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윤핵관 갈등 진화 실패 윤석열 정치력 도마 위…그립 잡기 나선 김종인의 ‘묘수’에 관심
#이준석을 어찌하나
이준석 대표가 12월 21일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윤석열 후보 측 전횡을 비판하며 당무 보이콧에 나섰다가 12월 3일 윤 후보와의 ‘울산 폭탄주 회동’을 통해 갈등을 극적으로 봉합했던 이 대표다. 덕분에 12월 6일 선대위가 가까스로 출범했지만, 그로부터 보름 만에 또다시 이 대표가 윤 후보 측을 강력 비판하며 선대위 보이콧에 나서면서 당내 갈등이 재연됐다.
이 대표는 12월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 의지와 다르게 역할이 없기 때문에 선대위 내에서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며 “어떤 미련도 없다”고 했다. 선대위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이 대표는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홍보미디어 총괄본부장을 겸임해왔으며 이날을 기해 자신이 했던 일들에 대해 모두 손을 놓았다. 당무는 수행하지만 적극적인 후보 지원 업무는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 사퇴는 자신을 향해 노골적인 반기를 들었던 선대위 공보단장 조수진 의원이 방아쇠를 당겼지만 ‘울산 회동’에도 불구, 자신을 계속해서 ‘패싱’하고 있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과의 갈등이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21일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갈등을 빚은 선대위 공보단장 조수진 의원을 겨냥, “선대위 구성원이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선대위 존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앞서 이 대표는 12월 20일 비공개 선대위 회의에서 선대위 지휘체계를 놓고 조 단장과 충돌하며 갈등을 빚었다. 이후 조 단장이 일부 기자에게 이 대표를 비방하는 내용의 유튜브 링크를 보낸 사실까지 알려지자 이 대표는 조 단장을 향해 “거취 표명을 하라”며 공개 비판에 나섰다.
조 단장이 선대위 부위원장과 공보단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이 대표는 사퇴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조 단장과의 갈등을 이유로 사퇴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당연히 감수하겠다. 무리한 판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상임선대위원장이 지시를 내렸는데 (조 단장이) 불응했고, 오히려 조롱했다. 누구도 그것을 교정하지 않았다”며 “그 사태가 이틀간 지속됐다는 건 선대위에서 제 역할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 말을 풀어보면 ‘하나를 보면 열 가지를 안다’는 뜻이다. 조 단장이 비록 사퇴했지만 윤핵관의 전횡이 계속돼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어서 이를 더 이상 참아낼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윤핵관들이 주름잡고 있는 선대위의 사실상 해체를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이 대표는 12월 23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가 경선캠프에서부터 윤 후보를 도왔던 장제원 의원을 정조준하면서 윤핵관을 향해 또다시 경고장을 날렸다. 이 대표는 장 의원을 ‘정치장교’ ‘블랙요원’에 빗대면서 “현재 선대위 내 아무 직책이 없는데 별의별 소리를 다 한다” “굉장히 정보력이 좋으시거나 핵심 관계자임을 선언하신 것”, “직도 없는데 비선이 이렇게 말을 많이 한다” 등의 표현을 쓰면서 맹공했다.
당 내부에서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당대표가 선대위 업무 보이콧에 나서는 것에 대해 옹호하는 쪽보다는 비판이 더 많다. 처음 보는 풍경이라 충격적이라는 반응도 쇄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대표가 당 내부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자꾸만 외부로 끌고 나가 이슈화하면서 당 내부 구성원인지, 직업 정치평론가인지 구분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들은 ‘왜 싸우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고, 갈등이 생기면 ‘또 싸우는구나’라는 시각만 갖게 되는데 이 대표가 앞장서서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초선인 박수영 의원은 당 내분 양상이 극에 달했던 12월 21일 SNS(소셜미디어)에서 이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들의 사퇴를 공개 촉구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가 선대위 직책뿐 아니라 당 공식 직책도 내려놔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의원은 “국민들에게는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 뿐”이라며 “대선까지 후보 중심으로 정권교체만을 위해 달려가야 한다”라고 질타했다.
