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현대산업개발이 광주시 동구 화정동에서 공사하던 아이파크 아파트가 붕괴했다. 23층에서 38층까지 16개 층 바닥이 처참하게 무너져 내려앉았다. 현장에서 작업 하던 인부 6명이 실종되었고 추가붕괴 우려 속에 실종자 수색이 난항에 빠졌다.
건설 중인 아파트가 붕괴한 초유의 사고 속 전문가들은 부실 공사를 붕괴 원인으로 꼽는다. 불법 하도급, 불안전한 설계 구조와 레미콘 불량이 의심되고 시멘트 공사할 때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기본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예견된 인재였다.
아파트 39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노동자자 찍은 영상에서 아파트 붕괴 10분 전 옥상의 거푸집이 내려앉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붕괴 위험을 감지한 일부 작업자들은 작업을 중지하고 계단을 이용해 대피했으나 건물 내부에서 공사하던 6명은 건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피해를 당했다. 그중 한 명은 안타깝게도 주검으로 발견되었고 나머지 5명은 아직 찾지 못했다.
사고 당시 차량을 운전하다 피해를 본 목격자는 "우르르 쾅쾅하는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나더라고요. 순간 이 공간을 빨리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아찔하죠. 전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 자체를 못 했으니까 지금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라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실종자 수색작업에 착수했지만 긴급 안전진단 결과 타워크레인과 건물의 추가붕괴 우려로 수색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3일 사고 발생 이틀 만에 실종자 한 명이 구조됐다. 해당 구조자는 병원으로 바로 이송되었으나 안타깝게 사망했다.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전문 구조 인원과 수색견, 드론, 적외선 카메라 등 수색 장비를 동원해 실종자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실종자는 5명, 생존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생환을 기다리고 있다.
건설 중인 아파트 16개 층이 무너진 붕괴사고를 두고 전문가들은 후진국형 참사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2022년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왜 아파트의 외벽은 처참히 붕괴되었을까.
건축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아파트 붕괴 원인을 다각도로 진단했다. 아파트 붕괴 당시 광주지역의 최저 기온은 영하 3.5도였다. 38층과 39층의 콘크리트를 타설 할 때도 한파가 들이닥쳤지만 공사는 강행됐다.
영하의 날씨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면 콘크리트가 냉해를 입어 콘크리트의 강도가 약해져 붕괴 우려가 커진다. 그뿐만 아니라 39층에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동바리를 설치하지 않아 콘크리트가 바닥으로 쏟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전문가는 '보'가 없는 무량판구조를 또 다른 붕괴의 원인으로 추정하였다. 층간 소음을 줄이고 같은 높이에 더 많은 층을 시공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는 무량판구조 아파트의 바닥을 지탱할 기둥이 부족해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불법 재하도급, 감리부실, 관리감독부실 등 다양한 원인이 중첩되어 붕괴사고가 발생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이번 붕괴사고로 큰 피해를 본 인근 지역 주민들은 해당 건물이 타설 작업할 때부터 붕괴의 전조가 있었다고 말한다.
공사 시작 이후 주변의 대지가 갈라지고 지반이 침하되는 등의 문제가 발견돼 시공 현장에 대한 민원 제기를 꾸준히 이어왔다는 것이다. 실제 공사 기간 동안 접수된 민원은 총 324건이었으나 이 중 실질적인 행정 처분을 받은 것은 단 27건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명기 교수는 "하청 업체들은 자기가 맡았던 일 자체를 빨리 끝내야 되기 때문에 다른 공정은 생각하지 않는 거죠. 그래서 세세한 부분을 원청인 현재 시공사 쪽에서 좀 관리를 할 필요가 있어야 했는데 (하지 않은 거죠)"라고 지적했다.
이번 붕괴사고의 시공사는 현대산업개발, 6개월 전 광주에서 발생한 학동 붕괴사고의 시공사 또한 현대산업개발이었다. 현대산업개발은 학동 참사의 상처가 미처 아물기도 전에 아이파크 붕괴 참사를 일으켜 다시 한번 광주시민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사고 후 정몽규 회장은 사고에 대해 사과하며 대표직을 사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사람들은 사퇴가 아니라 사고를 수습하고 책임을 지라고 말한다.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이번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는 법 시행 전 사고이므로 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안전보다 이익이 먼저인 공사 현장에서 사고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공사 현장에서 더이상 인명 피해는 안 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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