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카카오 ‘주문하기’ 존재감 미미…경쟁력 얻기 위해선 “라이더 확보 먼저”
#네이버-카카오 주문하기, 몰랐지?
네이버는 2019년 1월부터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동네시장 장보기는 이용자 위치를 기반으로 동네 전통시장의 식재료와 반찬, 조리가 끝난 음식 등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2시간 내 또는 당일 배달하는 서비스다. 생고기와 건어물, 채소 등 식재료를 비롯해 떡볶이·순대·김밥 등 음식도 주문할 수 있다.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통시장은 2020년 10곳에서 현재 164곳으로 크게 확대됐다. 네이버는 전통시장들의 2021년 상반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00% 이상 증가하는 등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장보기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지역별 이용 편차도 심하다.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이나 강서구 화곡본동시장 등은 평점과 리뷰가 상점마다 수백 개씩 달려 있지만, 마포구 망원시장과 종로구 통인시장, 중랑구 동부시장 등 시장 대부분은 리뷰와 평점이 없는 상점이 많다.
카카오의 경우 비슷한 서비스 ‘주문하기’를 2017년 3월부터 운영 중이다. 이용자는 카카오톡 앱 내 카테고리에서 숟가락과 포크 모양이 그려진 주문하기 탭을 누른 뒤, 원하는 음식점과 메뉴를 클릭해 결제하면 음식을 배달받을 수 있다. 약 50개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2만 5000여 개 중소사업자들이 입점해있다. 서비스의 존재감은 네이버 장보기보다 훨씬 낮다. 배민과 요기요에서는 리뷰가 수백 수천 개씩 달려 있는 상점들이 카카오 주문하기에서는 하나도 없고, 있어도 4~5개에 그친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의 전통시장 주문은 대기업이 전통시장에 눈을 돌려서 유명한 음식들을 소비자에게 배달해준다는 점에서 중소상공인과의 상생에 기여해 사회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도 “평가와는 달리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배달 업계 내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고 전했다. 이어 “카카오 주문하기의 경우 가끔 푸시 알림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사업을 꾸준히 하려는 의지는 있는 듯한데, 현실적으로 존재감이 미미하다”며 “공공배달앱보다도 존재감이 없다는 얘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왜 안 통할까
업계에서는 뛰어난 플랫폼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주문 중개 서비스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로 차별성이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이 시장은 배민과 요기요, 쿠팡이츠가 3강 구도를 형성했고, 공공배달앱의 경우 경기도의 배달특급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신한은행이 배달앱 ‘땡겨요’를 최근 출시하는 등 후발주자도 꾸준히 등장한다. 저마다 차별성과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고자 단건 배달과 저렴한 수수료, 파격적인 프로모션 등으로 출혈 경쟁 중이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이러한 배달앱 ‘춘추전국시대’ 속에서 차별화 지점을 찾지 못했다는 평가다. 우선 선택지가 적다. 많은 상인들이 입점해있지 않아 1~2위 플랫폼에 비해 다양성이 떨어진다. 별도의 앱을 출시하거나, 사용자인터페이스(UI)·사용자 경험(UX) 등 시스템을 굉장히 쓰기 편하게 구축한 것도 아니다. 리뷰가 적어 상점과 메뉴를 비교하기도 어렵다. 기존 플랫폼을 활용하기 때문에 별도로 앱을 설치하거나 회원가입 하지 않고 이용 가능하다는 점은 장점일 수 있지만, 수많은 서비스 가운데 주문하기를 직접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소비자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라이더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배달대행업체와 제휴해 서비스하는 점은 속도 경쟁과 서비스 지역 범위 확대에 있어 한계로 작용한다. 배달 시장은 빠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홍보가 중요한데,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카카오와 네이버의 주문하기 서비스를 인지할 수 있는 통로가 많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아무리 네이버와 카카오라도 잘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소비자를 뺏어오긴 어렵다. 배달 시장은 투자비가 많이 들고 라이더와 소상공인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며, 날씨·계절·환경·경쟁사들의 동태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며 “배달사고와 노무 이슈 등 예민한 문제도 많이 얽혀있어 대기업도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도 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 공공앱 개발을 진두지휘했고, 현재 배달특급의 전국 확장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통령으로 당선돼 공약이 현실화하면 민간 배달사업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 국민 고용보험 의무화 시행으로 라이더들과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점도 해결 과제다. 1월부터 고용보험 적용을 받는 플랫폼 사업자에 라이더가 포함되면서, 본업이 겸업 금지 직종이거나 기초생활수급자·신용불량자 등 저소득층으로 정부 지원을 받고자 소득 노출을 꺼리는 사람들이 라이더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와 네이버가 이 시장에서 맥을 못 추는 이유로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사업을 소극적으로 영위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시장 규모가 꾸준히 커지는 중이고 미래 유망한 분야인 만큼 일단 발을 걸쳐놓고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는 얘기다.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사업하고 성과를 내는지 지켜본 뒤 불확실성과 정부의 플랫폼 규제 이슈가 해소되는 등 리스크가 줄면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배달대행업계 한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나 고용보험 가입 등에 대해 라이더들과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면 모를까 현재 후발주자가 섣불리 자리 잡긴 어렵다”며 “본격적으로 나서면 이래저래 공격을 많이 받을 수 있으니, 채널만 열어두고 시장을 관망하는 듯하다”고 봤다. 이어 “힘들이지 않고 서비스만 오픈한 채 끌고 가다가 추후 쓰일 때가 있다는 판단이 서거나 차별화 전략을 찾으면 제대로 드라이브를 걸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와 네이버가 음식 주문 중개업에서 경쟁력을 얻기 위한 핵심 요인으로 라이더 수급을 꼽는다. 음식점에서 조리를 아무리 빨리 해도 라이더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서비스 질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미 시장은 단건배달(한 건당 한 집만 배달하는 방식)이 대세로, 라이더 수급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쟁사보다 라이더 확보를 얼마나 잘 해내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상품 구색이나 수수료 등 서비스 전반에서 입점업체와 유저들이 기존 플랫폼에서 갈아탈 만큼 추가적인 효용과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앞서의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라이더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업체를 인수하지 않는 이상 직접 운영하기는 굉장히 힘들 것”이라며 “많은 소상공인을 유치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도 당연한 과제”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전통시장 장보기의 경우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한 서비스로 배민·쿠팡이츠 등과는 성격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시장 상인회·지자체와 협업해서 키워나간 서비스로 음식 주문 중개 플랫폼과는 결이 다르다. 기존에는 동네시장 먹거리를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전무했는데 네이버를 시작으로 타사에서도 유사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며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없었던 동네 시장의 먹거리와 상품을 온라인에서도 주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여 시장이 늘고 꾸준히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점하면 시장을 알리는 마케팅 효과도 얻을 수 있다"며 "온라인으로도 매출이 연결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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