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부문 송재철·임기원 2·3위…조교사부문 박종곤, 박대흥·박재우 ‘양박시대’ 깨트려
#기수 부문(서울)
2021년 다승 1위는 문세영 기수다. 2019년 120승, 2020년 49승에 이어 2021년은 90승을 올리며 3년 연속 다승왕을 차지했다. 2위(46승)와의 차이가 무려 44승으로 두 배 가까운 압도적 차이를 보이며 대한민국 최고 기수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2위는 46승을 거둔 송재철 기수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2위에 오르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3위는 임기원으로 송재철과 같은 46승이지만 준우승에서 밀렸다. 4위는 45승의 안토니오, 5위는 43승의 장추열이 차지했다.
문세영 기수의 기록을 살펴보면 놀라울 정도다. 2위와 더블스코어 차이로 다승왕을 차지한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승률과 복승률을 보면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승률 32.1%, 복승률 47.5%, 연승률(3위) 57.1%. 이보다 좋은 기록으로 다승왕을 차지한 기수는 기억나지 않는다. 역대 최고 성적이 분명하다.
대상경주도 세 차례나 우승했다. sbs 스포츠 스프린트에서 어마어마, 농협중앙회장배 아스펜태양, 대통령배에서 심장의고동으로 우승하며 대상경주 3관왕을 기록, 내용 면에서도 풍성한 해였다. 데뷔 21년 차, 만 41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문세영은 ‘지존’이라는 칭호를 받을 만하다. 12월 25일 한국마사회로부터 ‘영예의기수’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2022년에도 부상만 없다면 4년 연속 다승왕을 이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승 2위를 기록한 송재철은 나날이 발전해 가는 느낌이다. 2020년에 35승으로 4위에 오르더니 2021년에는 11승을 추가하며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매년 출전 횟수 1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2021년에도 451회로 2위 유승완(357회)보다 약 100회 많은 출전을 했던 것이 주효했다. 또한 데뷔 9년 차에 접어들며 경주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노련함도 생기면서 성적이 더욱 좋아졌다. 항상 많은 마필을 훈련시키며, 매 경주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이 지금의 송재철을 만들었다는 것이 주위의 평가다. 2022년에도 변함없는 활약이 기대된다.
3위를 기록한 임기원은 2020년에 비해 확연히 좋은 성적을 올리며 존재감을 알렸다. 2020년에는 27승으로 7위에 그쳤지만, 2021년에는 46승을 거두며 예전의 모습을 회복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여러 잔부상으로 꾸준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도 부상으로 경주로를 떠나있는데 하루빨리 회복해서 멋진 활약을 해주길 바란다.
4위를 기록한 안토니오는 2021년에도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대상경주 우승은 오크스배(최강블랙) 하나뿐이지만, 승률(14.1)과 복승률(31.1)에서 자신의 통산 기록보다 좋은 성적을 올렸고, 외국 용병 중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이다.
5위를 기록한 장추열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18년 65승으로 3위에 오를 때의 폼으로 거의 돌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비인기마로 고배당을 터트리며 입상한 경주가 상당히 많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문세영 다음으로 좋은 내용을 보인 기수로 평가한다. 2012년 ‘천운’으로 마주협회장배 우승한 이후 아직까지 대상경주와 인연이 없는데, 내년에는 꼭 대상경주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바란다.
나머지 기수 중에서는 문성혁이 가장 눈에 띈다. 데뷔 4년 차 신인급으로 작년에 13승으로 19위였는데, 2021년에는 33승을 거두며 1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승률도 9.6%에서 12.1%로, 복승률도 14.7%에서 20.1%로 크게 좋아졌다. 능력마가 많은 서인석 마방 소속이라는 프리미엄도 있지만, 본인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경험이 쌓이면서 기승술도 나날이 좋아지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 조교사 부문(서울)
조교사 부문에서는 1조 박종곤이 46승으로 깜짝 1위에 올랐다. 수년 동안 이어오던 박대흥, 박재우의 ‘양박시대’를 깨트리고 대이변을 연출한 것이다. 2019년 4위, 2020년 7위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내더니 급기야 2021년에는 다승왕에 오르며 최고의 해를 보냈다. 2위는 2020년 다승왕 50조 박재우 조교사가 차지했다. 박종곤보다 딱 1승 모자란 45승으로 아쉽게 2위에 그쳤다. 3위는 45승으로 승수는 같았지만 준우승에서 밀린 33조 서인석, 4위는 43승을 거둔 40조 송문길, 5위는 42승의 52조 김동균 조교사가 차지했다.
