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 파죽지세에 ‘효자’ 중국시장도 불안…휠라 “지속 성장 위해 전략 재정비 중”
휠라홀딩스의 주가는 2021년 6월 한때 5만 9800원을 기록했지만 2021년 말께 3만 원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현재 휠라홀딩스의 시가총액은 자회사 아쿠쉬네트 지분가치만도 못한 수준이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아쿠쉬네트의 지분 가치는 약 19억 4000만 달러(약 2조 3000억 원)에 달하지만 휠라홀딩스의 시가총액은 2조 1000억 원대에 그친다. 아쿠쉬네트의 가치를 제외한 휠라 사업권 가치는 마이너스(-) 2000억 원 안팎으로 계산되는 굴욕의 구간에 진입했다.
#휠라 브랜드 리빌딩 전략에 쏠리는 시선
휠라홀딩스는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의 아들 윤근창 휠라홀딩스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다. 윤 대표는 2007년 휠라USA에 입사했고, 2015년 한국으로 돌아와 휠라홀딩스의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진두지휘했다. 2015년만 해도 휠라홀딩스의 매출은 1조 원을 밑돌았지만 2019년에는 3조 원을 돌파했다. 실적이 상승하면서 윤 대표의 리브랜딩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이 영향으로 윤 대표는 2018년 휠라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기대와 달리 휠라 브랜드 충성도는 수년 만에 허물어졌다. 휠라는 2018년 어글리슈즈 ‘디스럽터2’를 내놓으면서 화제를 모았지만 열풍은 금세 식었다. 2021년 발표한 사이클화 ‘시냅스’와 러닝화 ‘뉴런’도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다만 휠라홀딩스는 중국에 매장을 대거 내놓은 영향으로 매출 자체는 늘고 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휠라홀딩스의 매출은 2020년 1~3분기 2조 3323억 원에서 2021년 1~3분기 2조 9347억 원으로 늘었다.
문제는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하이투자증권은 휠라홀딩스가 2021년 매출 3조 7777억 원, 영업이익 5486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2년 예상실적은 매출 3조 8800억 원, 영업이익 5570억 원이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본 셈이다. 메리츠증권도 2022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2021년 대비 각각 4%, 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휠라홀딩스의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방향성 설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 브랜드 리뉴얼 이후 5년의 시간이 지난 만큼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다시 한 번 방향성 설정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단기적인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시장에선 휠라의 브랜드 리빌딩에 대한 기대감도 존재한다. 체력도 충분하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휠라홀딩스는 연결 기준 보유 현금이 7200억 원 수준으로 신규 브랜드 인수합병(M&A)이나 브랜드 리스트럭쳐링(사업구조 개조) 등 다양한 체질 개선을 시도할 자금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휠라 관계자는 “휠라는 2017년 하반기부터 약 3년간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고성장했지만 지난 2년간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며 “향후 브랜드 가치 강화를 통한 지속 성장을 위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 재정비 중에 있다”고 전했다.
#파죽지세 F&F는 넘어야 할 벽
변수는 급부상하는 신흥 강자 F&F다. MLB, 디스커버리 등의 브랜드를 거느린 F&F의 매출은 2018년 8000억 원대에서 2021년 1조 원을 돌파했다. F&F의 초고속 성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대부분 증권사에서는 F&F가 늦어도 2023년 중에는 매출 2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 상승 흐름도 눈길을 끈다. F&F의 시가총액은 2019년만 해도 1조 원을 밑돌았다. 하지만 2021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후 두 회사의 합산 시가총액이 8조 원을 넘었다. 사업회사 F&F의 주가는 2021년 5월 36만 원에 시작해 현재는 90만 원대로 올라섰다.
F&F가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은 중국에서의 성과 덕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F&F는 원래 중국에서 2021년 중 250개의 매장을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너무 큰 인기 속에 500개 이상의 매장을 구축했다”며 “현재 중국 오프라인 채널의 기존점 성장률이 두 자릿수가 유지되면서 온라인 채널 또한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2022년 중 중국에서만 800개의 점포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F&F는 수수료 부담이 없는 중국법인을 통해 MLB, 디스커버리를 판매하면서 매출이 늘수록 이익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F&F의 2022년 예상 영업이익률이 28.6%에 달할 정도다. 이는 LVMH(루이 비통)의 25.8%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휠라홀딩스의 영업이익률은 10%대에 그친다. 일각에서는 F&F가 휠라의 기존 고객층을 잠식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F&F는 2021년 골프용품 업체 테일러메이드에 투자하는 등 휠라홀딩스와 유사한 행보를 보인다.
중국시장 동향에 정통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휠라의 브랜드 가치가 MLB보다 높았지만 어느새 큰 폭으로 역전됐다”며 “최근 중국 10대와 20대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휠라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가 처참한 수준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MLB 브랜드 접근성이 개선되면 휠라의 기존 고객 이탈이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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