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지역마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해장음식이 발달해왔다. 해장국마다 저마다의 역사가 남다르고 해장국을 보면 그 지역의 산물이 보일 정도로 방방곡곡이 해장 천국, 전국 어딜 가나 해장국이 대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이 일일생활권에 접어들면서 해장 문화도 전국구 되어가는 추세나 강원도의 섭국만은 다르다. 섭이 귀한 탓에 속초, 강릉 등 강원도 해안가의 토속음식으로 독특한 해장 문화를 형성해왔고 지금도 섭국을 맛보려면 먼 길 나들이를 각오해야 한다. 섭은 토종 홍합을 일컫는 말이다.
큰 것은 어른 손바닥을 웃돌고 남해안 등에서는 갯바위 등지에서 딸 수 있지만 강원도 바닷가에서는 깊은 바다까지 잠수를 해야 한다. 강원도 사람들의 섭국 사랑은 절대적이다.
섭의 매력에 빠져 산업잠수부로 활동을 하다가 섭을 캐는 어부가 됐다는 최영복 씨(57)와 함께 섭의 세계로 떠나본다. 깊은 바다의 오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해장국의 어원은 속을 풀어주는 장국, 즉 된장으로 간을 맞춘 장국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강릉의 섭국은 고추장으로 끓인다.
고추장의 시원하고 칼칼한 맛에 밀가루를 더 해서 걸쭉하게 끓여내는 것이 강릉 섭국의 특징이다. 강릉 사람들의 고추장 사랑은 섭국만이 아니라 다른 음식을 할 때도 마찬가지여서 칼국수도 고추장을 넣은 장칼국수를 즐기고 심지어 추어탕에도 고추장을 넣는다.
칼칼한 맛의 선두 주자 하면 아귀술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빨 부위를 제외하고 버릴 것 없다는 아귀는 주당들의 해장 용도는 아니더라도 못생겨서 사료로나 쓰였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우울한 기분까지 날려준다는 이른바 '먹는 즐거움'의 선두주자다.
속이 헛헛하다면 강릉의 겨울 바다를 만나보자. 숙취가 괴롭다는 섭국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요. 스트레스가 쌓였다면 아귀술찜이 답답한 속을 확 풀어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경기도 가평 명태밥상, 경기도 양평 효종갱, 강원도 동해 문어 보양식 등을 소개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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