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밀고나가는 힘, 뚝심 장점 반면 불통 될 수도”…“대선 후 검찰 내 윤 라인 줄사표” 흉흉한 얘기도
검찰 내에서도 특수통 검사로만 일하며 수사 실력으로 호평을 받은 윤석열 후보다. 이것이 ‘기획’을 경험해 보지 않은 정치력 부족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때 지지율이 앞설 때만 해도 ‘윤석열 라인들이 차기 주요 보직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인사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러다가 대선 후 줄사표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대선까지 지지율 변화에 따라 검찰 내부에선 이런 변화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을 경험했더라면…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 심상치 않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 결과에서 오차 범위 내로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몇몇 조사에서는 10%p 가까이 이재명 후보에게 열세를 보이기도 했다. 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가 2021년 12월 31일~2022년 1월 1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이 후보 41.0%, 윤 후보 37.1%를 기록했다. 동아일보가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39.9%의 지지율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30.2%)를 9%p 넘게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전두환 씨 옹호 발언, 청년 구직 어플리케이션(앱) 발언 등 잇따른 설화는 물론, 배우자 김건희 씨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뒤늦게 사과를 한 점 등이 지지율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떨어지는 지지율을 놓고 검찰에서는 ‘원래 가진 단점이 드러난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술자리에서는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다. 편하게 자기의 과거 경험을 얘기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도 소신 있게 얘기하는데 문제는 그런 자리에서도 자신의 얘기만 주로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남의 얘기를 잘 듣기보다는, 주로 말을 주도하고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하는 편이다. 전두환 씨 평가 논란 등은 그런 성향이 문제점으로 고스란히 드러난 것 같다. 2021년 초에 검찰총장을 두고 떠날 때만 해도 정치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려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금 보여주는 모습을 보니 준비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윤석열 후보와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검사)
“검찰이 기획과 특수, 공안, 형사로 분류가 된다면 윤석열 후보는 이 중에서 특수 수사만 했던 사람이다. 특수통들은 첩보 등을 듣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면 이를 수사로 입증해 밀고 나가는 힘이 있는데 그게 정치에서는 ‘뚝심’이라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거꾸로 ‘불통’으로 드러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기획을 하면서 검찰 전체를 아우르는 정책 관련된 경험을 했다면 정책 관련해서도 지금만큼의 비판은 받지 않았을 수 있을 것 같다.”(윤석열 후보와 가까운 검사)
최근 사퇴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내놓은 평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 전 위원장은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윤 후보의 장점으로 ‘추진력’과 ‘실언’을 각각 꼽은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1년 가까이 검찰총장 자리에 있으면서 자기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끝까지 주장했기 때문에 일반 국민이 그것을 높이 샀다. 본인이 강한 추진력을 갖고 산적한 여러 국가적 문제를 돌파할 능력을 가진 것을 장점으로 본다”고 답했다. 윤 후보의 단점으로는 “정치적 용어를 활용하는 데 능숙하지 못하다. 정치 감각은 조금 모자란 면이 있는데 그런 것에서 발생하는 말실수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쓴소리 해줄 측근이 없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후보에게 ‘직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적은 게 문제의 본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윤석열 후보는 2021년 3월 4일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이후 정치 행보를 시작하며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났다. 현재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일명 측근들로 평가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정치 행보를 시작한 뒤에 만난 인물들이다.
그 전부터 윤 후보와 가까웠던 이들은 ‘서초동 캠프’로 불리는 외곽 팀에 속해있다. 이완규·손경식 변호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실제 윤 후보 본인이나 장모 등 가족사건 대리인을 맡고 있다. 특히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 부장검사로 근무하며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했던 주진우 변호사가 서초동 캠프에서 가족 관련 법률 업무를 총괄하는 ‘핵심’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윤 후보 본인에게 ‘쓴소리’를 직접 할 수 있는 인물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윤 후보를 잘 아는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정보를 공유하면서 함께 고민하는 리더가 있고, 정보를 제한적으로 공유하면서 전체적인 그립(장악력)을 혼자 잡고 가는 리더가 있는데, 윤 후보는 후자에 가깝다”며 “그러다 보니 분야 별로 윤 후보에게 자신의 생각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있을지 몰라도 전체적인 문제에 대해서 쓴소리를 할 수 있는 법조계 출신 지인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찰에 남아있는 윤석열 라인들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올 때만 해도, 검찰 내 남아있는 윤석열 라인 검사들이 차기 정부에서 중용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정반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월 중 소폭 인사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한동훈 검사장 등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검사들도 움직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광주고검과 대전고검에 각각 비어있는 검사장급 직위 두 자리를 채우는 정도의 소규모 인사가 점쳐진다. 박범계 장관은 2021년 12월 29일 법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전진(승진) 인사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최종 인사권자인 대통령께 여쭤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대선을 코앞에 둔 만큼 중간 간부급 이상의 인사는 직제개편에 따른 소규모 인사이동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검사장이 2명 이상 임명될 경우 검사장 이동 및 고검장 승진 등 적지 않은 고위간부들이 새로운 보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연스레,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특수통 검사들이 또 다시 비핵심 보직으로 좌천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법무부 소식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승진 인사는 윤석열 후보 감찰을 주도한 박은정 성남지청장(사법연수원 29기)과 법무부 검찰과장을 지낸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4차장(사법연수원 30기)을 승진시켜주려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마지막까지 친정부 성향 검사를 챙기는 인사를 한다면, 거꾸로 한동훈 검사장 등 윤석열 라인들은 좌천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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