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려의 카페’를 운영 중인 스님이 지진 피해 주민과 다과를 나누며 얘기하고 있다. 출처=해당 홈페이지 |
‘편의점이 전국에 4만 개 있다면, 절은 8만 개가 있다’는 일본의 우스갯소리가 있다. 동네마다 절 하나쯤은 흔히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인데, 열렬한 신자는 많지 않아도 불교가 일본인의 정신세계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동북 지방 곳곳에 있는 공공 피난소에서는 지진 직후부터 계속 승려들이 피난민들을 대상으로 주 1회 차와 과자를 대접하는 이동식 카페인 ‘승려의 카페’를 열어 반응이 뜨겁다. 불교종단 조동종의 한 승려가 처음 제안했는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차를 마시며 자연재해나 피난소 공동생활로 쌓인 두려움과 불만 등을 승려에게 모두 털어놓자는 취지다. 이곳에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한다.
특히 이번 지진으로 가까운 이웃이나 친지, 가족의 죽음을 목격하거나 생사를 넘나든 이들은 승려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 후 몰려오는 고독과 공포를 느끼거나 집이나 재산을 잃으며 현재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정신적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갑작스런 자연재해 후 종교에 대한 관심이 비단 불교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었다. 신흥종교 등에서도 이재민들에게 시설을 무료로 개방했다는 소식이 늘면서 일시적으로 종교 자체에 호의적인 관심이 늘기도 했다. 그러나 원전사고 등으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는 와중에 일본의 여러 신흥종교 측은 앞 다투어 ‘이미 지진을 예언했다’고 나섰다가 오히려 된서리를 맞았다.
이에 비하면 불교 측 행보는 조심스러운 편이다. 일본 불교종단 정토종에서는 ‘자살대책 승려 모임’이 생겼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과 직접 편지를 주고받으며 지진 후 급증한 자살을 막고자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자살대책 승려모임’에서 승려와 편지를 주고받은 사람들은 “정말로 죽고 싶었던 게 아니라 살아있단 사실이 괴로웠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며 마음을 돌리기도 한다.
지진 피해 지역이 아니었던 곳에서는 벼룩시장을 열어 동네 주민들과 좀 더 적극적으로 교류하려는 절도 늘어났다. 마을 자치회 등과 올여름 축제 등을 기획하는 절도 더러 있다. 지진 후 전반적으로 우울한 일본에 활기를 불어넣는 게 목적이라고 한다.
한편 일본 내 열세 개에 이르는 종파를 초월해 20~30대 젊은 승려가 모여 만든 인터넷 불교 커뮤니티 ‘피안 사원’ 등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화제다. 옥수수 아이스슬러시, 발효콩 젤리 등 퓨전 사찰음식 요리법이나 각 사찰의 불상을 보고 도는 ‘불상기행’ 여행체험, 알기 쉬운 좌선 방법 등 비교적 가벼운 화제로 젊은 층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렇게 불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올여름 휴가를 산사에서 보내겠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수도권이나 대도시 인근 산사에 예약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인근 숙박시설의 절반 가격에 머무르면서 폭포수를 맞으며 좌선을 하는 ‘물맞이 수행’을 단돈 1000엔(약 1만 3000원)정도로 체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자신에 ‘자비’를 베풀어라
국내에도 번역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오른 불교 에세이 <생각 버리기 연습>, <화내지 않는 연습> 등의 저자이자 일본 도쿄 쓰키요미지 주지승인 고이케 류노스케 스님(34). 일본에서 불교 붐이 일면서 언론의 인터뷰가 쇄도하고 있다.
고이케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은 마음을 정갈히 하는 기술로 가득 찬 보물창고 같은 일종의 ‘마음 단련법’이며 최고의 행복은 마음이 평안할 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공식 블로그에 “스트레스의 원인인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없애려면 자신에게 ‘자비’를 베풀 줄 알아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예를 들어 힘든 상황에 놓였을 때 ‘괴롭다’고 생각하며 자책하는 대신 남에게 공감하며 말을 건네듯 ‘지금 괴로워하고 있구나’라며 스스로를 동정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자비 훈련’을 하다보면 (자신의) 심리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좌선법
좌선을 하면 호흡을 고르게 하며 정신을 집중할 수 있어 심신이 안정된다. 일본의 불교 인터넷 커뮤니티 ‘피안 사원’에서는 누구나 쉽게 집에서 할 수 있는 좌선을 소개했다. 좌선 시간은 스스로 정한다.
▲준비 동작
2. 방석을 준비한다. 향을 피워도 된다.
3. 좌선하며 앉을 방향 쪽으로 서서 합장을 한 번 한다.
4. 시계 방향으로 뒤로 돌아 합장을 한 번 한 뒤, 방석을 반쯤 남겨놓고 앉는다.
5. 가부좌를 한다. 잘 안될 경우 편안한 책상 다리도 무방하다.
6. 고개를 뒤로 젖히고 목·어깨·등의 힘을 순서대로 뺀다.
7. 몸을 시계추처럼 좌우로 흔들다가 서서히 중심을 찾아간다.
8. 눈을 반쯤 뜨고 시선을 약간 아래로 둔다.
9. 오른 손바닥 위에 왼손 바닥을 올려놓고 양손 엄지손가락 끝을 살짝 붙인 뒤 잠시 응시한다.
10. 코로 크게 숨을 들이마신 후 입으로 천천히 숨을 내뿜는다.
11. 호흡이 일정해지면, 코로 숨을 쉰다.
▲좌선 중
1. 신체 자세에 신경을 쓴다. 귀와 어깨, 코와 배꼽이 일직선이 되게 한다. 목은 어느 한쪽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한다.
2. 골반과 척추를 펴되 살짝 앞으로 기울이듯 앉는다.
3. 졸리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면 합장 한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