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평가 리포트 세계 유일, ‘상장’ 결정하는 중요 참고자료…“시장 주춤해도 규모 확대 계속된다”
쟁글(CrossAngle)은 가상자산 공시와 프로젝트를 평가해 리포트 작성 업무를 한다. 쟁글은 이제 막 규제가 시작된 가상자산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시각을 얻을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은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일방적 발표만 믿어야 했으나 최근에는 쟁글에 공시를 띄우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프로젝트가 쟁글에 공시하기 위해서는 납득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쟁글은 투자자와 프로젝트 사이 필터 역할을 하고 있다.
쟁글은 프로젝트가 요구하거나 중요 프로젝트를 자체적으로 선별해 리포트를 낸다. 이 리포트는 프로젝트의 거래소 상장을 결정하는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기도 한다. 1월 13일 일요신문은 김준우 쟁글 대표를 만나 가상자산 시장 전망과 국내 프로젝트 상황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쟁글은 어떤 회사인가.
“가상자산 업계에 정보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에 2018년 창업했다. 다만 정보도 시장 스테이지에 맞게 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2017년에서 2019년까지는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소문에 의한 투자를 많이 했다. 그때는 정보 자체도 구하기가 어려웠고 구하더라도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드라이하게 팩트를 전달할 수 있는 공시라는 서비스에 집중했다. 이후 프로젝트에 기술적 내용을 분석하기가 어렵다는 얘기가 있어서 객관적인 위치에서 평가해 리포트 형태로 제출하는 서비스를 냈다. 이제는 투자자들의 이해수준이 높아져서 DeFi, P2E 등 최신 업계 트렌드를 설명하는 쟁글 오리지널이란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창업 이후 그동안 시장은 어떻게 변했나.
“시장 크기만 해도 10배 이상 커졌다. 2018년 ‘튤립사기’ 얘기가 본격화될 정도로 뜨거웠을 때 투자자가 약 50만 명이란 얘기가 있다. 최근 업비트 이용자가 약 900만 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가 5000만 명이라고 보면 그 전에는 1%였는데 지금은 20% 가까이 됐다. 또 인식 자체가 크게 변했다. 2018년은 소위 ‘박상기의 난’(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가상자산 거래소 폐쇄 발언) 등 사기에 가까운 시선이었다면 최근은 기업들이 메타버스, P2E 등으로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2018년은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업계 침체기)가 본격화된 시기다. 가상자산에 확신이 있었나.
“꼭 머리로 완벽하게 이해한 뒤에 이 시장에 뛰어들진 않았다. 이미 생겨난 시장이면 어떻게 가치를 만들어낼까 고민했다. 이제 막 생긴 시장에서 50만 명이나 열광하고 있다면 함부로 가치 판단하기 전에 고민하고, 경험하고, 부딪혀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극초기 시장에서 50만 명이 열광한다면 공부가 완벽히 된 다음 맞다, 아니다를 알기 전에 일단 뛰면서 생각해보자고 한 거다.”
―쟁글의 중요한 부분이 공시다. 최근 게임사인 위메이드가 발행한 위믹스를 5000만 개 공시 없이 매도한 사실이 드러나 시장에 충격을 줬다.
“상장한 주식의 경우 대주주의 매수, 매도 등은 공시 의무가 있다. 투자자와 기업 사이 최소한의 룰이다. 가상자산도 발행하면서 투자자의 돈이 들어갔고 투자자의 돈을 받는다는 건 그만큼의 의무도 생긴다고 본다. 그래서 투자자에게 주요 정보를 주고 대응할 기회를 갖게 해야 한다. 위믹스 대량 매도 사태를 보고 위메이드가 프로젝트에 책임감이 없다고 보진 않는다. 위믹스 매도는 자금조달의 방법이고, 공시 의무도 없다. 그럼에도 공시를 했다면 투자자와 프로젝트 사이 신뢰를 구축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 생각한다.”
―이번 사태를 두고 재단이나 대주주 물량 매수, 매도 등 최소한의 공시는 규제로 강제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어느 정도 정부에서 강제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공시가 강제된다면 ‘쟁글은 뭐하냐’는 질문도 있다. 꼭 필요한 정보는 강제성을 띠게 되더라도 그 외에도 투자에 필요한 정보는 많다. 투자자들이 공시만 보고 투자하지 않는다. 공시 외에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면 된다.”
―가상자산 프로젝트 평가 서비스는 전세계에서도 쟁글 외에는 거의 없다. 평가는 어떻게 하게 됐고, 어떤 방식으로 만드나.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주식시장처럼 개인투자자가 투자에 참고할 만한 평가 데이터가 없었다. 그런데 가상자산 특성상 평가를 주식처럼 할 수 없다. 주식시장에서 평가사는 신용 평가를 하고 이때는 돈을 갚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본다. 가상자산 프로젝트는 극초기 시장이기 때문에 초기 매출을 발생시키지도 않고 돈을 벌고 있지도 않다. 매출 기준으로 보면 다 말이 안 되는 시가총액이다. 그렇다고 어떤 프로젝트가 매출을 못 낸다고 해서 쓰레기라고 볼 수도 없다. 평가 기준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하고 있는데 현재는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 형태인지, 재무건전성, 탈중앙화된 정도나 가상자산 유통구조, 기술 평가 등이 85%로 정량 평가로 이뤄져 있다. 나머지 15%는 정성 평가로 이뤄지는데 개빈 우드(이더리움 공동창업자)가 폴카닷을 만들었다는 강점을 정량적으로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그런 부분은 정성적으로 평가해 반영하고 있다.”
