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웅 북한 IOC위원은 전화인터뷰를 통해 ‘평창 방해설’에 대해 해명했다. 작은 사진은 지난 6일 남아공에서 열린 IOC 총회 개막식에서 참석 위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웅 위원. 연합뉴스 |
<일요신문>이 지난주 갑자기 불거진 장웅 IOC 위원의 평창 방해설과 관련해 오스트리아 빈 현지에 머물고 있는 장 위원과 직접 전화인터뷰를 시도했다.
#윤리적으로 말도 안돼
지난 7월 22일 국내 주요 언론이 장웅 북한 IOC 위원이 평창의 2018동계올림픽 유치과정에서 평창이 아닌 독일의 뮌헨을 지지했다는 보도를 했다. 복수의 기사에 따르면 장 위원이 개최지 최종 선정을 앞두고 독일이 주도하는 IOC 위원 모임에 비공개리에 참석했고, 뮌헨 지지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또 장 위원이 ‘평창의 유치 가능성은 낮다’는 소문을 퍼트리고 다녔고, 심지어 4년 전인 2007년에도 평창이 아닌 소치에 투표했고, 이후 북한이 상당한 반대 급부를 챙겼다는 얘기까지 언급됐다. 주요 내용에 대한 정보 제공자는 대북소식통 등 익명으로 처리됐다.
이에 장 위원은 7월 22일 <일요신문>과의 국제통화에서 “바빠서 아직 한국에서 그런 보도가 나왔다는 것을 접하지 못했다. 2007년(과테말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뭐 큰일이 있고나면 말들이 많은 법이니, 그저 한국 언론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문을 텄다.
장 위원은 당시 일화도 하나 소개했다. IOC 위원으로 국제수영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무스타파 라파우 회장(알제리)이 과테말라 총회 후 한국에 갔는데 장웅 위원이 한국을 찍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것이다. 마침 라파우 회장은 과테말라 투표 때 장 위원의 옆자리에 앉았고, 당시 자리가 비좁아 옆 사람의 투표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이번 더반에서는 좌석 간격이 넓었다고 한다). 장 위원의 투표 내용을 알고 있는 라파우 회장이 오히려 그런 얘기를 전하는 한국 측 인사들에게 대신 해명했다고 한다. 그 일이 있은 후 라파우 회장은 장 위원에게 “같은 민족인데 왜 그런 소문이 나도는지 모르겠다. 장 위원이 어디를 찍었는지, 내가 봤기 때문에 한국 측 인사들에게 정확히 설명했다”라고 말했단다.
장 위원은 이번 남아공 더반 투표에 대해서도 “투표를 한 IOC 위원이 어디를 찍었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래서 어떻게 투표했는지 말하지 않겠다. 그런데 마치 투표 내용을 아는 듯 근거 없이 추측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투표를 떠나 내가 평창에 대해 음해를 하고 다녔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적이 없다. 또 외국사람들이 보기에 부끄러워서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IOC 위원들은 후보도시들에 대해 물어보면 모두 덕담을 하는 것이 상례다. 그런데 내가 같은 민족의 도시를 깎아내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장 위원은 “요즘 정치적으로 남북관계가 좋지 않으니 그런 보도를 할 수 있다고도 이해하고 싶지만 상식을 벗어나는 심한 내용은 삼가는 것이 좋다. 그렇게 계속 하면 감정만 상할 뿐”이라며 “한국 언론이 그런 기사를 쓸 때는 나한테 먼저 확인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창 완승은 동정표 많아
한편 장 위원은 평창의 완승에 대해 동정표가 많았고, 2014년 소치 후에 다시 유럽에서 동계올림픽을 노린 뮌헨의 타이밍이 좋지 않았고, 2020년 하계올림픽을 노리는 마드리드, 로마, 파리 등 유럽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향후 IOC에서의 최대 관심은 유럽 개최가 유력시되고 있는 2020하계올림픽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장 위원은 또 이건희 삼성 회장 등의 유치활동에 대해서도 “가족까지 데리고 오는 등 수고가 많은 것 같았다”고 짧게 평가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조양호 유치위원장이나,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에게 물어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직접 물어보시라”고 언급했다.
장 위원은 “진심으로 평창의 유치를 축하한다. 그리고 남북공동개최는 더 없이 좋은 얘기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정리했다. 향후 IOC의 세력 구도에 대해서도 “이번에 뮌헨이 탈락하면서 토마스 바흐가 차기 위원장이 될 것이 한층 확실해졌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를 맡고 있는 장웅 IOC 위원은 근황에 대해 “오는 9월 평양에서 열리는 제17회 ITF세계선수권 대회 준비로 바쁘다. 그리고 IOC 일도 좀 있어서 9월 전에 로잔도 두 번 가야 하는 등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자서전 집필을 시작했지만 물리적으로 바빠 거의 진행하지 못했다고도 전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