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씨 일가, 골프연습장 131억 원에 매물로…피해자들 “불법 취득 재산 국가에 귀속돼야”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피와 땀, 박인근 원장 일가 개인 사업에 쓰여
형제복지원의 수익금 상당수는 복지원과 무관한 곳으로 새어나갔다. 원생들이 종일 일해 벌어들인 돈이지만, 원생들을 위해서는 털끝만큼도 쓰이지 않았다. 돈이 새는 곳은 따로 있었다. 당시 수사 검사였던 김용원 변호사가 작성한 ‘형제복지원 사건 수표 추적 결과’ 자료에 따르면 1985~1986년의 횡령액만 총 11억 4254만 원으로 현재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약 39억 6232만 8720원에 이른다. 회계 장부에 적힌 2년 동안의 단편적인 금액만 이 정도다.
국가 지원을 받아 운영한 법인의 돈은 복지원과 관계없는 박 원장 일가 개인의 일에 쌈짓돈처럼 야금야금 쓰였다. 박 원장 며느리의 산후조리비와 개인 채무 이자는 물론, 복지원에서 일하던 정신과 의사와 부산, 서울, 수원 등 전국 각지의 복지단체 원장에게 돈을 빌려주기도 했다. 오랜 시간 박 원장의 끔찍한 악행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횡령액 가운데 상당수는 바다 건너 호주로 갔다. 이 가운데 상당액은 박 원장의 처남이자 복지원의 이사였던 임 아무개 목사에게 넘어갔다. 임 목사는 1976년 12월부터 형제복지원 이사로 취임해 복지원 내 교회 목사로 군림했다. 예배당은 단순히 기도만 이뤄지는 곳이 아닌 탈출을 시도한 원생들을 모아 놓고 ‘교화’를 목적으로 한 인민재판이 이뤄진 장소였다. 박 원장이 탈출을 시도한 원생들에 매질을 하면 임 목사는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모든 걸 알면서도 침묵하고 동조했다. 때로는 ‘박 원장보다 임 목사가 더 악마 같았다’는 것이 살아남은 이들의 증언이다.
이 두 사람은 1976년 복지 시설 물품 1100만 원(현재 1억 320만 원)어치를 원생들에게 주지 않고 동대문 업자에게 팔아넘기다 횡령 혐의로 함께 구속된 바 있다. 임 목사 역시 형제복지원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으로서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다.
형제복지원에서 벌어진 일을 누구보다 똑똑히 지켜본 임 목사는 1986년 호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목회활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1987년 2월 복지원 이사직에서 사임한다. 베일에 감춰져 있던 복지원의 실태가 서서히 세상 밖으로 드러나던 시기 한국을 떠난 임 목사가 수사의 칼날을 피해갈 수 있었던 이유다.
임 목사가 호주 영주권을 받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에도 복지원의 돈은 매년 약 1000만 원(현재 약 3000만 원)씩 선교비 명목으로 빠져나갔다. 그러더니 2004년부터는 매달 1000호주달러가 임 목사의 교회를 비롯한 시드니의 여러 교회에 지급됐다. 그가 부산에서 여러 복지단체 원장들에게 빌려주었던 것처럼 기부금을 통해 호주에서의 인맥을 형성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박 원장의 호주를 향한 물적, 인적 투자는 남은 가족들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준 것으로 보인다. 1986년 임 목사가 먼저 호주로 넘어가 한인 교회를 운영하며 박 원장의 후원금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임 목사는 한인 교회들의 연합에서 총회장 등 중책을 역임하다 2013년 은퇴했는데 이후로도 여러 교회에서 축복기도를 맡았다는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박 원장 일가, 131억 원에 골프장 내놔…피해자들 “빨리 조치를”
횡령 등의 혐의만 인정돼 2년 6개월의 짧은 옥살이를 마치고 나온 박 원장은 1995년 6월, 호주의 비상장회사인 잡스타운(JOB’S TOWN PTY LTD)을 매입해 골프연습장을 포함한 스포츠센터를 운영한다. 땅을 사들인 뒤에는 형제복지원에서 일하던 직원을 호주로 데려가 10년 가까이 착취하기도 했다. 당시 피해자에 따르면 박 원장은 매달 호주로 건너가 직접 골프장 장부를 살피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폭행했다고 한다.
현재 이 골프장은 박 원장의 셋째 딸과 그의 사위가 운영 중이다. 문제는 형제복지원이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이들이 지속적으로 재산을 처분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랍권 국제 방송인 알자지라의 시사프로그램 ‘101 이스트’ 보도에 따르면 현재 박 원장 일가의 골프연습장은 1100만 달러(약 131억 8350만 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이런 시도는 2019년부터 벌써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골프장이 제삼자에게 매각되면 한국 정부가 뒤늦게 환수하려 해도 문제가 복잡해진다.
생존 피해자들은 이들이 불법으로 취득한 자산을 속히 환수해 피해자 손해배상에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피해자 강신우 씨는 일요신문에 “박 원장의 자산이 호주에도 있고 이걸 팔려고 한다”며 “그런데 이 사실이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마땅한 조치도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국내 언론과 정부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임 목사는 피해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전혀 없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다큐멘터리 제작진에 따르면 임 목사는 제작진과의 통화에서 ‘피해자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무엇을 사과하라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반성은 없는 모습이었다. 제작진이 직접 교회를 찾아가 해명을 요구하자 손을 한 번 휙 내저은 임 목사는 “No comment(노코멘트, 할 말 없다)”라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박 원장의 셋째 사위는 제작진과의 통화에서 “법정에서만 대답할 의무가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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