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 4월 10일 경성. 이른 아침 신문을 펼친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신랑, 신부가 신문에 '공개 청첩장'을 낸 것.
신랑은 엘리트 변호사, 신부는 최초의 서양화가로 잘 나가는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은 장안의 화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사람들이 진짜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신부가 내건 파격적인 '결혼조건 4가지' 때문이었다.
결혼해도 작품 활동을 방해하지 말라는 요구는 기본, 시어머니와 따로 살게 해달라는 조건을 내걸며 대차게 '시월드'를 거부한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더 충격적인 건 신혼여행이었다. 신부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바로 풀이 무성한 무덤가였다.
과연 무덤의 주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100년 전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기막힌 신부는 대체 누굴까.
100년 전 경성을 뒤흔들어놓은 파격의 끝판왕 시대를 앞서간 '모던걸' 말이면 말, 글이면 글, 가는 곳마다 화제를 몰고 온 나혜석을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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