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 대상 적고 오미크론 치료 효용성 떨어져…오미크론 이후 등장할 변이가 코로나 엔데믹 관건
오미크론 변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가운데 가장 높은 전염력을 가졌지만 증상이 약해 위중증률은 낮은 특징을 갖고 있다. 문제는 높은 전염력을 통제할 수 있느냐인데 이미 영국와 미국, 프랑스 등에서 일일 신규 확진자가 정점을 찍고 하락 전환했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뒤 30일 정도 지난 시점에 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전염력이 통제되기 시작해 다시 세 달가량 지나면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됐지만 돌파감염이 이어지고 백신 유효기간이 생각보다 짧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기대했던 백신은 게임 체인저가 되지 못했다. 신종플루 대유행의 게임 체인저가 경구용 치료제 타미플루였듯, 이번에도 경구용 치료제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렇지만 그 사이 델타에서 오미크론으로 코로나19 변이의 우세종이 바뀌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1월 13일부터 국내에도 도입된 화이자사의 팍스로비드는 단백질 분해 효소 ‘3CL 프로테아제’를 자르고 변화시켜 활성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을 위해 자기복제를 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3CL 프로테아제의 활성을 차단하는 방식인데 초기에 사용할수록 효과가 좋다. 이런 까닭에 증상 발현 5일 이내의 환자에게 팍스로비드를 처방한다.
임상시험 결과 효과는 좋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저질환이 있는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증상 발현 4일 내 치료제 투여 환자군의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을 89% 줄였으며 증상 발현 후 5일 내에 투약한 환자군에서도 85%까지 입원 및 사망 위험이 줄어들었다. 대신 증상 발현 5일 이후 확진자에게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문제는 무증상 및 가벼운 증상이 대부분인 오미크론 확진자에게는 효용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실제 1월 14일부터 처방이 시작된 팍스로비드 처방량이 기대와 달리 저조하다. 16일 기준 팍스로비드 처방은 39명(재택치료자 31명,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8명)이 전부다. 기본적으로 방역당국이 정한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은 증상 발현 5일 이내의 경증~중등증 단계의 65세 이상 또는 면역 저하자다. 여기에 충족되는 환자가 많지 않다.
요즘 확진자 가운데 상당수가 재택치료 중인데 이런 경우 대부분이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이런저런 상황을 살피다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으로 분류했지만 이미 증상 발현 5일이 지나버린 뒤일 수도 있다.
항간에선 팍스로비드의 병용 금기 의약품이 많은 점이 처방이 적은 이유로 지적되기도 한다. 실제 병용 금기 약물은 28개(국내 유통 약물 성분은 23개)로 진통제 ‘페티딘’, 항협심증제 ‘라놀라진’, 항부정맥제 ‘아미오다론’, 항통풍제 ‘콜키신’ 등이 있다.
게다가 항불안제 ‘세인트존스워트’, 항간질제인 ‘카르바마제핀’ ‘페노바르비탈’ ‘페니토인’, 항결핵제 ‘리팜피신’, 항암제 ‘아팔루타마이드’ 등 6종의 약물을 복용 중인 경우에는 해당 약제 복용을 중단해도 팍스로비드 투약이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의료 현장에선 아직 방역당국이 정한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 환자 자체가 워낙 적어 병용 금기 의약품까지 따질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
백신처럼 아직 경구용 치료제의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크다. 팍스로비드의 부작용은 미각 이상, 설사, 혈압 상승, 근육통 등이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 경미한 증상이라고 한다. 무증상 내지는 가벼운 증상이 대부분인 오미크론 확진자가 더 많아지는 상황에선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 환자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처방 대상일지라도 심각하지 않은 오미크론 증상을 치료하려 치료제 부작용을 감내하는 환자도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오미크론의 위중증률이 0.6% 정도로 낮은 편이지만 확진자가 급증하면 위중증 환자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는 팍스로비드가 위중증률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팍스로비드와 같은 경구용 치료제가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게임 체인저가 될 만큼은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현재 상황에선 오미크론 변이 자체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변이 바이러스가 게임 체인저라는 얘기에는 또 다른 위험 요소가 감춰져 있다. 또 다른 변이가 등장하면 게임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백악관 수석의료고문 역시 “오미크론 이후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자리 잡게 되기를 기대하지만 이는 또 다른 변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가정을 기반으로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우세종 변이를 살펴보면 오미크론 이후에도 파이, 로, 시그마, 타우, 입실론 등의 변이가 또 등장할 수도 있지만 전염력은 더 강해지고 증상은 더 약화된 변이일 가능성이 높다. 계속 엔데믹으로 향하는 흐름에 부합한다. 다만 이런 흐름을 깨고 전염력은 유지되며 증상이 강화하거나, 전염력이 다소 약화되지만 증상이 강화돼 위중증률이 높은 변이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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