근래에 보기 드문 접전이었다. 마지막 날 마지막 경주까지 다승왕을 놓고 손에 땀을 쥐는 승부를 펼친 결과, 단 1승 차이로 박종곤 조교사가 타이틀을 차지했다. 박종곤을 1위에 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마필은 ‘머스킷맨’의 자마들이었다. 머스킷맨은 2021년 씨수말 최종순위에서 5위에 그쳤지만, 승률 24.9% 복승률 36.7%로 모든 씨수말 중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자마들의 출전 횟수만 비슷했다면 씨수말 챔피언이 유력했을 정도로 내용 면에서는 단연 일등이었다.
대표자마는 ‘라온퍼스트’와 ‘라온핑크’다. 라온퍼스트는 제주도지사배 대상경주 우승을 포함 4승을 거두며 3억 3000만 원의 엄청난 상금을 획득했다. 라온핑크는 루나스테익스 우승, 오크스 2위를 포함 2021년에만 5승과 2위 2회를 기록하며 3억 2000만 원의 상금을 벌었다. 이 외에도 라온비트가 4승, 라온더스퍼트가 3승을 보태며 박종곤 조교사를 1위에 올리는 데 일조했다. 말 이름에 모두 ‘라온’이 들어가는 이유는 마주가 (주)라온산업개발이기 때문이다. 박종곤 조교사와 마주가 머스킷맨의 우수성을 미리 알고 도입한 것이 결실을 맺었다.
8전 8승의 신예 최강자 ‘라온더파이터’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1월 서울마주협회장배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어마어마’를 6마신 차로 따돌리며 단거리 최강자에 올랐다. 2021년에만 6승을 올리며 전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혈통적으로도 거리 적성이 긴 편이라 앞으로 장거리에서도 적응만 하면 통할 것으로 예측된다.
2위를 기록한 박재우 조교사는 2021년 한 해 나름 선전했다. 2020년에 38승을 거두며 처음으로 다승왕에 올랐다가 1년 만에 2위로 내려오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만족할 만한 성적이다.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마필은 단연 ‘컴플리트밸류’다. 2021년 6월에 데뷔, 지금까지 5전 전승을 기록 중인 2세마 최강자로, 지난 10월 문화일보배와 12월 브리더스컵 대상경주를 연이어 석권하며 2세마 챔프에 올랐다. 선행과 추입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강점을 지녔고, 특히 직전 브리더스컵에서는 당일 체중이 무려 30kg이나 늘었음에도 막강한 능력을 발휘하며 4마신 차 완승을 거둬 앞으로의 기대치를 더욱 높였다.
3위를 기록한 서인석 조교사는 2020년 4위에 이어 올해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렸다. 매년 최다 출전 1위를 기록했는데, 2021년에도 어김없이 453회로 1위를 지켰다. 승률은 9.9% 복승률은 20.3%로 자신의 통산 기록(9.2%, 19.2%)과 거의 같은 성적을 기록, 기복 없이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아쉬운 점은 대상경주 우승이 없었다는 것이다. 2022년에는 서인석 조교사의 소원인 대상경주 우승이 이뤄지길 바란다.
4위를 기록한 송문길 조교사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한 해였다. 어마어마는 5승을 거두며 기대만큼 뛰었지만, 나머지 마필들 다이아로드, 스포트라이트, 위즈모멘트 등이 생각만큼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싹수 있는 신예 2세마들이 대거 포진돼 있어 마방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5위를 기록한 김동균 조교사는 2020년 6위에서 한 계단 오르며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42승으로 2020년보다 12승 늘었고, 승률(13.5)과 복승률(22.9)도 평균치보다 높았다. 지난 11월 오너스컵 대상경주에서 ‘메니히어로’ 우승하며 3년 만에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도 했다. 2022년에도 최상위권은 어렵지만, 10위 내의 좋은 성적은 가능할 전망이다.
이병주 경마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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