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구마사’→‘설강화’ 방영 중단 국민청원부터 ‘오징어 게임’ 등 K-드라마 글로벌 OTT 점령까지
#드라마 판 뒤흔든 ‘역사왜곡’
2021년 3월, 단 2화 방송 만에 불명예 방영 중단이란 결말을 맞이한 SBS 월화 드라마 ‘조선구마사’ 사태는 업계인들에게도 새로운 충격을 안겼다. 시청률 등을 이유로 조기 종영되는 경우는 종종 있었어도 그 외의 이유로 방영 중단까지 결정하는 일은 유례가 없었던 탓이다. 한국형 엑소시즘 판타지 액션 사극으로 소개된 ‘조선구마사’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태종과 양녕대군, 충녕대군 등 역사적 실존 인물에 대한 적극적인 왜곡과 과도한 중국풍이 논란이 돼 거센 비난 끝에 폐지됐다.
‘조선구마사’ 사태는 한국 연예 콘텐츠, 특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역사왜곡이 가지는 무게를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업계인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2000년대~2010년대 초반 제작된 사극 중에도 역사왜곡이 문제가 됐던 작품이 더러 있었으나 ‘조선구마사’만큼 업계를 뒤흔드는 기록은 없었다. 2021년 현재에 이르러서는 대중들이 용인하는 ‘역사적 재해석의 경계선’이 있다는 것을 업계인, 특히 창작자들이 새롭게 알게 됐다는 것이다.
방향은 조금 다르지만 2021년 12월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설강화’ 역시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국가안전기획부를 미화했다며 역사왜곡 논란에 직면하고 있다.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두 번 올라와 모두 공식 답변 충족 요건인 20만 명 이상 동의를 달성했고, 협찬·제작지원사로 이름을 올린 기업의 대부분이 이를 철회했다. 업계 내에서는 “이러다 대중 눈치 보느라 아무도 시대물 작품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제까지 소재나 배경으로만 사용됐던 역사의 무게를 좀 더 무겁게 느껴야 한다는 성찰도 이어졌다.
#득일까, 실일까? 범람하는 ‘오리지널’
2019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은 주로 아시아 지역에 한정됐던 K콘텐츠의 본격적인 세계 진출에 눈여겨볼 만한 영향을 끼쳤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로는 처음 투자한 이 작품은 해외 시청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아시아 외의 국가에서도 시청 순위 상위권을 점유했다. ‘킹덤’의 성공을 발판으로 연이어 제작된 ‘인간수업’ ‘스위트홈’ ‘오징어 게임’ ‘마이네임’ ‘지옥’ 등 다른 작품들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성공한 오리지널 콘텐츠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오징어 게임’은 그야말로 2021년 전세계적인 화두가 될 정도로 막대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2021년은 넷플릭스를 포함해 국내외 OTT 플랫폼의 경쟁적인 오리지널 작품 공개로 시청자들을 즐거운 고민에 빠트렸다. 이 1년 사이 ‘콘텐츠 깡패’로 불리는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TV+가 OTT 대전에 참전했고 각자 마블스튜디오의 오리지널 시리즈와 ‘Dr.(닥터)브레인’으로 국내 시청자 공략에 나섰다. 해외 OTT에 비해 킬러 콘텐츠가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국내 OTT 티빙과 웨이브는 심기일전하듯 ‘술꾼도시여자들’과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내놓으며 유료 가입자 수를 크게 끌어올리기도 했다. 쿠팡플레이 역시 김수현·차승원을 내세운 오리지널 시리즈 ‘어느 날’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 또 다른 OTT 대어 ‘HBO맥스’도 국내 시장을 노리고 있어 제작 무대는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넓어지는 만큼 배우나 제작진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 있을 수 없다. “투자는 하되 관여는 하지 않는다”는 넷플릭스의 방침처럼 해외 OTT를 통해 제작하는 작품은 자율성이 확장되는 한편 흥행에는 비교적 덜 민감하다는 점에서 국내 제작진들의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런 만큼 예상외의 큰 성공을 거두더라도 제작진이나 출연진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히지만, 작품을 공개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만으로 그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것이 업계인들의 이야기다.
#새 발견, ‘구교환·정호연’
무대가 넓어진다면 당연히 그 위에 오를 배우들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새로운 얼굴들이 신선한 조명을 받는 일도 있지만, 어느 정도 알려진 얼굴들이 재조명을 받기도 한다. 2021년 이런 재조명의 아래 배우 구교환과 정호연이 있었다.
