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주말리그 시행으로 운동량 줄어…경기력 하락 막을 방법 찾아야”
전설적인 홈런타자 장종훈 감독과 이승엽 위원은 20대 거포의 성장이 더딘 이유 중 하나로 '고교야구의 나무 배트 사용'을 꼽았다. 한국 고교야구 선수들은 2003년까지 가볍고 반발력이 좋은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했다. 하지만 2004년 4월 국제야구연맹이 18세 이하 청소년 국제대회에서도 나무 배트를 사용하도록 규정을 손질했다. 한국 고교야구가 나무 배트를 도입한 계기다.
알루미늄 배트보다 무겁고 반발계수가 낮은 나무 배트로 타구를 멀리 보내려면,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과 정교한 타격 기술이 뒷받침 돼야 한다.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고 힘이 떨어지는 아시아권 청소년 선수들에게는 버거운 장비다. 처음에는 "고교 때부터 나무 배트를 쓰면 프로에 와서 적응하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라며 반기던 야구인도 많았지만, 점점 장타력이 늘지 않고 콘택트에만 집중하는 타자들이 많아지자 "어릴 때부터 나무 배트를 쓰느라 풀스윙을 하지 못하고 일단 공을 (배트에) 맞혀서 출루하는 게 습관이 됐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기 시작했다.
장 감독은 이와 관련해 "좀 민감한 얘기일 수 있겠지만, 고교선수들이 나무 배트를 쓰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선수들이 어릴 때는 자기 스윙을 해보고 프로에 와도 늦지 않은데 나무 배트를 쓰면 (마음껏 스윙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이 위원도 "장종훈 선배님이 말씀하신 부분에 동의한다. 어떤 방향이 한국 야구의 미래에 올바른 길이 될지 함께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위원은 10년째 시행 중인 고교야구 주말리그도 원인 중 하나로 언급했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2010년 10월 '공부하는 운동 선수 육성'을 주요 과제로 선포하면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함께 '고교야구 주말리그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주중에 열리는 고교야구 토너먼트가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교야구 선수들은 2011년부터 평일엔 학교 수업을 소화하고 토·일요일과 공휴일, 방학 등을 활용해 권역별 주말리그를 치르고 있다. 3개 전국대회(청룡기·대통령배·황금사자기)와 전국체전에 한해서만 예외가 적용된다.
이 위원은 "주말리그 시행 이후 학생 선수들의 운동량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훈련을 덜 하는 대신 경기력도 떨어지지 않는 방법을 잘 찾아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 "예전처럼 오랜 시간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으니 어린 학생 선수들이 짬짬이 시간을 내서 야구에 할애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기보다 그만큼 야구에 대한 애착을 크게 가져야 우리나라 야구 발전에 좋은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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