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68)는 흙을 일구는 농사꾼이자 글과 그림을 나무에 새기는 판화가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목판화가인 그는 국내외 주요 도시에서 꾸준히 작품을 전시하며 예술가로 40여 년을 살아왔다.
이와 동시에 도시를 떠나 충북 제천으로 귀농한 지 37년째. 부지런한 농부 이철수는 드넓은 논밭에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고 산다.
1000여 평의 논에 우렁이 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고 800여 평의 밭에 40여 가지의 작물을 키워낸다. 섬세한 손길로 목판을 깎고 판화를 찍는 것처럼 정성을 다해 흙을 만지고 농작물을 기른다.
농사를 통해 '마음공부'를 한다는 이철수. 매일 땀 흘려 걷어 올린 자연의 지혜와 일상을 목판에 새긴다. 그렇게 별 일 없는 그의 하루는 오늘도, 어제처럼 흘러가고 있다.
새벽안개 너머 밭으로 향하는 이철수는 매일 '청벌레 잡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초록 잎 위에 숨바꼭질하듯 붙어있는 청벌레와 그 작은 생명체로부터 농작물을 지키려는 것이 농부의 흔한 일상이다.
발걸음을 옮긴 이철수가 향한 곳은 다양한 채소로 가득한 비닐하우스. 이곳은 그에게 마트와 다름없다. 오늘 먹을 만큼 필요한 채소를 골라 바구니에 담아 집으로 간다.
갓 따온 채소로 만든 신선한 샐러드가 차려지고 멀리 나가지 않아도 집 앞, 텃밭에서 직접 농사지은 작물들로 아침상을 차릴 때의 기쁨을 만끽하다.
이 소박한 풍요가 시골행을 결심한 계기가 되었고 도시에서의 정신적 가난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었다.
농촌에 정착한 후 '자연'과 '농사'는 이철수를 변화시켰다. 일상적인 것들 속에서 풍족한 하루를 누릴 수 있음을 즐기고 감사하며 아침을 맞이한다.
해가 뜨면 밭에 나갔던 이철수가 저녁 어스름이 짙어지면 그제야 조각칼을 손에 쥐는 단순한 일상의 나날. 농사꾼에서 다시 '판화가 이철수'가 되는 매일 밤. 다가오는 전시회를 준비하기 위해 목판을 사각사각 갈고 그림을 그려낸다.
그는 밭을 가는 일과 칼로 나무를 새기는 일이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고된 손노동을 수반하는 판화예술을 40년 째 꾸준히 작업해 올 수 있었다. 농사를 지으며 목판 위에 담담하게 그려낸 일상의 미학. 농촌에서의 평온과 삶의 통찰이 새겨진 그의 판화작품은 오랜 세월 대중을 웃음 짓게 하고 위로하고 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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