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연임 의사? NH투자증권 “연임 안하겠다 한 적 없어, 금융지주 선택”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에 대해 옵티머스 사태의 한 피해자는 이 같은 반응을 쏟아냈다. 정영채 사장은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았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경우 3~5년간 금융사 취업에 제한을 받는다. 다만 금융위원회의 최종 결과가 남아 있다.
정영채 사장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이 부당하다고 느끼고 있는 듯하다. 지난 20일 정영채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옵티머스 관련 사기, 배임 고발에 대한 무혐의 통보를 받았다”며 “우리 회사와 나는 현재까지 옵티머스운용의 폰지성(돌려막기) 사기 운용 사건으로 거의 1년 반의 잃어버린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동안 정영채 사장은 옵티머스 펀드를 담당자에게 소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정 청탁 의혹을 받고 있었다.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현재 검찰총장이 된 김오수 당시 변호사에 사건을 맡긴 정영채 사장은 이번 검찰의 무혐의 통보로 법률적인 리스크를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영채 사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일반 투자자들께는 2780억 원을 지급해 마무리가 됐지만 전문투자자, 수탁은행(하나은행), 사무수탁관리사(한국예탁결제원), 감독당국과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정영채 사장의 페이스북 글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옵티머스 사태로 피해를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옵티머스 사태의 다른 피해자는 “정영채 사장은 분쟁 초기부터 애매한 언행으로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했다. 피해자 코스프레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금융권은 도저히 모르겠다.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정영채 사장의 행보에 의문을 표한다. 굳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여론을 자극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징계를 받은 금융사 최고경영자들에 대한 제재 수위가 낮아지고 있는 분위기에서 굳이 자신의 억울한 점을 강조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미 자신이 판매한 펀드에 부실이 발생해 NH투자증권 주주와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겼는데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강조하는 것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정영채 사장이 혹시 연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기도 한다. 검찰의 무혐의 결론이 나오자마자 자신의 심정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나선 데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는 글의 행간에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서 '아직 할 일이 많다'는 뜻이 내포돼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한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차기 사장은 내년 1월 말쯤 임원추천위원회가 구성하고 사장 후보를 선정하는 절차를 거쳐 3월 정기주주 총회에서 결정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의 선택이다. 과연 농협금융지주가 대규모 손실을 안긴 정영채 사장에게 또 다시 힘을 실어줄지 관심을 모은다.
다만 정영채 사장이 스스로 연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 적은 있다. 정 사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국감)에 출석해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의 ‘연임 의지가 있냐’는 질의에 “연임 생각이 없다”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발언에 대한 NH투자증권의 반응이 사뭇 달라 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앞으로 펀드투자금 회수 및 수탁사, 사무수탁관리사와 책임 소재 여부를 가려야 하기 때문에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또 “국감 출석 당시 정확한 워딩을 보면 연임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연임 여부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에 연임 여부를 일임한 것으로 해석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정 사장의) '잃어버린 1년 6개월' 발언은 NH투자증권 탓에 피해를 본 피해자들이 거리에서 보낸 시간은 안중에도 없다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것”이라며 “이미 내부통제에 실패한 사람이 연임을 노리고, 또 대주주마저 이를 용인한다는 것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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