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까칠한 그녀의 달콤한 연애비법>의 한 장면. |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연애학’을 가르치는 모리가와 도모노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기존의 결혼 적령기 남녀의 이상형 조건 중 큰 비중을 차지했던 남성의 ‘연 수입’과 여성의 ‘외모’에 더해 최근에는 섹시한 외형과 건강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외모는 얼굴뿐만이 아니라 몸 전체의 조화 등도 따지며, 남녀 모두 상대방의 건강을 중시해 심지어 불륜의 경우에도 중요한 조건이 됐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인의 키스를 다룬 소위 ‘키스 경제학’ 연구다. 남녀가 키스를 하기까지 몇 번이나 만나고, 데이트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모리가와 교수는 “일본의 20~30대 남녀가 키스에 이르기까지 평균 데이트 횟수는 3회”라고 한다.
전형적인 패턴으로는 첫 데이트에서 식사를 하고 헤어지고, 두 번째 데이트에서 손을 잡고, 세 번째에 키스를 한다. 키스에 이르는 데이트 비용은 평균 4만 엔 정도(약 53만 원)가 든다고.
흥미로운 점은 일단 키스를 하고 나면 섹스까지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키스 후 서너 번 정도 데이트를 더 하면 대다수의 남녀가 섹스를 하게 된다. 즉 평균적으로 데이트를 대여섯 번 정도하면 섹스에 도달하는 셈이다. 그러나 키스 단계를 건너뛰고 섹스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키스에서 섹스까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고 해서 키스 단계를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모리가와 교수는 “키스는 섹스에 이르는 중요한 전단계로 관능적으로 얼마나 성의 있게 잘하느냐에 따라 다음 단계까지 걸리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키스를 했는데 더 이상 진전이 없으면, 철저한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고 봐야 한다. 특히 남성의 경우 담배 냄새, 음식 냄새, 머릿내 등을 풍기면 키스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 그래서 모리가와 교수는 “자주 이빨을 닦고 목욕을 하는 기초적 생활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성을 만나는 뉘앙스를 품은 말이나 행동으로 키스 분위기가 어색하게 느껴질 경우도 다음 진행이 매우 힘들다. 데이트의 모든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상대방을 좋아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잘못하면 그냥 한번 심심풀이로 만나는 사람 정도로 인식돼 더 이상 발전이 어렵다.
아무리 노력해도 키스 후 관계에 아무런 변화의 조짐이 없고, 이유도 도통 모를 때는 어떻게 할까? 언뜻 직접 상대에게 원인을 물어보는 정공법으로 돌파하려는 마음이 들겠으나 솔직한 답변을 듣는다는 보장이 없고, 자칫하다간 만남이 끝날 수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다. 예를 들어 ‘왜 성관계가 싫냐’고 꼬치꼬치 묻다가는 그 즉시 관계가 끝나버릴 수도 있다.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서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는 게 최선의 전략이다. 연락을 자주 하지 말고 상대방이 나를 봐주길 기다려야 한다. 어찌 보면 밀고 당기는 연애의 전략 중 가장 기초적인 법칙이다. 이렇게 해도 잘되지 않을 때는 빨리 그 상대를 포기하는 게 차라리 현명하다고.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