 등 특별결의 사안에 포함된 의결을 진행할 경우 신동주 회장이 거부권을 행사해 신동빈 회장을 견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영권 분쟁 불씨 살아있나
일각에서는 롯데가 복잡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지분 상속에 의미를 부여한다. 롯데그룹은 일본 (주)롯데의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가 한국 롯데의 핵심 축인 호텔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의 지분 11%를 보유했고, 롯데쇼핑(8.86%), 롯데물산(32.83%), 롯데알미늄(38.23%) 등 핵심 계열사 지분도 갖고 있다.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광윤사(지분율 28.1%)인데, 신동주 회장이 광윤사의 지분 50%+1주를 가진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 불씨가 남아있다는 해석이다.
신동주 회장이 롯데 경영권 찬탈 시도를 멈추지 않는 점은 이 시나리오를 뒷받침한다. 그는 2021년 8월부터 9월까지 일본 웹사이트 ‘롯데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에 신동빈 회장을 비판하는 글 7편을 게재했다. 롯데의 실적 악화를 이유로 신동빈 회장의 경영 능력이 부족하다는 주장과 함께 같은 해 6월 열린 주총에 직접 나오지 않고 온라인으로 참여한 점 등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영권 복귀 시도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2015년 1월 롯데홀딩스에서 해임된 뒤 본인 이사 선임의 건, 범죄 사실이 입증된 자의 이사직을 금하는 정관 변경 안건 등을 담은 주주 제안서를 매년 내왔다. 2021년 4월에도 제출했지만 6월 일본에서 진행된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모두 부결됐다. 이밖에 SDJ코퍼레이션이 2017년 500억 원을 주고 매입한 블랙스톤에듀팜 리조트를 2021년 610억 원에 매각하고, 신동주 회장이 2021년 초 법인과 개인 명의로 한남더힐을 각 1채씩 매입한 뒤 SDJ 사무실을 이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응해 신동빈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한국 호텔롯데와 일본 (주)롯데의 기업공개(IPO·상장)를 추진 중이다. (주)롯데는 2018년 제과회사인 일본 롯데가 판매 유통사인 일본 롯데상사, 빙과업체 롯데아이스를 흡수 합병해 설립한 회사로, 호텔롯데와 마찬가지로 롯데홀딩스의 지배를 받고 있다. 호텔롯데와 (주)롯데가 IPO에 성공하면 신동빈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지주를 호텔롯데와 합병하는 등의 방식으로 일본 롯데홀딩스와의 관계를 끊어낼 수 있다.
#"신동주 회장의 역할은 끝났다"
재계에서는 신동주 회장의 끝없는 시도가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을 흔들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미 경영권과 임직원의 신뢰도를 모두 잃었다는 평가다. 신동주 회장은 ‘프로젝트L’과 ‘폴리카 사업’ 등을 주도하며 롯데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고 그룹을 해체 위기에 빠뜨리려 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프로젝트L은 신동주 회장이 전 산업은행장인 민유성 나무코프 회장과 지난 2015년 경영자문 계약을 맺고 진행한 건으로, △2015년 롯데면세점 영업특허 취득 방해 △2016년 호텔롯데 상장 무산 △국적 논란 프레임 만들기 △검찰 자료 제공을 통한 신동빈 회장 구속 등 해사 행위가 담겼다.
프로젝트L은 2016년 롯데가 월드타워 면세점 사업자로 재선정되고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도 승리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성과가 없자 신동주 회장은 2017년 민유성 회장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민 회장은 2018년 1월 신동주 전 부회장을 상대로 자문료를 요구하는 용역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신동주 회장은 재판에서 이겼으나 송사 과정에서 여론이 크게 악화하며 임직원의 신뢰를 잃었다.
신동주 회장이 심혈을 기울였던 폴리카 사업 역시 내부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흐지부지됐다. 폴리카는 타 기업 소매점포 상품 진열 상황을 몰래 촬영해 데이터로 만들어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업으로, 롯데홀딩스 사내 벤처 아이템으로 거론됐다가 문제 야기 가능성이 높아 무산된 바 있다. 위법 가능성이 높고 롯데와 소매업자 간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점에서다. 신동주 회장은 창업주 장남 신분을 활용해 2011년 돌연 사업을 강행했고, 2014년 수십억 원의 손해를 본 뒤 접었다. 신동주 회장이 롯데홀딩스에서 해임된 사유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영 능력의 한계는 신동주 회장이 총수로 선택받지 못한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이와 달리 신동빈 회장은 유통, 화학 부문에서 공격적인 M&A(인수합병)로 그룹의 덩치를 키우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장남과 차남이 아닌 셋째 아들 이건희 전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듯 신격호 전 롯데그룹 회장도 신동빈 회장이 그룹을 더 잘 경영할 것이라고 판단했기에 후계자로 선택한 것”이라며 “신동빈 회장이 이미 롯데 그룹 전체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신동주 회장의 역할은 끝났다. 최근 지분을 현금화해 무언가를 도모한다고 해도, 할 수 있는 비용이 안 된다”고 봤다.
이어 “신동주 회장이 일본에서는 지분 차원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어도, 일본 롯데를 가져가긴 힘들다. 신동빈 회장은 일본인을 부인으로 맞이하는 등 혈연관계를 가졌고, 일본 내 우호세력을 통해 롯데홀딩스 경영권을 확보한 만큼 한국 롯데뿐 아니라 일본 롯데도 형에게 주진 않을 것”이라며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와 (주)롯데 IPO 등 뒤탈을 만들지 않기 위해 지배력을 명확하게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재판부도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신동주 회장은 2017년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이 한국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므로 임원 자격이 없다며 해임을 요구했으나 부결되자 법원에 임원 해임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신동빈 회장은 한국에서 받은 처벌이 개인의 일탈이나 비위 행위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문제 때문에 불거진 해프닝이라고 반박했다. 도쿄지방법원은 2021년 4월 열린 재판에서 신동빈 회장이 한국법에 따른 형사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롯데홀딩스는 해당 사실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신 회장을 이사로 선임했으므로 결격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한국 롯데그룹 측은 “경영권 분쟁은 진즉에 끝났다. 신동주 회장이 갖고 있는 일본 지분으로는 경영권을 노리기 힘들다”며 “특별결의 사안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분을 보유했다고 하지만, 특별결의는 말 그대로 정상적인 경영 상황에서 벌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답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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