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자이언츠 심장, 근성의 상징이 허망하게 떠나” 분통…성 단장 ‘다른 선수에게 기회’ 방향
2021시즌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대어급 선수들의 잇단 100억 원대 계약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여러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원 소속팀을 떠나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는 특징이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란 한 팀에 오랫동안 소속돼 구단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간판선수를 의미한다. 그로 인해 팬들의 사랑과 응원을 한몸에 받기 마련이다.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충격이 큰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적은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의 NC 다이노스행이다. NC 창단 멤버인 나성범이 KIA 유니폼을 입었고, 히어로즈 구단의 상징적인 선수였던 박병호가 KT 위즈로 옮겼지만 롯데에서만 15년을 뛴 손아섭의 NC행은 야구계에 적잖은 후폭풍을 몰고 왔다.
손아섭이 롯데가 아닌 NC로 옮긴 데 대한 서운한 마음에 NC 구단 사무실로 손아섭을 비난하는 근조 화환을 보낸 팬이 있는가 하면 어느 팬은 그동안 모아 둔 손아섭 유니폼과 기념품 등을 중고거래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손아섭은 자신을 응원한 팬들에게 마음을 다해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글을 남겼고, 부산지역의 한 매체에 지면 광고를 통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손아섭이 NC로 이적한 배경에는 롯데와 NC가 제안한 총액에 20억 원 정도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4년 기준으로 롯데는 손아섭한테 42억 원을, NC는 64억 원을 제시했다. 손아섭은 고민 끝에 NC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롯데 팬들은 프랜차이즈 선수에게 냉정한 평가를 들이민 성민규 단장에게 비난을 쏟고 있다. 아무리 장타력과 수비 부문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는 선수라고 해도 롯데 유니폼만 입고 15년을 뛴 선수를 붙잡으려 하기보다 시장으로 내보낸 성 단장의 비즈니스 마인드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 마케팅 팀장이었던 김경민 씨는 자신의 SNS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김 씨의 허락을 받고 그 내용을 축약해서 옮긴다.
‘참으로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롯데 자이언츠의 심장이라 불리며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팬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던 프랜차이즈 스타 선수의 이적.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롯데 자이언츠라는 콘텐츠를 기꺼이 소비하고자 하는 팬(고객)들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는 무엇일까? 야구는 산수가 아니다. 1+1=2가 아닌 경우도 너무 많고(사실 대부분이고), 또 경험치가 쌓인다고 해서 게임캐릭터처럼 선형으로 차곡차곡 성장하지 않는다. 왜냐면 너무나도 많은 변수에 쉼 없이 흔들리는 인간이라는 불완전한 존재가 만들어 내는 퍼포먼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15년간 꾸준히 검증을 받아 온 확실한 결과를 대뜸 포기하고 불완전한 대안을 선택했다. (중략) 다른 누구도 아닌 손아섭이다. 자이언츠의 심장이자 근성의 상징으로 불렸던 악바리 중의 악바리를 이렇듯 허망하게 떠나보내다니….’
성민규 단장은 손아섭이 롯데에 남을 경우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기회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선수의 잔류가 최선이 아니라면 그의 공백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그러나 롯데를 오랫동안 응원해온 일부 팬들은 성 단장의 이런 마인드에 답답함을 호소한다. 프로야구 최초로 3000안타에 도전하는 15년 프랜차이즈 스타를 대체할 수 있는 가치가 과연 무엇인지 묻고 싶은 것이다. 성 단장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2022시즌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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