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 민주당 실책에도 무조건 지지 과연 옳은가…윤·안 단일화해 정권교체 넘어 정치교체 해야”
―선대위 쇄신 과정에서 김한길 위원장이 사임했다. 김동철 본부장 사퇴 얘기도 나왔었다.
“윤석열 후보와 이전에 전혀 인연이 없었다. 저는 앞으로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 그래도 정치권에 몸담은 게 30년이 넘었고, 국회의원도 4선을 했기 때문에 한국 정치가 올바로 서야 한다는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한국 정치와 대선이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가장 적임자로 평가한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런 차원이기 때문에 주어진 소명을 선거 때까지 최선을 다해 볼 생각이다.”
―호남 출신으로 윤석열 후보 지지에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호남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저를 배신자라고 생각할 수 있고 혹독한 비판도 하고 계시다. 하지만 저는 문재인 정부·민주당에 대한 호남의 높은 지지에 안타까운 심정이다. 현재 다른 지역들에서는 호남에 대해 의아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걸 호남 지역민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그래서 제가 지역의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후보 지지 선언을 한 것이고, 그걸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호남과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호남은 과거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세력에 맞서 이 땅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서 투쟁했고 많은 희생을 했다. 다른 지역 분들이 그런 점을 높이 평가해 호남에 존경과 감사를 보냈다. 호남 입장에서 보면 국민의힘은 전신 정당들이 자신들의 독재를 비호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지역차별을 해오면서도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져왔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부동산 정책, 외교안보 정책 등 잘못한 게 너무 많은데, 호남이 과거와 같은 태도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게 옳은 것인가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
―윤석열 후보나 국민의힘이 변하고 반성이 있었는가.
“윤석열 후보는 국민의힘에서 자라 대통령 후보가 된 게 아니다. 윤 후보는 호남이 국민의힘에 취하는 태도를 일정 정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윤 후보는 당내 경선 토론회에서도 국민의힘이 수권정당이 되려면 개혁과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과거 전신 정당들의 모습에 대해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런 측면에서 윤 후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후보를 평가한다면.
“윤석열 후보는 호남이 걸어왔던 길과 비슷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가 탄압받았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한때 인정받았지만 문 정부의 불법과 부정에 맞서 그것을 척결하려고 하자 또 탄압 받았다. 그런 측면에서 윤 후보는 호남이 지금까지 취해왔던 정의로운 태도, 투쟁과 맞닿아있는 후보다. 그런데 호남 유권자 입장에서는 윤석열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라는 관성 때문에 지지하지 않으시는 것 같다.”
―호남에서 윤석열 후보가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까.
“정권교체동행위원회가 만들어진 이유도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잘못하고 있지만, 국민의힘 때문에 윤석열 후보 지지를 머뭇거리는 호남 유권자들이라면 국민의힘을 수권정당으로 가기 위해 개혁하고 변화시키겠다고 하는 윤 후보의 약속을 믿고 같이 가자는 뜻에서 정권교체동행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해 평가한다면.
“저도 한때 민주당에 몸담았다. 민주당 당헌·당규를 보면 윤리·상식에 어긋나는 범죄들에 대해 기초 지방의원 후보들에게도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그런데 그 잣대가 어떻게 대통령 후보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느냐. 이재명 후보는 음주운전, 검사 사칭 전과가 있다. 그건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이 되기 위한 기본자질 교육을 먼저 받아야 한다. 그런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신이 사라진 점에서 제가 민주당을 탈당했던 측면도 있다.”
―이재명 후보가 호남에서 과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후보 시절에 비해 지지율이 높지 않다.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과 이 후보 본인의 지지율이 종합된 것이다. 호남 사람들이 민주당에 대해 알면 알수록 지지율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 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국민통합,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원칙·상식이 사라진 당이다. 내 편과 네 편을 분리해 자기편은 무조건 감싸고 생각이 다른 편에 대해서는 적대시하고 공격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 본인은 앞서 설명한대로 문제가 많기 때문에 아무리 호남이라도 그런 후보는 지지할 수 없다는 정서가 퍼져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 씨와 장모 최은순 씨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 후보가 김건희 씨하고 결혼한 게 만 10년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제가 봐도 부인과 장모의 행적과 언행이 부적절한 면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것을 다 알고 결혼할 수는 없는 거고, 결혼 이후 안다고 해서 가정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는 없는 거다. 다만 중요한 것은 처가와 관련된 부정이나 비리에 대해 지금까지 윤 후보가 걸어왔던 엄정한 잣대를 기준으로 대하면 된다.”