#이준석, 입지 좁아질 수도
이준석 대표의 반복되는 ‘보이콧’ 행위가 도를 넘긴 것이라며 이 대표를 아예 배제한 채 선거를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온다. TK(대구·경북)지역 한 의원은 “TK 출신인 주호영 전 원내대표 대신 이 대표를 열렬히 지지해 당대표로 선출했는데 국민의힘의 가장 큰 지지 세력인 TK에서 이 대표에 대해 극심한 실망감이 분출하고 있다”며 “이 대표가 복귀한다 해도 그의 성격상 또다시 갈등을 조장할 것이고 안 오는 게 낫다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내분이 격화되는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는 보수 유튜브 채널이 주축이 된 ‘이준석 탄핵집회’가 열리는 등 국민의힘 집안싸움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가 계속해서 보이콧 스탠스를 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이 대표와 깐부로 통하는 김종인 위원장이 선대위 업무 보이콧에 나선 이 대표 편을 적극적으로 들어주지 않는 모습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 대표의 ‘선대위 해체론’과 관련해 12월 2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건 이준석의 의견이다. 현시점에 총괄본부장들의 사표를 받아서 새롭게 선대위를 구성하는 게 현실적으로 실효를 거둘 조치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에 앞서 12월 22일 이준석 대표의 가치를 다소 깔아 내리는 평을 하기도 했다. 선대위 직책을 내려놓은 이 대표는 SNS에서 “세대결합론이 사실상 무산됐으니 새로운 대전략을 누군가 구상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자신이 이끌었던 2030세대 표가 국민의힘으로부터 달아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날렸는데 김 위원장이 이에 대해 평가절하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세대결합론 무산’ 발언에 대해 “선거에서 개별적인 사람에 따라 한 세대가 따라가고 안 따라가고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며 “기본적으로 대통령 후보가 대한민국을 어떤 방향으로 끌어갈 것인가 비전이 제시되면 모든 세대가 거기에 동조해 따라가는 것이지, 특정 세대가 어떤 특정인을 보고 하는 것이 투표 성향이라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가 2030을 끌고 간다는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까지 왜 이러나
당내 분란을 전혀 진정시키지 못하면서 윤 후보 정치력도 도마에 올랐다.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이 갈등을 빚으면서 당무 보이콧이 일어났고, 겨우 갈등이 봉합됐는데 그 후에도 위기관리를 못해내면서 또 분열 양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 내부에서는 이준석이라는 독특한 캐릭터의 당대표도 문제가 있지만 이 대표를 대하는 기술적 측면이 윤 후보에게 너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당대표가 몽니를 부리면 후보에게 손해가 갈 수밖에 없으니 갈등 국면이 나올 때마다 후보가 직접 나서 진화작업에 나서야 하지만 속도가 빠른 이 대표와 달리 윤 후보의 행동이 너무 굼뜨고, 담판 실력도 모자란다는 이유다. 검사 출신 국민의힘 전직 의원의 충고다.
“검사 생활을 오래했고 최근에는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등을 지내는 등 엄청난 높이의 권력 중심에 있었던 윤 후보로서는 갑이 아닌 때때로 을이 되어서 협상에 임해야 하는 것이 몹시 힘들 것이다. 검사 출신으로 윤 후보와 경선에서 경쟁했던 홍준표 의원도 얘기한 바 있다. 검사 색깔 빼는 데 엄청 오래 걸릴 것이라고. 그만큼 정치 영역은 새로운 협상 능력이 필요한데 윤 후보가 이 부분에서 여태까지와는 다른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윤 후보는 이틀간의 호남 방문에서 실언을 쏟아내며 또다시 불안한 후보라는 프레임에 갇혀버렸다. 그는 12월 22일 전북대 타운홀미팅에서 “극빈한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 “자유의 본질은 일정 수준의 교육과 기본적인 경제 역량이 있어야만 존재한다”고 말했다. 극빈층을 무시한 발언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민주당 선대위 김우영 대변인은 “국민을 빈부로 나누고, 학력으로 갈라 차별적으로 바라보는 윤 후보의 인식이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경선에서 경쟁했던 홍준표 의원도 자신의 온라인 공간 ‘청년의꿈’ 게시판에 “후보라는 사람이 계속 망언을 하는데 어떻게 보나”라는 질문에 “나도 모르겠다, 이제”라는 체념적 댓글을 달았다.
윤 후보는 또 다른 논란도 빚었다. 그는 타운홀미팅에서 “(기술이) 조금 더 발전해 학생들이 휴대폰에 앱을 깔면, 어느 기업이 어떤 종류의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실시간 정보로 얻을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 여기 1, 2학년 계신다면 졸업하기 전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발언 역시 윤 후보가 현실을 모른다는 질타로 이어졌다. 이미 상당수 온라인 채용 사이트가 상용화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한 관계자는 “선대위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윤 후보 지지율 하락세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약점이 많기 때문에 윤 후보가 와르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김종인 위원장이 당내 갈등에 대한 교통정리에 나서고 윤 후보도 추가 득점보다 실점 줄이기 전략을 편다면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터라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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