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휴전된 지 69년이 지난 현재 한반도는 여전히 군사적 긴장 상태에 놓여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21년 9월 22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4자의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한 것. 하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종전선언의 중요한 키를 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격화돼 가고 있다. 또한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은 진전이 없고 외려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며 무력시위를 하는 등 종전선언까지 갈 길은 멀게만 느껴지는 현실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 신년사에서 마지막까지 남북의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보수와 진보 정권 시기 남북 대화의 중심에서 활약했던 박철언, 정세현 두 전 장관과 함께 남북관계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대응을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일성 주석부터 시작된 유례없는 3대 세습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정은. 그는 집권 10년간 '인민대중제일주의'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는 등 '김정은 주의'라 불리는 독자적인 사상체계를 선포하며 권력을 확고히 했다.
일각에선 오늘날의 북한이 선대들의 시대보다 살기 좋아졌다고 평가하지만 또 한편에선 김정은이 핵무장만을 고집해 미국이 대북제재 카드를 꺼내 들게 했다고 지적한다. 이는 결국 남북관계가 좁혀지지 않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는데.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하자마자 곧바로 시장을 확대하면서 열심히 일한 사람은 그만큼 시장을 통해서 돈을 벌 수 있게끔 허용을 했고 과거에 중국 수입에 의존했던 물건들의 상당 부분을 이제 북한이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거죠"라고 말했다.
남북 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탄생한 단일팀 '코리아'. 5공 6공의 대북 비밀 특사로서 활약해온 박철언은 당시 체육청소년부 장관으로서 남북단일팀을 탄생시킨 주역이었다. 그리고 통일원 보좌관으로 시작해 30년 동안 통일부에 머물며 남북관계의 중요 순간마다 빠지지 않았던 인물 정세현. 그는 첫 남북정상회담과 개성공단 설립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정치적 노선으로는 정반대에 서 있는 두 백전노장은 한반도의 종전선언과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두 사람 모두 우선순위는 다를지언정 남북의 평화를 위해선 지속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을 종전선언을 위한 무대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하면서 현 정부 임기 내 실현이 어려워진 상태. 일본 또한 종전선언이 '시기상조'라며 난색을 표했는데 이를 두고 전문가는 남북 간 협력에 대한 견제 심리가 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주변 각국의 복잡한 셈법 속에서 한국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으며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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