―홍준표 의원이 최근 처가비리 엄단 선언을 요구했지만 윤 후보가 응하지 않았다.
“안 하거나 못 한 것이 아니다. 홍준표 의원이 그런 지적을 한다고 다음날 대뜸 선언을 할 수 있겠나. 계기가 됐을 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TV토론에서 상대 후보가 지적하면 윤 후보는 얼마든지 처가비리에 대해 밝힐 거라고 본다.”
―부인 김건희 씨 리스크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지.
“처가 리스크는 벌써 나올 건 다 나왔다. 물론 부인이나 장모에 대한 의혹이 없었으면 좋았겠지만, 솔직히 자기 자식도 마음대로 못하지 않나. 이미 드러난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고, 앞으로 얼마나 엄정하게 대하느냐가 중요하다. 또한 부인에 대한 통화 녹취 파일이 공개됐는데, 부적절한 내용들이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만큼의 내용은 아니었다. 오히려 저는 그게 당사자와 신뢰에 어긋나게 속이고 부당하게 녹음하고, 공개한 형태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및 ‘공동정부’ 구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반대했고, 윤석열 후보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완주를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모두 엄중한 사명감을 가지고 출마선언을 했다. 처음부터 단일화할 거면 왜 나왔겠느냐.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단일화를 얘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제가 아는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신 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그것을 가장 최우선순위로 둘 거라고 생각한다. 당선 가능성에 대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면 두 후보가 냉정하게 판단을 해볼 것이다. 국민여론을 생각해서라도 저는 두 후보가 단일화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일화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상대 후보를 이용하는 단일화가 아니라, 정권교체의 파트너로 인정해 윤석열 안철수 ‘공동정부’까지 가서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를 이뤄야 한다.”
―대통령제에서 ‘공동정부’ 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또 협상을 하기에 시간이 촉박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제는 내각제와 성질이나 형태가 다르긴 하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얼마 전 개헌을 언급했다. 윤석열 후보는 계속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저는 그런 내용을 두 후보가 약속을 해, 상대 후보의 생각이나 정책을 반영시키는 공동정부를 규정하고 있다. 개헌이 필요하면 개헌을 하고, 법률 재개정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입법을 통해 할 수 있다. 단일화는 후보 등록 전까지만 하면 된다. 두 후보 모두 정권교체에 대한 신념이 강하기 때문에, 설 이후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면 충분히 단일화할 수 있다고 본다.”
―기존 정치와 다른 새로운 정치, 정치 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거보다 대한민국 정치가 퇴보한 것 같다.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뉘어 소통이 없다.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이 같은 정치가 계속된다면 의미가 없다. 그러니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를 해야 한다. 두 가지를 얘기하고 있는데, 하나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해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켜 견제와 균형을 하자는 것이다. 이어 대화와 타협이 없는 적대적 양당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경쟁이 핵심이라, 두 개 회사에서 물건을 만드는 것보다 5~10개 회사에서 물건을 만들면 더 품질이 좋고 가격도 싸다. 정치도 2개 정당이 하는 정치보다 여러 정당이 경쟁하는 다당제를 해야 한다. 다당제는 현재 소선거구제로는 안 된다. 독일식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제가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꼼수로 의미가 퇴색됐다. 위 두 가지로 제대로 된 정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
―호남 유권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면.
“제가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것도, 윤 후보가 정권교체동행위원회를 만든 것도 다 같은 맥락이다. 정권교체는 60% 가까운 국민들이 절대적으로 원하는 이 시대의 시대정신 아니냐. 호남이 변해야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 호남은 항상 민주주의와 인권을 선도해 왔고, 앞으로도 대한민국 정치를 선도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다시 봐 달라. 윤 후보는 국민의힘을 과거와 단절하고, 쇄신해 변화를 이끌어갈 사람이다. 이에 호남이 이왕이면 소극적 지지가 아니라, 압도적 지지를 해주면 좋겠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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