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죽여놓고…” 비방에 협박 이어져 법정싸움…“소녀 있는 곳 안다” 거짓 제보로 수억 원대 사기도
연간 약 8만 명. 이 숫자는 일본 전국 경찰서에 신고 접수되는 행방불명자의 수다. 평균으로 따지면 하루 200건이 넘는 셈이다. 대부분 신고 당일부터 일주일 이내에 소재가 확인되고 무사히 돌아오지만, 일부는 소재 확인까지 수개월, 길게는 몇 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특히 여성 미성년자가 대상일 경우 유괴·감금 같은 사건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2014년 사이타마 현에서는 13세 소녀가 20대 남성에게 납치돼 2년간 감금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용의자는 “중학교 시절부터 여자아이를 납치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고 진술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실종자 통계를 9세 이하로 좁히면 ‘연간 1100~1200명의 어린이가 행방불명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주간여성’은 “아동 실종 또한 상당수가 특정 사건에 휘말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야마나시 캠프장 여아 실종’ 사건이다.
2019년 9월 21일. 7세 여자아이 오구라 미사키가 홀연히 사라졌다. 가족여행으로 떠난 야마나시 현 캠프장에서 어머니 도모코 씨가 잠깐 눈을 뗀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경찰은 3900여 명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색을 펼쳤으나, 미사키 양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다.
도모코 씨는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지금도 캠프장과 도로, 역 등지에서 실종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홈페이지와 SNS(소셜미디어)도 개설해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으니 익명으로 제보를 부탁한다”며 절절히 호소한다. 2021년 10월 말에는 ‘소중한 미사키에게’라는 글을 통해 미사키가 누군가와 함께 있을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상대를 향해 이렇게 적었다.
“미사키는 열 달을 품어 낳아 소중히, 아주 소중히 키운 딸입니다. 어떤 경위로 미사키를 데리고 떠났는지 모릅니다. 당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을게요. 부디, 지난 2년 동안 조금이라도 후회나 죄의식이 있었다면 미사키를 돌려주세요. 사람이 많은 안전한 장소로 데려가 미사키를 놓아주세요. 또래 아이들만 봐도 가슴이 무너집니다. 이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당신의 용기 있는 행동뿐입니다.”
미사키가 누군가에게 끌려갔을 가능성에 대해 도모코 씨는 “2년간 현장을 샅샅이 뒤지고 미사키의 시선에서 행동반경을 따라가 본 끝에 도달한 결론”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홈페이지에는 ‘비슷한 아이를 봤다’는 제보가 매달 몇 건씩 올라온다. 정보와 격려의 댓글이 달리는가 하면, 중상 비방도 눈에 띈다.
“집을 팔아서라도 딸을 되찾고 싶은 거죠? 그렇다면 당장 집을 팔아 현상금으로 걸면 되겠네요.” 심지어 도모코 씨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가령 60대 남성은 “육아 스트레스로 딸을 자택에서 살해한 후 행방불명이라 속인 모금사기 살인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네가 범인이잖아! 죽일 거다 당신을…”이라는 협박성 메시지가 도착하기도 했다. 협박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30대 남성은 “SNS의 댓글을 보고 어머니가 범인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딸이 있는 아버지라 순간 감정적이 돼 버렸다”면서 “실제로 살해할 생각으로 메시지를 보낸 건 아니다. 반성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도모코 씨는 “아이의 실종은 상상을 초월한 고통스러운 삶이다. ‘슬퍼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댓글을 봤을 때 가장 상처받았다”고 탄식했다. 그는 악플과 중상 비방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법정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실종자 가족의 마음을 악용하는 사기범죄도 발생한다. 오사카 시 번화가인 난바 거리. 정장 차림을 한 요시카와 나가아키 씨(61)와 아내 미와코 씨(60)가 연신 오가는 사람들에게 “협력을 부탁드린다”며 홍보용 티슈를 건넨다. 티슈에는 굵은 글씨로 ‘요시카와 유리를 찾고 있습니다!’라고 새겨진 광고지가 끼여 있다.
요시카와 유리는 두 사람의 딸이다.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인 2003년 5월 20일. 당시 초등학교 4학년생이었던 유리 양은 학교에서 귀가하던 중 돌연 자취를 감췄다. 유괴사건이라 생각한 경찰은 자택에서 대기했지만, 범인의 전화는 걸려오지 않았다. 주변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난 흔적은 없었으며 저수지, 숲속 등 일대를 수색해도 유리 양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현장 부근에서 수상한 흰색 차량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실제로 유리 양이 사라지기 수개월 전 ‘한 소녀가 수상한 차량에 의해 납치당할 뻔한’ 사실도 밝혀졌다. 하지만 그 이후로 어떠한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동원된 수사 인원은 총 10만 300명. 접수된 정보는 5000여 건에 달하지만, 사건 해결로 연결되는 유력 정보는 없었다. 이 사건은 일본의 대표적인 ‘미제 사건’으로 꼽힌다.
‘주간여성’에 따르면 “인터뷰 요청을 하자 요시카와 씨는 ‘사정이 있어 돌아가야 한다.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요시카와 부부의 지원활동을 계속 해온 NPO법인 고리야마 다카히로 사무국장은 “부부가 취재를 거절하게 된 것은 ‘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이 보도되고 난 뒤부터”라고 설명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요시카와 씨는 ‘유리가 있는 곳을 알고 있다’며 접근해온 남녀 2명에게 4년 동안 총 7400만 엔(약 7억 7000만 원)을 사기당했다”고 한다. 사기범들은 빼앗은 돈을 생활비와 유흥비로 탕진했다. 요시카와 부부는 이러한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으나, 2008년 12월 범행이 발각돼 주범인 남성에게 징역 9년형이 선고됐다.
2011년에는 인터넷 게시판에 “내가 (유리 양을) 살해했다”는 거짓 글이 올라와 20대 남성이 체포되기도 했다. 고리야마 사무국장은 “요시카와 씨가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들어했다. 타인에 대한 불신이 커졌으며 언론의 취재도 모두 거절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무분별한 SNS 글들은 실종자 가족을 두 번 울게 한다. 고리야마 사무국장은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마음에 굵은 소금을 문지르는 듯한 행위를 멈춰달라”고 호소하며, 안타까워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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