―평가를 받겠다는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많은가.
“초기에는 ‘너희가 뭔데 우리를 평가해’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래도 꾸준히 사업을 전개하다 보니 현재는 95%가 프로젝트 측 요구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유의미한 매출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유일한 평가기관이 한국에서 만들어진 배경은 무엇으로 보나.
“평가에 대한 요구는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 첫 번째는 평가해야 할 대상인 가상자산이 많아야 한다. 두 번째는 평가를 보고자 하는 투자자의 욕구가 있어야 한다. 한국은 많은 가상자산이 상장돼 있고 사기 사건 등으로 확인해 보고자 하는 욕구도 있어 두 가지가 모두 충족돼 있다.”
―평가 등급을 보고 투자에 참고해도 되나.
“투자 매력도와 평가 등급은 별개로 보는 게 좋다. 평가는 지속가능성 등을 높게 보기 때문에 단기적 가격 상승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신용 평가 등급은 높게 받을 수 있지만 가격은 오히려 하락세를 면치 못할 수 있다. 평가를 통해 위험 범위를 줄이는 방식으로 투자에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쟁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게 된 이유가 있나.
“과거보다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기술 트렌드에 관심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글로벌하게 DeFi 열풍이 한국까지 오는 데 3분기 이상 걸린 것 같다. 마찬가지로 P2E, 레이어, DAO(탈중앙화 자율조직) 등 기술 트렌드 열풍이 한국까지 오는 데 시차가 있었고 그 사이 해당 프로젝트는 큰 폭으로 올랐다. 투자자들은 해외에서 뜨는 트렌드가 뭔지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솔라나(가상자산 시가총액 5위)는 외국에서 큰 폭으로 오른 뒤 최근에서야 업비트에 상장됐다. ‘넥스트 솔라나’, ‘넥스트 엑시인피니티’가 뭔지 미리 알고 싶어 하는 투자자를 위해 글로벌 트렌드를 공부해 정제해 내보내고 있다.”
―2021년은 가상자산 업계에 엄청난 상승세가 있었다. 2022년 전망은 어떤가.
“정확한 전망은 할 수 없지만 시장은 확대되고 있다. 2017년 가상자산 시장이 생겨나면서 버블이 생겨났고 기대치에 비해 뭔가 나오는 게 없자 사기라는 분위기에 2018년 시장이 꺼졌다. 그런데 2017년, 2018년에 투자 받았던 프로젝트에서 2~3년 동안 개발한 결과물이 DeFi를 중심으로 2020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2020년 여름부터 시장이 뜨거웠던 게 말뿐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성과가 나오고 DeFi에 사람들이 돈을 넣는 것을 보면서다. 2021년은 P2E, NFT 거래, 메타버스 등 각자의 분야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주식시장이 단기적으로 꺾이더라도 각 회사에서 기술 개발은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그것처럼 단기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하락장을 맞더라도 개발은 계속될 것이다. 특히 2018년 비트코인 보유자는 아예 시장이 사라질 것을 걱정했다면 지금 투자자 가운데 최소한 시장이 없어질 것으로 보는 사람은 크게 줄어든 것 같다.
―2022년 새로 뜰 트렌드는 뭐라고 보나.
“새로운 트렌드가 나오는 게 아니라 기존 NFT, P2E, DeFi, DAO 등에서 새로운 주자가 나오리라 본다. 이 트렌드가 갑자기 떨어진 게 아니라 2017년부터 꾸준히 개발돼 오다 이제 결실을 맺은 것이기 때문이다. 트렌드가 지나가는 게 아니라 해당 트렌드 안에서 뛰어난 프로젝트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의류업계 같은 전통적인 업계에서도 유니클로처럼 새로운 혁신 주자는 나온다. 이제 막 생겨난 트렌드에서 선두 경쟁이나 점유율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소위 ‘김치코인(한국 가상자산)은 걸러라’는 말이 있다. 업계 사람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가상자산 업계가 국내외 사기가 많았다. 이 가운데 김치코인에 투자한 사람은 한국인이 많다. 국내에 김치코인을 향한 부정적 시선이 많을 수 있다. 또한 국내 가상자산이 사기로 끝나면 회자도 더 많이 되기 때문에 임팩트가 클 수밖에 없다. 국내 가상자산 중에서 성과를 낸 곳이 많지 않기도 하다. 국내 가상자산 가운데 해외 가상자산처럼 강력한 기술 기반이 없기도 하다. 우리나라만 못하는 건 아니고 일본은 더 없고 아시아 전반적으로 그렇다. 국내 가상자산은 서비스 기반인데 그래서 조금 더 리스크가 컸을 수는 있다. 또한 전문가인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곳 상당수가 망한다. 가상자산 프로젝트도 일종의 스타트업인데 전부 성공할 수는 없다.”
―여전히 가상자산, 블록체인 등에 회의적이거나 ‘튤립사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설득하나.
“요즘은 굳이 더 말하지 않는다. 과거에 ‘왜 사기라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자신이 몰라서인 경우가 많았다. ‘실생활에 쓰이지 않는다’라는 분은 검색을 해보셨으면 좋겠다. 성과 낸 부분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전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도 과거 다른 사용자의 질문에 짧게 답글을 남긴 뒤 ‘만약 당신이 나를 믿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한다면, 나는 당신을 설득할 시간이 없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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