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에서나 볼 것 같은 강남의 한 고급 타운하우스. 매매가 50억 원에 달하는 이 으리으리한 대저택에 현정 씨(가명)는 지난 6월 가사도우미 면접을 보러 갔다.
온통 명품과 보석으로 치장하고 재력을 과시했던 대저택의 주인 이 아무개 씨(가명)는 그 자리에서 흔쾌히 현정 씨를 채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후 현정 씨에게 건넨 이 씨의 부탁은 어딘가 이상했다.
피해자는 "휴대전화랑 카드 좀 빌려줄 수 있냐고 말을 하더라고. 말일이라 영수증 처리해야 하는데 맞출 게 많아서 한 달 안에 다 갚아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고급저택에 사는 사모님에게 돈을 못 받을 일은 없겠다는 생각에 의심 없이 카드와 휴대전화를 건넸다는 현정 씨. 그 뒤 이 씨에게 부엌에서 가장 자신 있는 요리를 해보라는 뜬금없는 테스트까지 요구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날 밤 현정 씨의 딸은 엄마의 통장 거래내역을 보고는 두 눈을 의심했다. 현정 씨가 이 씨의 집에서 요리를 하던 그 시각 무려 2500만 원의 카드 대출금이 낯선 이름으로 송금된 것이다. 돈을 받아간 이는 다름 아닌 사모님 이 씨였다.
그날 이후 현정 씨 명의의 신용카드를 마치 자기 것인 양 긁어댔다는 사모님. 병원비부터 고가의 명품 옷까지 현정 씨의 동의 없이 사용한 금액만 약 1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눈치 채고도 현정 씨는 고소했다가 돈을 돌려받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에 이번 달 초까지도 계속 그곳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다는데 더욱 기막힌 일은 이 씨의 대저택에서 근무하는 다섯 명의 가사도우미와 딸을 가르치는 방문교사까지 전부 다 피해자라는 것이었다.
피해자는 "청소하는 분한테 혹시 뭐 돈 빌려준 거 있어? 그랬더니 여기 다 신용불량 됐대요. (직원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못 하게 해요. 그래서 나는 나 혼자만 그렇게 한 줄 알았어요"라고 말했다.
한 지붕 아래 모두가 당하고도 알려지지 않은 사모님의 기묘한 사기 사건. 과연 이상한 대저택 안에 감춰진 비밀을 살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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