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문기구 “상기도 감염 오미크론, 코로나19와 특성 달라”…경증환자 급증 대비 의료체계 마련 필요성
한 평범한 40대 직장인의 하소연이다. 아마 이 얘기를 들려준 직장인 한 명의 생각이 아닌 요즘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아니 전세계인이 다 비슷한 생각일 수도 있다.
매번 그렇지만 변곡점은 변이 바이러스다. 2021년 상반기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선언하는 국가들도 등장했지만 7월 즈음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대한민국은 7월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하필 그 즈음 델타 변이가 확산했다. 그리고 2021년 말 다시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서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됐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은 언제쯤 끝이 나는 것일까. 과연 끝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도 변이 바이러스와 직결된다. 당장은 오미크론이 문제지만 그 다음 변이가 또 등장할 수도 있다. 벌써 그런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우선 ‘B.1.640.2’라는 이름의 변이가 프랑스 마르세유 IHU 지중해 감염연구센터에서 발견됐다.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처음 발생돼 여행자를 통해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 ‘B.1.640.2’ 변이 관련 논문은 동료 평가를 거치기 전이다. 46개의 돌연변이와 37개의 유전자 결핍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 이번 변이는 오미크론의 먼 친척 정도 되는데 그만큼 전파력이 강하고 백신 회피율도 갖췄다.
더 놀라운 변이는 ‘델타크론’이다. 지중해 동부 섬나라인 키프로스에서 델타와 오미크론이 합쳐진 잡종 변이 ‘델타크론’이 발견됐는데 이를 발견한 키프로스대학 생명공학과 레온디오스 코스트리키스 교수는 “기본 바탕은 델타 변이지만 오미크론의 돌연변이 요소 10가지가 섞인 형태”라고 주장했다. 만약 오미크론의 전파력에 델타의 위중증률을 갖췄다면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델타크론은 실험실 오염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의 바이러스 학자인 톰 피칵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델타크론은 실험실 오염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라며 “바이러스 연구에서 실험실 오염은 종종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쿠르티카 쿠팔리 박사도 자신의 트위터에 “실험실 오염으로 델타 표본에 오미크론 염기서열 조각이 더해진 인공적인 염기서열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키프로스 연구팀은 실험실 오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실제로 실험실이 오염되지 않았을지라도 델타와 오미크론에 동시 감염된 사람의 체내에서 재조합이 이뤄졌을 가능성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B.1.640.2’이나 델타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제타, 에타, 세타, 요차, 카차, 람다, 뮤, 오미크론 등이 WHO가 공식 인정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로 가장 치명적인 변이로 손꼽힌 베타 등 대부분의 변이는 우세종이 되지 못해 일부 국가에서만 확산되다 사라졌다. 우세종이 된 델타가 전세계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미쳤고 이제는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돼가고 있다. 따라서 어떤 신종 변이가 또 등장할지보다는 오미크론을 밀어내고 우세종이 될 새로운 변이가 또 등장하느냐가 중요하다.
오미크론은 델타에 비해 전파력은 더 강하지만 위중증률과 치명률은 떨어지고 무증상 감염도 많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고 새로운 우세종 변이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코로나19가 단순 감기로 토착화되면서 대유행이 끝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선 이게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이를 위해서는 당장 급증하는 신규 확진자를 원활하게 관리해야 한다. 아무리 경증과 무증상 감염이 대부분일지라도 일일 신규확진자가 2만 명을 넘는 초유의 상황을 감당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치료자문기구인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중앙임상위원회)는 이미 코로나19가 끝났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오미크론이 델타 등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 만큼 ‘코로나22’라고 부르자고 제안한 것. 그렇다면 코로나19 대유행은 이미 끝났고 이제는 코로나22 대유행이다.
1월 12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이전 예정부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중앙임상위원회는 “12월 4일부터 17일까지 국립중앙의료원 입원 초기 오미크론 환자 40명의 임상 증상 경과를 분석한 결과 21명(52.5%)만 증상이 있고, 19명(47.5%)은 무증상이었다”며 “유증상자 21명 모두 치료나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경증이었다”고 밝혔다. 그 이후 입원한 환자 50명을 추가해 총 90명으로 대상을 넓혀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런 결과는 해외 오미크론 확진자에 대한 임상 증상 경과 분석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인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하기도 감염’으로 폐에서 세포가 번식해 폐렴 등 치명적인 호흡기 문제를 일으켰지만 오미크론은 상기도 감염을 일으켜 코, 인두, 후두, 구강 등 상기도에서 세포가 번식해 콧물 등의 경미한 증상만 유발한다”며 “하기도 감염이 아닌 상기도 감염을 일으키는 오미크론은 코로나19와 다른 특성을 보이는 만큼 ‘코로나22’로 불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앙임상위원회는 여전히 가장 좋은 방향은 감염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부스터샷 접종을 권유하며 “접종 시 중화 항체가 100배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의 델타 등 코로나19 대응 방역 및 의료대응 체계로는 오미크론 대유행 감당이 어렵다며 “피해 최소화, 사회 기능 유지 목표를 위한 엄격한 방역에서 유연한 방역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제는 경증환자 급증에 대비한 의료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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