연상호 감독의 영화 ‘반도’(2020)로 일반 대중들에게 얼굴을 처음 알린 구교환은 이미 독립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14년차 배우다. 2008년 영화 ‘아이들’로 데뷔한 그는 2017년 영화 ‘꿈의 제인’으로 신인남우상을 휩쓸며 동시에 상업영화 관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반도’에 이어 2021년 한 해에만 영화 ‘모가디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아신전’, ‘D.P.’ 등 굵직한 작품 속 쉽게 잊히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주며 라이징 스타로 발돋움했다. 같은 시기 무신사, 써브웨이, 구글플레이 등 다양한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활약했다. 한편 제42회 청룡영화상에서 검증된(?) 인기스타에게만 준다는 ‘청정원 인기스타상’까지 손에 넣으며 대세로서의 자리 굳히기에 나서기도 했다.
2021년 대세 남자 배우가 구교환이었다면 그 반대편에는 정호연이 있었다. 대중들에겐 온스타일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출연 모델로 더 익숙했던 정호연은 2021년 최고 화제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강새벽 역으로 연기자로서의 첫 발을 뗐다. 모델 때와는 또 다른 얼굴로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정호연은 그야말로 ‘신드롬 같은 스타덤’에 올랐다. ‘오징어 게임’ 공개 전 40만 명가량이던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2021년 12월 기준 2384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개설한 한국 여자 배우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팔로어다.
두 배우 모두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2022년에도 바쁘게 스케줄을 이어갈 예정이다. 구교환은 티빙 드라마 ‘괴이’와 영화 ‘길복순’ ‘탈주’ 출연을 결정 또는 긍정적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호연은 해외 인기에 힘입어 미국 최대 에이전시 가운데 하나인 CAA(Creative Artists Agency)와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글로벌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걸그룹 4세대’ 대세 교체?
2021년 한 해 동안 입지를 공고히 한 ‘걸그룹 4세대’를 놓고도 국내외 관심이 뜨거웠다. 3세대로 분류되는 2010년대 후반까지 사실상 고정화됐던 K팝 판도에 이들이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인지가 관건이다. 통상 3대 엔터사로 묶이는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에 더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중소규모 또는 신생 엔터사의 도약도 기대해 볼 만하다.
SM엔터테인먼트의 4세대 걸그룹 에스파는 2021년 5월 발매한 세 번째 디지털 싱글 ‘Next Level’(넥스트 레벨)을 통해, 말 그대로 ‘다음 레벨’로 뛰어올랐다. 2020년 11월 데뷔 당시에도 주목을 받긴 했지만 이들을 K팝 팬이 아닌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주목하게 만든 앨범이었다. 데뷔 앨범인 ‘Black Mamba’(블랙맘바)가 세웠던 자기 최고 기록을 모두 갈아 치우는 한편, 발매 5개월 뒤인 10월까지 각종 음악방송의 1위 후보에 오르는 등 이슈몰이를 톡톡히 했다. 이런 뜨거운 관심은 10월에 발매한 ‘Savage’(새비지)로 이어졌다.
하이업엔터테인먼트의 스테이씨가 2021년 4월 내놓은 두 번째 싱글 앨범 ‘STAYDOM’(스테이덤)의 타이틀 곡 ‘ASAP’(에이셉)은 국내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10위권 내에서 머물며 안정적인 위치를 잡았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이 선정한 2021년 최고의 K팝 10곡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는 등 해외 K팝 팬덤 사이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이어 9월 발매한 첫 번째 미니앨범 ‘Streotype’(스테레오타입)이 초동 판매수량 11만 4203장을 기록하며 전작보다 무려 3배 이상 증가한 초동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중소규모 기획사가 내놓은 첫 번째 아이돌 그룹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인 셈이다.
여기에 2021년 데뷔조 가운데 특히 국내외 K팝 팬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룹이 동참했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아이브다. Mnet 아이돌 서바이벌 데뷔 프로그램 ‘프로듀스48’을 통해 결성된 걸그룹 아이즈원 출신 장원영, 안유진이 소속된 그룹이라는 점에서 이미 데뷔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그룹이기도 하다. 앞서 아이즈원이 일본에서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둔 것에 주목한다면 기획사의 자체적인 ‘밀어주기’와는 또 다른 동력을 초반부터 지닌 채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를 입증하듯 아이브는 데뷔 후 7일 만인 12월 8일 ‘쇼챔피언’ 1위에 오르며 역대 걸그룹 최단 기간 1위 달성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새해 가장 큰 성장을 보여줄 그룹으로 기대되면서 이들이 이끌어나갈 K팝 4세대의 판도 변화에 관심이 모인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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