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제작자로 SF드라마 첫 도전…“‘오징어 게임’으로 상향된 성공 기준 바뀌어야”
“제가 판단했을 때 ‘이건 꼭 필요하다’ 싶었으면 특별출연을 했을 수도 있죠. 그런데 그런 필요성을 못 느꼈어요. 제작사에서 특별출연 얘기가 나올 때 그냥 입을 막아버렸어요(웃음). 왜냐하면 시선의 쓸데없는 분산이 이뤄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그냥 목소리 출연만 했죠(웃음).”
정우성이 제작자로 참여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SF 미스터리·스릴러 드라마다. 공유, 배두나, 김선영 등 쟁쟁한 배우들이 참여한다는 소식에 국내는 물론 해외 K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도 기대작으로 꼽힌 2021년 마지막 넷플릭스 오리지널 K드라마이기도 했다.
다만 공개된 후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원작인 단편 영화를 8부작 드라마로 옮기는 과정에서 호흡이 늘어지고, 스토리의 템포도 불필요하게 느려졌다는 비판이 가장 컸다. 여기에 실제 과학 상식과 맞지 않은 설정도 지적되면서 SF 팬덤 내에서는 사실상 SF보단 판타지에 가깝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은 SF보다는 미스터리·스릴러로서의 스토리텔링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정우성은 이 같은 극명한 호불호를 어느 정도 예측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 역시 프로덕션 일원으로서 끊임없이 ‘이게 타당해?’라는 질문을 많이 던졌어요. 그런데 과학적인 근거로 인해 이 세계관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당연하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요의 바다’를 선택할 때는 과학적 근거보단 그 세계관 안에서의 질문을 바라 봤어요. 과학보단 철학에 가깝단 생각을 했죠. 어떤 것을 지키며 작품을 만들어야 할지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과정들이 반복됐고, 그렇기에 (과학적 근거에 대한) 지적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면서 그와 더불어 ‘고요의 바다’가 던지는 질문도 온전히 존재한다는 것도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정우성이 이 작품에 가진 애정의 크기 덕이었다. 늘 현장에서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호흡했다는 그의 촬영 현장 속 모습을 넷플릭스가 최근 공식 SNS(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공개한 바 있다. 달의 표면을 표현해 내기 위해 입자가 고운 흙과 모래를 사방에 깔아 놓은 현장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대로 발자국이 남기 일쑤였다. 한 장면을 찍을 때마다 어지럽게 바닥을 수놓는 그 자국들을 정우성이 빗자루로 쓸어내고 다시 모래를 채우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현장에 임하는 제작자들의 모습은 다양하겠지만 마음은 같을 거예요. 저는 현장에서 늘 작업했던 사람이고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노출되는 문제점들,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방법들을 빨리 캐치할 수 있었던 거죠. 그리고 우리가 찍어야 할 목표 분량을 주어진 환경과 시간 안에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제가 솔선수범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솔선수범이란 말로 표현하기보단, 그저 저는 제 입장에선 제가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그냥 ‘당연함’이라는 말이 더 맞는 것 같아요.”
그런 정우성의 모습은 대중뿐 아니라 후배 배우들에게도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 같았다. ‘연예인의 연예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동경의 대상으로 꼽혔던 그를 가리켜 공유(한윤재 역)는 “인간적으로 친한 형을 만나게 된 것 같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상대가 먼저 벽을 허물어줬기 때문에 더 수월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게 이번 ‘고요의 바다’ 출연진들의 이야기였다.
“어떻게 보면 (후배들이 가지는 이미지는) 편견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관계 속에서 참 많은 편견을 가지고 살잖아요(웃음). 상대에 대한 어려움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저 역시 온전한 배우 공유에게 편견 아닌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함께 작업하면서 공유 씨가 저와의 관계에 있어서 친근함이 생겨서 그렇게 말씀해주신 것 같아요. 어떤 작업을 통해서 상대에 대한 존중이 긍정적인 모습의 접근으로 변하는, 그런 과정을 공유 씨와 함께 겪었던 것 같아요. 공유라는 배우, 그런 동료를 얻었다는 게 이번 작업의 또 다른 획득이었죠(웃음).”
그런 공유와 함께 ‘양날개’로 정우성을 지탱해준 배두나(송지안 역)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처음부터 송지안 박사 역으로 마음속 낙점해 놨던 그의 캐스팅은 속전속결이었다고 했다. 공유와 배두나, 이 두 사람의 출연 결정을 놓고 정우성은 “깜짝 선물 같았다”고 표현했다.
“배두나 배우는 지안이 가진 따뜻함과 차가움 그 중간의 미묘한 온도를 잘 표현해 줬어요. 사실 캐스팅을 할 때 지안을 먼저 생각했는데, 배두나 씨에게 느껴지는 막연한 (지안으로서의) 느낌이 있었기에 시나리오를 건네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같은 배우의 입장이기 때문에 선택을 강요하는 말로 전달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배두나 씨가 마침 잘 보고 출연을 선택해서 캐스팅하게 된 거죠. 공유 씨의 경우도 예상보다 빨리 참여를 결정해 줘서 깜짝 놀랐어요. 정말 깜짝 선물 같은 캐스팅이었던 것 같아요.”
현장의 온전한 지휘자로서도 제 역할을 다 했고, 훌륭한 제작진과 출연진을 만났다는 점에서 본다면 ‘고요의 바다’는 분명 정우성에게 있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다만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하고 있는 한국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듯, ‘오징어 게임’의 거대한 성공을 기준으로 상대적인 평가절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씁쓸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작품 자체로만 평가하기보단 “‘오징어 게임’만큼 세계 시청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느냐”는 것이 새로운 기준이 된 탓이었다.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적으로 히트했을 땐 정말 너무 기뻤어요. ‘어,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구나?’ 싶었죠. 작품의 성공을 넘어서 세계적인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보는 것 자체가 너무 흥미롭고 즐거웠어요. 제 동료이자 절친인 이정재 배우가 그 작품 안에 있다는 것도 제겐 기쁜 일이었죠. 다만 흥행의 기준을 ‘오징어 게임’으로 삼으면 안 된다는 생각은 분명해요. 작품은 각각 고유의 세계관과 매력이 있기 때문에 흥행 기준만을 가지고 작품을 평가한다면 어떤 작품도 그 기준에 만족시킬 수 없을 거예요. 그 기준점을 빨리 벗어던질 필요가 있죠.”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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