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개장 후 매년 적자, 7차례 유상증자, 이번엔 64억…태영 “대부분 손실 선반영, 실적 개선 중”
#인제스피디움에 유상증자 실시한 태영건설
태영건설이 인제스피디움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당시 인제군은 태영건설 등 민간투자자들과 ‘인제 오토테마파크 관광지조성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투자자들이 설립한 법인 인제스피디움이 30년(이후 48년으로 변경) 동안 인제스피디움 시설을 운영한 후 인제군에 기부채납하는 것이었다.
인제스피디움 설립 초창기에는 투자자인 태영건설과 코리아레이싱페스티발이 운영권을 놓고 법적 다툼을 벌였다. 태영건설은 2016~2017년 코리아레이싱페스티발 등 다른 투자자들의 인제스피디움 주식을 전량 인수해 지분율을 100%로 끌어올리면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당시 태영건설은 인제스피디움 지분 매입에 약 900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제스피디움은 2013년 공식 개장했지만 투자자들 간 분쟁을 겪으면서 초반부터 잡음이 일었다. 실적도 신통치 못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인제스피디움은 2014년과 2015년 각각 228억 원, 26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5년 말 기준 인제스피디움의 자본총액은 마이너스(-) 459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이에 태영건설은 2016년 3월 윤세영 태영그룹 명예회장의 차녀 윤재연 씨를 인제스피디움 대표로 취임시키는 등 경영 정상화에 나섰다.
태영건설은 인제스피디움 재무 정상화를 위해 수차례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2017년 53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2018년 5월, 2019년 2월, 2020년 2월, 2020년 12월, 2021년 3월, 총 다섯 차례나 6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가로 실시했다. 모두 태영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태영건설이 수차례 자금을 투입했지만 매년 이어진 적자로 인해 인제스피디움의 재무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태영건설은 또다시 지난 12월 인제스피디움에 64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가로 진행했다. 태영건설은 증자 외에도 인제스피디움에 수십억 원을 대출해주는 등의 금전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인제스피디움 지원을 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인제스피디움이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태영건설 재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웅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2021년 7월 보고서를 통해 “인제스피디움의 운영적자가 장기화됨에 따라 태영건설이 제공 중인 채무인수 약정 등으로 인해 영업외수지 적자가 지속됐다”며 “지자체 등으로부터의 MRG(최소수입보장) 또는 MCC(최소비용보전) 등의 약정이 없는 상황에서 인제스피디움으로의 자금유출이 지속되고 있는 점은 부담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태영건설이 인제스피디움 홍보를 위해 계열사인 서울방송(SBS)을 동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2017년 “대주주(태영건설)는 뜬금없이 ‘자동차 3000만 대 시대를 맞은 모터스포츠 대중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인제스피디움을 배경으로 한 각종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을 지시했다”며 “SBS 경영진은 이를 그대로 실행에 옮겨 프로그램 경쟁력이나 시청자 반응 등은 고려하지 않고 관련 프로그램 편성과 제작을 강행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인제스피디움은 2021년 1~3분기 31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국내 레이싱 인기가 높지 않은 데다 접근성도 떨어지고, 최근에는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태영건설과 인제군이 맺은 협약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2062년 4월까지 인제스피디움을 운영한다. 다르게 말하면 앞으로 40년 동안은 태영건설이 인제스피디움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태영건설과 윤재연 대표는 인제스피디움 실적 상승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인제스피디움은 최근 인제군과 모터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스마트 호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인제군도 인제스피디움 내 자동차 극장을 조성하기로 하는 등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태영건설 관계자는 “인제스피디움 관련 대부분 손실은 이미 선반영됐으므로 태영건설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현재 손실의 경우도 예전보다 나아진 상태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제스피디움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객실 가동률이 상승하고 실적은 개선되고 있으며 매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제스피디움과 태영그룹 계열분리설
인제스피디움과 관련해 관심을 끄는 것은 태영그룹의 계열분리 가능성이다. 태영그룹은 SBS를 소유하기 위해서라도 계열분리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행법상 자산 규모 10조 원 이상 대기업은 신문사·통신사·지상파방송사 등 언론사 지분을 10% 이상 가질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2021년 5월 발표 자료에 따르면 태영그룹의 자산 규모는 9조 8000억 원이다. 조만간 태영그룹의 자산이 10조 원을 넘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태영건설 측은 SBS 매각 계획이 없다고 수차례 밝힌 만큼 계열분리가 대안으로 거론된다(관련기사 SBS 매각설은 왜? 지주사 전환 앞둔 태영그룹의 딜레마).
계열분리가 현실화될 경우, 인제스피디움은 태영그룹으로부터 분리될 가능성이 있다. 윤재연 대표는 현재 블루원리조트 지분 10.38%,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31.62%를 갖고 있다. 윤 대표가 인제스피디움 지분은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오랜 기간 경영을 맡아온 만큼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앞서의 태영건설 관계자는 “계열분리 등은 협의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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