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오늘도 카메라를 챙겨 집을 나선다. 30년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해 온 일이다. 집에서 가까운 김포 들녘에서부터 오대산 깊숙한 곳까지 그가 이렇듯 발품을 파는 이유는 사라져 가는 이 땅의 수많은 새들을 한 마리라도 더 카메라를 통해 기록해 두기 위함이다.
있으나 관심을 갖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 보이되 기록하지 않으면 잊혀진다는 것이 그의 신념. 그 신념을 통해 그는 이미 멸종위기종이 돼버린 긴점박이올빼미, 참수리, 흰꼬리수리 등 맹금류를 비롯하여 재두루미와 같은 귀한 새들의 은밀한 삶을 담아낼 수 있었다.
윤순영씨는 요즘 마음이 무겁다. 지난 30년 동안 늘 봐왔던 재두루미의 모습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전 재두루미를 통해 새에 대한 관심을 가졌기에 어느 새보다 애정이 깊은 재두루미. 이런 애정 때문에 그는 일찍이 러시아 힝간스키를 방문하기도 했다. 재두루미의 산란과 성장의 모습 등 더 많을 것들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계에 남아있는 재두루미의 수는 어림잡아 2000~3000마리. 우리나라의 경우 80년대만 해도 매년 2000~3000 마리가 날아들었지만 2003년에는 120마리, 그리고 작년에는 32마리 밖에 찾아오지 않을 정도로 급감했다.
역시 이유는 간단하다. 귀소본능이 강한 재두루미가 먼 길을 되돌아왔지만 하늘에서 내릴 마땅한 장소가 사라져버린 때문이다. 김포의 홍도평야는 점차 개발로 사라지고 있으며 부천과 인천 경계에 있는 대장동평야 역시 개발계획이 발표됐다.
사람들은 더러 '그깟 새 몇 마리가 뭔 대수냐'고 말한다. 새 때문에 개발을 망설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항변이다.
하지만 이 땅은 오래 전부터 인간만의 땅이 아닌 수많은 생명들의 땅이었다는 것이 윤순영씨의 주장. 때문에 순영씨는 요즘도 얼마 남지 않는 들녘을 찾아 먹잇감을 뿌리고 또 뿌린다. 한 마리의 큰기러기, 두루미라도 더 오게 하려는 간절한 희망 때문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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