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태솔로도 오라 소셜 데이팅 서비스로 싱글 남녀들의 마음을 ‘깜찍’하게 유혹한 박희은 이음소시어스 대표. 오픈 8개월 만에 13만 회원이 가입해 활발하게 ‘작업’하고 있다. 벽의 그림은 ‘이음신’ 캐릭터.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매일 낮 12시 30분, 휴대폰으로 이성의 프로필이 도착했다는 문자가 뜬다. 웹으로 들어가 마음에 들면 ‘이음OK’를 누른다. 결정 기한은 24시간. 상대방도 ‘OK’하면 이름과 연락처가 공개된다. 이제 그녀(그)를 만나러 가면 된다. 미팅 혹은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친구에게 아양을 떨 필요도 없다. ‘킹카(퀸카)’를 차지하기 위해 눈치작전을 벌일 필요도 없다. 곧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되면 휴대폰 하나로 다 해결된다. 이 얼마나 심플한가. 20~30대 싱글남녀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 ‘이음’의 방식이다. 지난해 11월 22일 ‘건국’, 현재 13만 국민을 거느리며 숨가쁘게 팽창하고 있는 ‘이음신국’ 창시자, 이음소시어스 박희은 대표(25)와의 재기발랄 인터뷰를 소개한다.
앞서 짧게 설명한 것처럼 ‘이음’의 서비스는 간단하다. 하지만 ‘이음신국’ 입국은 쉽지 않다. 특히 남성의 경우는 더 더욱 그렇다. 1.2 대 1이라는 남녀 황금비율을 맞추기 위해 남성 입국을 제한하고 있는 것. 현재 6000명의 남성이 입국 대기 중이다. 게다가 20~39세까지 주민등록번호 인증 후 센스 있는 키워드와 사진을 올려야만 입국 승인이 난다.
어렵사리 입국을 했더라도 허위 프로필 등이 적발되면 ‘강퇴’(강제 퇴출)를 당한다. 회원의 신고가 들어올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아저씨적 호기심’이 발동했다. ‘짝퉁 싱글’은 어떻게 가려낼까.
“먼저 경고를 합니다. 입국 승인 과정에서 적발되면 강퇴는 물론 이음 모든 서비스에서 망신을 준다고요. 회원이 피해를 입었다면 법적 지원도 하죠. 회원들이 만나기 전에 ‘구글링’(정보검색)을 통해 알아내기도 해요. 이렇게 해서 지금껏 두 분의 유부남을 적발했어요. 무엇보다 불순한 의도를 가진 분들은 들어오기도 쉽지 않고, 매칭이 하루 한 번뿐이라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지 잘 안 들어오더라고요.”
‘돌싱’(이혼자)은 싱글이기에 입국에 문제가 없단다. 이음의 1차 수익 모델은 ‘OK권’이다. 이성을 만나려면 OK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 OK권을 사야 한다. 가격은 1회용 3300원, 14일 정기권 9900원. 30일권 1만 4900원 등이다. 이를 통해 이음은 월 평균 1억 5000만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 매출 10억 원을 넘긴 셈이다. 도대체 이런 ‘깜찍한’ 사업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을까.
“대학(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전인 2009년 11월 게임회사 엔씨소프트에 입사했어요. 거기서 해외 시장 평가 업무를 맡았는데 해외에서 급속히 성장하는 온라인 데이팅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대학생, 사회초년생들이 소개팅을 많이 하는데 국내에 그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시장이 없어요. 이걸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회사를 그만뒀죠.”
회사에 들어간 지 얼마 안됐기에 아까울 게 없었단다. 그렇게 지난해 5월 회사를 그만두고 지인들과 함께 책상 2개, 컴퓨터 2대로 사업을 시작, 이음 베타 서비스를 내놨다. 첫 회원은 박 대표를 포함해 모두 22명에 불과했지만 ‘안드로메다에서 온 이음신이 매력적인 지구 피플에게 매일 한 명의 인연을 선물해준다’는 스토리가 젊은 여성들에게 어필하면서 회원이 늘었다. 10월엔 ‘여성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타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정식 론칭은 쉽지 않았다.
“가장 어려웠던 시기죠. 5월에 베타서비스를 시작하고 8월 정식 론칭이 원래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투잡’을 하는 분들이니 밤에야 일을 시작해 밤새 고치고 또 고치고…. 정식 론칭을 했는데 매칭이 안 되거나 하면 큰일이잖아요, 내부 개발자도 없는데. 동료들 사기도 떨어져 가고… 결국 돌파구는 11월 론칭하는 것밖에 없었어요.”
다행히 론칭 뒤 큰 문제는 없었다. 이후론 일사천리였다. 투자 문의도 잇따랐다. 이처럼 박 대표가 참신한 아이디어와 사업 실행력을 가졌지만 올해 스물다섯의 여성. 나이 든 남자들이 주류인 재계에서 성공하기엔 경륜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업계의 견제도 상당했다.
“투자 판단 등은 벤처 선배들에게 많이 물어봐요. 회사 내에 벤처 경험 많은 이사님도 계시고요. 지금까지도 사업 시작 전에 우연찮게 벤처 모임에 가서 만난 분들 도움이 컸죠. 그분들 도움이 없었으면 사업 못했어요. 특히 투자나 법적인 문제는 쉽게 알기 힘든 반면 한번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죠. 다행이 저는 그런 부분에선 문제가 없었어요.”
결혼정보업체도 아니건만 지금까지 이음을 통해 결혼에 골인한다고 알려온 커플은 12쌍이나 된다. 서비스 시작 8개월 만이다. 요즘 세태를 꿰뚫고 있을 법한 박 대표에게도 의외였다.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요즘 되게 빠르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리고 우리 서비스가 건전하다는 증명을 한 듯해 뿌듯하기도 해요.”
사실상 이들의 ‘중매’를 한 박 대표다. 스물다섯 청춘, 그녀의 청춘사업은 어떨까.
“아직 결혼에 대한 계획은 없지만 많은 연애를 할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해요. 한데 제가 이음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걸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걸 하고 있는데 소개팅을 할 수도 없잖아요. 우연히 만날 기회도 없고. 그저 이음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어요.”
이어지는 이음의 비전이다.
“사람과 사람, 특히 이성의 만남은 궁극의 비즈니스라 먼저 출발했어요. 이제 비즈니스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원하는 다양한 매칭이 뭐가 있을까 고민 중이에요. 이음 하면 ‘온갖 종류의 이음을 잘하는 곳’이라는 브랜드가 됐으면 합니다.”
팡팡 튀는 목소리만큼 이음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박 대표. 그녀가 내놓을 새로운 ‘이음’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