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대생 주력 소비층 부상…밀키트·스마트기기·동계올림픽 굿즈 인기, 전통문화 관련 제품도 각광
상무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2022 전국 온라인 설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기간은 1월 10일부터 2월 7일까지다. 상무부 수장팅 대변인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이 중요 민생 상품과 물자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한편, 더 많은 맞춤화 지능화 녹색화 고품질의 상품을 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무부는 최근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분석한 ‘설맞이 용품’ 빅데이터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건강, 지능, 녹색, 빙상이 상위 순위를 차지했다. 우선 선물세트에선 건강식 판매 증가가 눈길을 모았다. 2021년 대비 67.4% 증가했다. 유기농 채소(187.8%) 꿀(45.3%) 등도 많이 팔렸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게 반영된 결과다.
첨단 지능이 장착된 제품도 인기다. 로봇청소기 매출은 2021년 대비 40.1% 늘었고 스마트 프로젝터와 안마기는 각각 89.5%, 34.8% 증가했다. 친환경을 주제로 한 제품들도 각광을 받았다. 연휴 기간 스키장을 예약한 비율은 2021년 대비 51.9% 늘었다. 동계올림픽 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동계올림픽 기념 매출도 설 선물로 반응이 뜨겁다.
중국의 한 전문기관이 1월 20일 발표한 ‘2022 설 소비 보고서’에선 이번 연휴 소비 트렌드의 특징을 국산품, 캠핑, 반려동물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산 식품이 이번 설날 식탁 소비의 최대 수혜를 입었다. 최근 중국 소비자들은 돈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수입산보다 국내에서 생산된 특산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예를 들어 칭다오의 기둥새우는 2021년 설 대비 65.45% 많이 판매됐다. 이뿐 아니라 고구마, 사탕수수 등도 국산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 한 전문가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맹목적으로 외국 상품을 추구하지 않는다.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인식이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내수를 움직여 국민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국내 여행 수요가 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휴를 맞아 캠핑 관련 물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2021년보다 138%가량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트레킹 용품 매출도 2021년에 비해 33.26% 증가했다. 그동안 설은 집에서 보내는 것이란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들어 젊은층 사이에서 ‘야외에서 해를 넘긴다’는 바람이 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설을 맞아 반려동물 시장도 뜨거워졌다. 최근 한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선 강아지와 고양이를 위한 ‘넥워머’가 매출 최상위권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집사’들이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설맞이 선물을 해주는 일은 이제 흔하다. 또한 부모가 자녀들에게 반려동물을 선물해주는 사례도 늘어났다.
물론, 아직은 설 연휴 기간 오프라인을 통한 매출 비중이 높긴 하다. 일례로 2019년 춘절 동안 소매 음식점 매출은 1조 50억 위안(약 188조 원)에 달했다.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감소하긴 했지만 전자 상거래에 비하면 엄청난 규모다. 2021년 소매 음식점 매출은 8210억 위안(154조 원)가량이다.
하지만 미래엔 전자 상거래가 오프라인 시장을 압도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소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1980~1990년대생이 전자 상거래를 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인구 기준 1990년대생은 전체 인구의 17.1%, 1980년대생은 16.1%를 차지한다. 합산하면 33.2%에 달하는 셈이다.
‘2019년 춘절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설맞이 소비층 중 1980년대생이 33%, 1990년대생이 27%로 나타났다. 설 연휴에 ‘돈을 쓰는’ 인구 2명 중 1명은 1980~1990년대생이라는 얘기다. 이제 이 세대들은 명절 기간 소비의 ‘주력부대’로 떠올랐다. 여기에 2000년대생까지 가세한다. 소비층이 젊어지면서 전자 상거래가 늘어나고 있고, 또 트렌드도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상거래 전문가는 “이들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시대에서 성장한 세대다. 설날에 대한 정의도 제각각이다. 또 전통적인 세대가 실용성을 중시했다면, 이들은 실용성보단 기발하고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제품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왕창 중국상업경제학회 부회장은 ‘젊은 고객층, 그들의 관심사는 어디일까’라는 글에서 “신흥 소비의 광경이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었다. 이제 설을 쇠는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전통적인 설맞이 품목이 아닌, 다양한 브랜드와 수요에 대해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980~1990년대생에게 인기가 높은 설맞이 제품은 ‘스마트 디지털 기기’ ‘간편 대용식품’ ‘뷰티’ 등이다. 특히 조리 과정이 간편하고 편리한 간편식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설을 앞두고 불도장, 해산물 선물 세트가 젊은층 사이에선 인기 선물 상위권이다. 이 음식들은 집에서 먹기 어려운 것들이다. 한 30대 남성은 “요리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이는 모든 가족이 한 자리에서 더 많은 여가를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오히려 설의 의미에 더욱 부합한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업체들도 1980~1990년대생을 겨냥한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명 인플루언서를 모델로 내세운다든가, 실용성보단 감정에 호소하는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제품 그 자체보다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어떻게 충족시키느냐’가 업계의 화두다. 한 간편식품 업체 관계자는 “젊은층의 선호를 가장 잘 파악하는 업체가 설맞이 대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역으로 전통 문화를 부각시켜 젊은층을 잡으려는 업체들도 있다. 견과류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바이차오웨이가 대표적이다. 바이차오웨이는 ‘온가족의 설날 저녁밥’ ‘친구들의 폭죽’ ‘테이블 위의 밤’과 같은 견과류 시리즈 선물세트를 설 연휴에 내놨다. 포장 역시 전통적인 설을 떠올리게 디자인했다.
바이차오웨이는 많은 젊은이들이 전통 문화에 관심이 많고, 알고 싶어 한다는 점을 노렸다. 결과는 대성공. 경쟁업체뿐 아니라 다른 분야 업체들도 바이차오웨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바이차오웨이 관계자는 “젊은층이 주도하는 소비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그 중에서도 어떻게 ‘전통문화’로 감동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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