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8과 11’. 2021년 기준 미국과 한국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 수다. 미·중은 전 세계 유니콘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2021년 전 세계 유니콘의 51%(480개)가 새롭게 탄생했지만, 이 중 한국 기업은 단 1개만 포함되는 데에 그쳤다. 2020년 국내 스타트업 신설 법인은 12만 개를 돌파했고, 2021년 투자 금액은 12조 5505억 원에 달할 정도로 활발하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70%는 창업 후 5년 이내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고 사업을 접고 있다.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 속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으로 무장한 유니콘 발굴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유니콘에 도전하는 국내 스타트업의 현황과 개선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일요신문] 이커머스 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영향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가운데 특정한 관심사를 가진 고객층을 공략하는 ‘버티컬 플랫폼’의 약진이 돋보인다. 실제 단 하나의 카테고리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전문몰이 종합몰 성장세를 압도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온라인 침투율이 낮았던 식품과 패션에 이어 ‘리빙·인테리어’ 플랫폼이 주목을 받고 있다. 리빙·인테리어 스타트업 ‘라운디드’는 중저가 제품을 통해 리빙 분야 플랫폼 시장을 연 ‘오늘의집’과는 다른 노선을 걸으면서 이목을 끈다. 국내외 작가들과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PB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은 전략 덕분인지 유수의 대기업들과 협업해 공간디자인, 브랜딩 등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고급 소비재를 유통하는 백화점업계와의 협업까지 예고하면서 그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서 약진 중인 ‘버티컬 플랫폼’
신선식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니콘 대열에 합류한 마켓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은 대표적인 버티컬 플랫폼이다. 패션 플랫폼을 둘러싼 각축전도 치열하다. 2020년 무신사는 연간 거래액 1조 2000억 원 시대를 열었다. 여성 패션 플랫폼 중 처음으로 연간 거래액 1조 원을 돌파한 지그재그는 카카오에 인수됐다. 신세계그룹은 더블유컨셉코리아를 인수했다. 현재 발란, 머스트잇, 트렌비, 캐치패션 등의 명품 쇼핑 플랫폼까지 부상하고 있다.
버티컬 플랫폼의 성장세는 다른 플랫폼에 비해 두드러진다. 통계청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 1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에서 종합몰(11조 1111억 원)은 전년 동월 대비 9.6%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문몰(6조 3965억 원)은 30.7%나 증가했다. 10월에는 종합몰이 14.7%, 전문몰이 36.2% 늘었다. 전문몰이 매월 종합몰의 성장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 중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 ‘리빙·인테리어’ 카테고리다.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집 꾸미기’ 열풍이 불었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온라인 쇼핑몰 가구 거래액은 4조 9944억 원으로 2019년(3조 5359억 원)보다 41% 증가했다. 전체 가구 소매판매액(10조 1766억 원)의 49%가 온라인에서 팔린 셈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인테리어 시장 규모는 2015년 27조 5000억 원에서 2021년 41조500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리빙’ 열풍 속 본격 등장 ‘라운디드’
리빙·인테리어 플랫폼 스타트업 ‘라운디드’는 시장의 훈풍 속에서 색다른 전략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라운디드는 국내외 작가 및 브랜드의 제품을 발굴하고 다양한 협업을 통해 제품을 개발하고 차별화된 공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우리은행, 퀀텀벤처스코리아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으면서 5년간 해왔던 외주사업을 접었고, 2020년 플랫폼을 론칭했다. 제품은 작가 및 브랜드의 일반 ‘EB제품’과 라운디드가 입점 및 전속 작가의 디자인을 가구로 제조하는 ‘PB제품’으로 구분된다.
유정규 라운디드 대표는 “다른 브랜드들은 제품을 큐레이션해 공간을 기획한 콘텐츠를 통해서 고객을 유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우리는 단순히 제품이 아닌 작가와 브랜드가 갖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와 히스토리를 소비자에게 전달한다”며 “제품 큐레이션보다는 한 명의 작가 히스토리를 중점적으로 두고 있다. 한마디로 제품보다는 사람의 가치에 우선을 두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2020년 사업 초기에는 라운디드 팀장들이 직접 발로 뛰면서 100여 작가 및 브랜드를 모집했다. 2021년부터는 작가들이 먼저 알아보고서 입점할 정도로 업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현재 입점 작가 및 브랜드는 250여 개, 취급 품목 수(SKU)는 2000개에 달한다. 또 가구를 고객의 니즈에 맞게 맞춤형으로 제작·개발해주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입점 작가 및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PB 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새해에는 대량 PB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유정규 대표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실적이 100%씩 성장하고 있다”며 “특히 3년 동안 스타트업 초기 적자 구간을 거쳤고, 올해는 많이 준비해온 것들을 준비를 폭발력 있게 선보이면서 J커브를 그리는 성장을 하고 싶다. 올해 목표 연간매출은 전년보다 3배 이상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라운디드가 참여해 공간디자인을 한 곳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삼성그룹과의 협업이 돋보인다. 식물형 공기청정기, 스타필드 네이쳐 아트, 에버랜드 쇼룸 기획 및 디자인 등은 삼성물산과 진행한 프로젝트다. 신세계그룹과의 협업도 진행했다. 스타필드 안성 포레스트 가든과 밀키 고양·안성 스타필드점, 에멕 앤 볼리우스 신세계 영등포점 등의 공간을 디자인했다. 이 밖에도 Space 42의 브랜딩과 공간디자인을 선보였다.
유정규 대표는 삼성물산 프로젝트에 애착이 크다. 그는 “삼성물산과의 식물형 공기청정기 사업은 2년에 걸친 프로젝트다. 특히 공간의 이해도가 높다고 평가하면서 스타일링까지 추가로 제안해주셨다.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값진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라운디드의 미래 성장 동력은?
라운디드는 리빙과 공간설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 중 한 곳과 협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백화점 3사는 최근 몇 년간 리빙관을 리뉴얼하고, 영업장을 줄이는 대신 복합 예술·문화 등의 공간디자인에 힘을 싣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리빙 부문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2020년 현대·롯데백화점 리빙 부문 실적은 2019년보다 각각 20%, 16% 증가했다. 같은 해 신세계의 가구 부문 신장률은 30.3%에 달했다. 2021년에는 신세계 39%, 현대 29%, 롯데 28%로 더 큰 폭으로 성장했다. 2021년 롯데쇼핑이 한샘 인수에 참여하면서 3사 모두 가구회사를 보유했다. 앞서 2012년 현대백화점은 리바트를, 2018년 신세계는 까사미아를 인수한 바 있다.
유정규 대표는 “아직 협의 단계라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백화점 3사 중 한 곳과 사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대형 유통 채널에서 저희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다. 다만 구성원들이 무리가 없고, 작가분들과의 협업이 잘 이뤄질 수 있겠는가 등을 고려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대형 유통 채널과 함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라운디드는 작가들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유튜브, 잡지 등의 콘텐츠 제작에도 나설 계획이다. 더 나아가 블록체인 기술인 NFT(대체불가토큰)와 메타버스 등의 트렌드에 발맞춘 신사업도 발굴할 계획이다. 유정규 대표는 “매니지먼트와 MD 업무가 혼용돼 있다고 보면 된다. 작가와 브랜드를 통해 K-콘텐츠를 선보이고 싶다”며 “IP와 데이터들이 자산이다. 디지털화해서 사업을 연계한다면 외연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별성을 가지고 오프라인 매장으로도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