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회장직 유지, 현산에서만 사퇴…지주사 자금 활용 ‘주가 방어’ 두고도 뒷말
더욱이 정몽규 회장이 지주사 HDC의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뒷말이 더 무성해졌다. 미등기임원으로서 애당초 법적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만 물러나는 것이 책임을 다하겠다는 자세냐는 것이다. 지주사 회장직을 유지하는 한 정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서 현대산업개발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정몽규 회장은 HDC 회장직을 비롯해 △HDC아이콘트롤스(사내이사) △HDC현대EP(사내이사) △HDC아이앤콘스(사내이사) 등 4개 계열사에서 등기임원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HDC 측은 “(그룹 내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고 있는) 정몽규 회장의 향후 거취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각 계열사 선임 과정은 이사회 결정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현대산업개발과 관련해 책임은 대표이사가 지고 권리는 회장이 누렸던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오는 23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사업장에서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받는다. 처벌 대상자의 법적 제재 수위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이다. 법인인 경우 사업주는 법인 자체기 때문에 현대산업개발에서는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 사고에 책임이 있다. 이 경우 처벌 대상자는 정몽규 회장이 아닌 유병규·하원기 대표이사다.
반면 정몽규 회장은 현대산업개발 회장으로서 지난해 보수로 17억 9600만 원을 챙겼다. 현대산업개발에서 5억 원 이상의 보수를 챙긴 임원은 정몽규 회장이 유일했다. 노동·산업재해 전문 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변호사는 “곧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더라도 정몽규 회장은 미등기 임원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몽규 회장은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내려온다면서 대주주로서 책임은 다하겠다고 했다. 그중 하나가 현대산업개발 주가의 하락을 막기 위해 지주사 HDC와 본인 사재를 통해 주식을 매입하는 것으로 표현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HDC 주주들에 피해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온다.
지난 17일 HDC는 지난 13~17일 현대산업개발 보통주 100만 3407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총 투입 자금은 약 199억 4776만 원가량이다. 지주사로서 자회사의 사고에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지만 정작 지주사 주주들은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현대산업개발 주식 매입으로 지주사 HDC의 주가 하락이 역력한 탓이다.
권오인 경제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지주사 자금으로 하락이 예상되는 현대산업개발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지주사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지 못한, 합리적인 경영적 판단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한 회계사는 “지주사의 의무를 다한다는 측면에서는 자회사의 주식 매입에는 문제가 없지만 주주들로서는 못 마땅할 수 있다”며 “이러한 사례 때문에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모자 회사를 함께 상장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HDC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 현대산업개발 비중이 크기 때문에 현대산업개발 주주가치를 보존하는 것이 그룹 전체의 기업가치를 보존하는 것과 상통한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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