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10%대 육박, 여야 모두 러브콜…단일화 필패 가능성, 차차기 고려 완주 관측도
2022년 새해를 맞아 실시된 20여 건의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율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골든크로스가 이뤄졌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윤석열 후보 지지율 하락의 최대 수혜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보인다. 일요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2021년 12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관련기사 [신년 여론조사] ‘대선후보 지지도’ 이재명 38.4% vs 윤석열 38.3%…TK도 박빙)에 따르면 윤석열 후보는 12월 초 대비 6.6%포인트(p) 하락한 38.3%를 기록했다. 이재명 후보는 38.4%로 같은 기간 대비 1.5%p 오른 데 그쳤지만, 안철수 후보는 2.8%p 상승한 6.0%였다(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하 동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2021년 12월 31일부터 2022년 1월 1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 지지율이 9.2%로 나타났다. 이러한 안 후보 지지율 상승은 ‘윤석열 후보에게 실망했지만 이재명 후보는 지지할 수 없다’는 일부 중도·보수층이 안철수 후보에게 넘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안 후보는 과거 굵직한 선거 때마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땐 ‘신드롬’을 일으키며 정치권에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정작 선거를 앞두곤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출마 선언까지 하고,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단일화에 나섰다. 하지만 단일화 방식에 합의가 되지 않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미국으로 떠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 없이 완주해 21.41% 득표로 3위를 차지했다. 이어 2018년 지방선거에 서울시장 바른미래당 후보로 출마해 완주했지만 19.55% 득표로 낙선했다. 2021년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경선을 치러 패배해 후보 사퇴를 해야 했다.
안 후보 지지율 상승으로 거대 양당 셈법도 복잡해졌다. 안철수 후보 행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윤석열 후보는 12월 30일 안 후보에 대해 “한국 정치 발전에 역할을 많이 해오셨고 상당히 비중 있는 정치인”이라며 “저와 안 후보는 이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열망이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 역시 12월 26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야권에서 가장 의미 있는 후보는 안철수 후보다. 현재 5% 지지율로 사그라라지기에는 아까운 분”이라며 “연합이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여야 모두 안 후보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정가에선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각을 세워온 만큼 이재명 후보와의 단일화는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안 대표 측근 역시 “이재명 후보와의 단일화 얘기가 나오는데, ‘반문’을 외쳐온 안 후보로선 갈 수 없는 길”이라고 잘라 말했다. 송 대표 발언도 단일화를 염두에 뒀다기보다, 안 후보를 민주당과 연결시킴으로써 윤 후보의 빠진 지지율이 안 후보로 가는 것을 경계하는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송영길 대표가 자꾸 안 후보를 언급하면서 오히려 안 후보 지지율을 올려주고 있다”며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후보를 지속적으로 무시하고 깎아내렸다. 이게 영향을 줘 결국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후보가 안 후보를 꺾을 수 있었다. 송 대표가 안 후보를 이제 그만 소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몸값이 오른 안철수 후보는 대선 완주를 강조하고 있다. 안 후보는 1월 2일 국회에서 진행한 정책 기자회견에서 여야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제가 당선되고 저로 정권교체가 돼서 이 시대를 한 단계 더 앞서 나가게 하는 새 시대의 맏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1월 5일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초청 특강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겠다”며 “저만이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안 후보 측은 지지율을 계속 끌어올려 1월 말부터 2월 초 ‘3강 트로이카 체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여권 한 전략통은 이렇게 말했다.
“안 후보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에서 당연히 완주를 말하지 않겠나. 윤 후보 하락세와 안 후보 상승세는 긴밀히 연결돼 있다. 유권자들이 윤 후보 대체재로 안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안 후보는 윤 후보에게서 떨어져 나오는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윤 후보와 각을 세우며 차별화해도 부족한 판이다. 그런데 여기서 단일화 가능성을 언급하면 윤 후보와 한데 묶이게 된다. 오히려 대체효과를 스스로 반감하는 셈이다. 속마음에는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더라도 지금은 끊는 게 맞다.”
안철수-윤석열 후보 단일화를 위해서는 지지율 추이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안 후보와 함께 일한 바 있는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응한 경우는 두 번이다. 2012년 대선과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다. 두 번 모두 안 후보가 지지율에서 박빙이거나, 미세하게 앞서고 있을 때였다. 안 후보는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경우에만 단일화에 나섰다. 현재 지지율로는 단일화 논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안 후보 내부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가 JTBC 의뢰로 지난 1월 1일과 2일 실시한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가정한다면 누가 더 적합한가’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중 41.1%가 안 후보를 꼽았다. 윤 후보는 30.6%로, 두 후보 격차는 10.5%p였다.
하지만 단일화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높다. 앞서 안 후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여론조사 대상 및 비율, 문구 등 세부사항을 두고 파행을 거듭하는 논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안 후보는 제1야당의 높은 벽에 부딪혔다. 대선 단일화 협상은 이보다 훨씬 신경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의 안 후보 측 정치권 관계자는 “안철수 후보는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거대 정당의 조직 힘을 맛봤다. 이에 더욱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관철시키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철수 후보가 완주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차기보단 차차기를 고려한 판단이라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군사정권 이후 보수와 민주정당 모두 10년 이상 정부를 잡은 적이 없다. 그럼 이번에 정권을 민주당에 다시 내준다고 해도, 다음 대선에서는 그만큼 보수진영이 정권을 되찾아오기 유리해진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이번 대선에서 ‘중도사퇴’ 이미지를 벗고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차원에서 완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현재 상황을 보면 안철수 후보가 꽃놀이패를 쥐었지만, 본인이 대통령이 되는 패는 아니다. 그런데 안 후보는 대통령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안 후보로의 단일화는 필패일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그럴 경우 안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 손을 잡을 수도 있다. 어떤 구상이 이익인지 안 후보가 판단할 것이다. 현재 안 후보는 한 쪽과 손을 잡아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고 그 안에서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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