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 이론 중에는 부정성 효과 이론(Negativity Effect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후보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보다는 부정적 메시지를 더 오래 기억한다고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선거에서는 항상 네거티브 캠페인이 등장한다. 일각에서는 네거티브 캠페인을 하는 측이 유권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켜 손해를 본다는 주장을 하지만, 이는 정확한 주장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부정성 효과 이론을 보더라도 네거티브 캠페인의 위력은 분명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만일 네거티브 캠페인을 하는 측이 선거에서 손해를 본다면 어떤 선거 캠프도 네거티브 캠페인 전략을 구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네거티브 캠페인 전략은 선거일 2주 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그 이유는 네거티브에 대해 상대방이 맞받아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하는 지구상의 모든 국가의 선거에서 막판에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이 난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판은 이런 일반론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이번 대선판은 네거티브로 시작해서 네거티브로 끝날 것 같기 때문이다.
학위를 취득하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을 독일에서 보냈고, 그 이후 우리나라에서 교수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유럽의 선거와 우리나라 선거를 경험한 필자지만, 이번 선거와 같은 풍경은 정말 처음 본다. 대장동 사건부터 시작해서, 고발 사주 의혹, 후보의 배우자를 둘러싼 경력 부풀리기 의혹, 후보자 본인의 욕설 문제 등등 선거 초반부터 네거티브로 일관하더니 이제는 후보자 부인과 기자 사이의 통화녹취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런 녹취가 등장하니까, 상대 후보자의 욕설 녹음이 또 다시 등장했다. 그런데 여기서 양 캠프는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처음 몇 번은, 이런 종류의 네거티브가 유권자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이런 식의 네거티브가 반복되면 유권자들은 더 이상 충격을 받지 않게 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서두에 설명한 실무율이 심리적으로도 적용된다는 뜻이다.
유권자들이 더 이상 네거티브에 반응하지 않게 되면, 네거티브 캠페인은 선거 전략으로서의 효용성을 잃게 된다. 효용성을 잃은 네거티브 캠페인은 일종의 화풀이 혹은 “너도 똑같지 않냐”는 식의 자기방어를 위한 상대에 대한 감정적 공격으로 전락한다. 또한 네거티브 캠페인이 본래적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부정적 메시지로 인한 지지층 이탈이나 지지율 변동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머니투데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2022년 1월 17일과 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17.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를 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여론조사에서는 네거티브인지 아니면 공인에 대한 검증인지 논란이 되고 있는 김건희 씨의 전화 통화 공개가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에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문항이 있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2.4%,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40.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6.4%에 그쳤다. 그런데 해당 여론조사에 나타난 윤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36.1% 34.9%로 윤 후보가 앞섰는데, 결국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후보들의 지지율과 김건희 씨 통화에 대한 평가가 엇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대로 ‘부정적 메시지’에 대해 많은 유권자들이 무감각해지고 있음을 추론케 한다. 이런 점을 정치권은 모르는지 아직도 네거티브 캠페인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양당의 심리 상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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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