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도 못 받는 가수 대신 돈 버는 물로 간다”…다이아 전 멤버 솜이, 성인방송 BJ 데뷔 설왕설래
화려한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이들이 부정적인 시선이 따르는 인터넷 방송으로 몰리는 것을 두고 “함께 활동한 멤버들이나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그들의 인터넷 방송 데뷔 전후 경제적 상황을 비교하며 “몇 년씩 정산도 못 받는 걸그룹으로 사느니 하루 만에 몇 십, 몇 백씩 벌 수 있는 인터넷 방송인이 낫다”는 옹호의 목소리도 높다. 데뷔한 뒤 수년 동안 생활고를 겪거나 휴식기가 길어지며 활동이 불투명해지다 보니 전 걸그룹 멤버라는 브랜드를 활용하기 쉽고,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많은 수익을 손에 쥘 수 있는 인터넷 방송으로 향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알려진 걸그룹 출신 인터넷 방송인은 다이아(DIA)의 전 멤버 솜이(본명 안솜이·22)다. 그룹 탈퇴 소식보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팬더TV의 BJ(인터넷 방송인)로 데뷔한 사실이 먼저 알려지면서 대중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개별 방송 주제가 분류돼 있긴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팬더TV는 성인 위주의 다소 선정적인 방송이 허용되는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는 탓이다.
솜이는 2017년 다이아의 추가 영입 멤버로 발탁돼 2019년까지 활동해 왔다. I.O.I(아이오아이) 출신 정채연이 속한 그룹이라는 점에서 성장이 기대됐던 다이아지만,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멤버들의 활동에도 제약이 걸렸다. 고작 1년 사이에도 수십 개의 아이돌이 데뷔했다가 사라지길 반복하는 2010년대 가요계에서 인기를 끌지 못해 활동 무대가 좁아진 그룹 멤버들은 대중들에게서 쉽게 잊힐 수밖에 없었다.
솜이의 경우 2019년 12월경부터 건강 문제와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다이아의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탈퇴에 무게가 실렸다. 특히 활동 중단 직전까지 정서적인 불안을 공개 호소해 왔기 때문에 그의 건강을 우려하는 팬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소속사였던 MBK엔터테인먼트는 2년 동안 침묵으로 일관해 왔는데, 솜이가 팬더TV BJ로 활동 중이라는 소식이 먼저 알려지면서 뒤늦게 현 소속사인 포켓돌스튜디오가 그의 탈퇴를 공식화했다.
솜이가 활동하고 있는 플랫폼인 팬더TV는 이른바 ‘벗방’(BJ가 시청자들의 요구에 따라 신체를 노출하는 방송)으로 불리는 성인용 콘텐츠 서비스가 가능해 팝콘TV 등과 함께 성인방송 플랫폼으로 분류된다.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걸그룹 출신 멤버가 대놓고 성인방송을 활동 무대로 택한 것은 솜이의 경우가 처음이라 그의 선택을 놓고 특히 다이아의 팬덤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기도 했다. 함께 고생한 멤버들이나 그를 사랑했던 팬들을 생각하지 않은 이기적인 결정이라는 것이다.
솜이의 이전에도 다소 선정적인 방송으로 유명세를 얻은 걸그룹 출신 BJ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8년 5월부터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 활동 중인 걸그룹 글램의 전 멤버 김시원(본명 김다희·28)은 “노래가 너무 하고 싶었다”며 아프리카TV로 향했지만 주력 콘텐츠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시청자들의 요구에 맞춰 섹시한 춤을 추는 것이다. 김시원의 경우는 아이돌로서 유명세를 얻기 전 배우 이병헌을 협박해 50억 원을 뜯어내려다 형사처벌 받은 ‘간 큰 아이돌’로 먼저 알려졌기 때문에 그의 인터넷 방송 전환을 놓고 팬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는 없다. 다만 글램의 해체가 김시원 때문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대중들의 비난은 거셌다.
그럼에도 인터넷 방송으로 큰 인기를 끈 김시원은 2021년 아프리카TV BJ 대상 시상식에서 ‘음악댄스BJ’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한 달 동안 별풍선(아프리카TV에서 시청자들이 BJ에게 제공할 수 있는 사이버머니) 약 676만 개를 받아 7억 원이 넘는 수익을 거뒀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언제 정산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무명 걸그룹으로 활동하는 것보다 금전적으로는 훨씬 나은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크레용팝 출신 엘린(본명 김민영·32)도 2018년부터 아프리카TV BJ로 활동해 왔다. 크레용팝은 유일한 히트곡 ‘빠빠빠’로 2013~2014년 잠깐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으나 그 이후로는 주목도가 떨어지면서 그룹보단 멤버 개인들의 활동이 주가 되면서 2017년 무기한 활동 중단에 이른다. 엘린 역시 이 시기를 기점으로 아프리카TV와 유튜브 등을 통해 BJ로 데뷔했다. 초기에는 먹방(음식을 먹으며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방송)이나 아이돌 시절 토크 방송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이후에는 다른 여성 BJ들이 그렇듯 시청자들의 요구에 따라 섹시 댄스를 추는 콘텐츠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엘린은 자신에게 많은 후원을 한 팬을 상대로 ‘로맨스 스캠’(교제를 미끼로 금품을 뜯어내는 사기)을 저질렀다는 폭로에 휘말리기도 했다. 당시 팬은 엘린이 자신과 사귈 것처럼 속여 별풍선만 7억 원 상당, 선물 등 금품을 합치면 총 10억 원 상당을 뜯어냈다고 주장했다. 몇 차례 진실 공방이 오가다 엘린은 결국 팬의 폭로를 인정하며 반성하고 자숙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인터넷 방송인으로 재데뷔한 걸그룹 멤버들에 대해 “업계의 나쁜 선례를 만드는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일부 남성 팬들은 걸그룹 멤버들을 두고 ‘쟤는 언제 성인방송으로 오냐’는 말을 공공연하게 내뱉기도 한다. 일본에서 아이돌로 활동하다 물의를 일으켜 섹시 화보나 AV(성인 비디오)로 빠지는 케이스를 한국에서도 보고 싶다는 것”이라며 “인터넷 방송으로 빠지는 친구들을 보면 그런 선례를 스스로 만든다는 데 화도 나고, 한편으론 아직 어린 애들이라 안타깝기도 하다”며 씁쓸해 했다.
이 같은 ‘재데뷔’는 아이돌 산업의 어두운 면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지적도 있었다. 메이저급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이상 계약기간으로 묶여있는 수년 동안 제대로 정산을 받지 못하게 되고, 심지어 계약기간 만료 전 탈퇴나 장기간 활동 중단에 이를 경우엔 다른 직업을 찾기도 어려워 결국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인터넷 방송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예기획사 홍보팀 관계자는 “순식간에 대중 인기를 얻는 그룹이라면 3~4년 안에 수익이 제작비용을 웃돌 수 있지만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그룹은 그렇지 못하다”라며 “중간에 방송 브로커나 매니저 등에게 수익 일부를 떼 주더라도 바로바로 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인터넷 방송이 그들에겐 아이돌 시절보다 좋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 만큼 덮어놓고 비난할 수는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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