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재국 씨가 경기도 연천 자신의 허브농장 인근에 70억 원대의 땅을 추가로 매입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강 건너에서 촬영한 허브빌리지 전경.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이를 놓고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전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허브 농원을 건설해 출판사와 독자를 잇는 소통의 현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현재 전 씨는 도서출판업체인 (주)시공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이처럼 2005년에 땅을 사들였던 전 씨는 이듬해부터 그 주변 토지를 조금씩 늘려간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전 씨는 2006년 1월 부인인 정도경 씨가 소유하고 있던 22×번지 4581㎡(1385평)를 증여받았다. 2007년 7월엔 22×번지 2929㎡(886평)를 샀다. 2008년 2월 전 씨는 서 아무개 씨가 가지고 있던 23×번지(2992㎡·905평)도 구입했다. 이곳은 7억 5000만 원가량의 압류가 설정돼 있었는데 전 씨가 사들인 이후 해제됐다. 그 다음 사들인 땅은 21×번지(935㎡·282평)와 21×-2번지(914㎡·276평)였다. 둘 다 2008년 9월 전 씨 소유로 바뀌었다.
가장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2009년 10월엔 23×번지 912㎡(275평), 바로 옆에 있는 23×번지 952㎡(287평)를 매입했다. 전 씨와 부인 정도경 씨는 이 땅들을 공동담보로 2009년부터 2011년 1월까지 거액의 근저당권 계약도 맺었다. 전 씨 부부가 총 네 차례 설정한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총합은 57억 6000만 원이다. 근저당권자는 모두 농협중앙회다.
전 씨가 구입한 땅은 허브빌리지가 들어서 있거나 그 인근이다. 현지 부동산 시세를 잘 알고 있는 한 중개업자는 “2~3년 전보다 1.5배 정도 올랐다. 특히 허브빌리지 근처라면 전국적으로도 유명세를 타는 곳이라 상권이 발달해 더욱 비쌀 것”이라고 말했다. 전 씨가 땅을 구입하던 당시엔 차이는 있지만 ㎡당 30만~50만 원선에 거래됐는데 지금은 45만~65만 원 수준이라고 한다. 전 씨가 땅을 팔 경우 불과 몇 년 사이에 최대 20억 원 이상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2005년 전 씨 일가가 연천 일대에 부동산을 샀을 때 불거졌던 투기 의혹이 재점화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사실 전 씨가 토지를 구입한 것 자체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허브빌리지 운영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 씨로서는 이러한 내용이 입방아에 오르는 것 자체를 불쾌하게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사정기관 관계자들의 설명은 다소 다르다. 거액의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는 전 전 대통령의 장남이 새로운 재산을 취득할 때에는 당연히 그 진상을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전 전 대통령 돈 중 일부가 전 씨 사업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인지라 추징금을 징수해야 할 검찰의 입장은 더욱 단호해 보인다.
한 검찰 관계자는 “추징금 미납자들의 경우 사돈에 팔촌까지 재산을 파악해 놓고 있다”면서 “하물며 1000억 원이 넘는 큰돈을 내지 않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오죽하겠느냐. 전재국 씨가 무슨 돈으로 땅을 샀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치권 역시 여야 가릴 것 없이 검찰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기자로부터 전 씨 재산 관련 내용을 접한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아버지는 29만 원밖에 없다며 버티고 있는데 아들인 전 씨가 재산을 불리는 것을 그 누가 곱게 바라보겠느냐. 법도 국민감정을 감안해 집행돼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재산 형성 과정을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율사 출신 한나라당 의원도 “검찰이 보다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징금을 받아야 한다. 소량 액수의 벌금은 조금만 늦어도 독촉장을 보내는데, 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선 그렇게 하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시공사, 출판업계 불황 불구 지난해 500억 원 매출 올려
전재국 씨는 연천 일대 토지와 건물 이외에도 수백억 대에 달하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전 씨는 시공사 건물이 들어서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1628-1번지, 시공사가 최대주주인 뫼비우스가 위치한 1628-3번지, 1628-10번지 등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가치만 하더라도 100억 원에 육박한다. 또한 전 씨는 지난 2002년 6월 종로구 평창동 458-4번지에 있는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의 전시장도 매입했는데 현 시세가 20억 원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이처럼 ‘부동산 재벌’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전 씨가 경영하고 있는 시공사 역시 출판업계서는 ‘알짜배기’ 회사로 통하는 곳이다. 전 씨는 시공사 지분 50.53%(30만 3189주)를 보유, 최대주주에 올라 있을 뿐 아니라 직접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지분 가치를 정확히 매길 수는 없지만 주식 한 주당 액면가 5000원으로 계산한다면 대략 15억 원어치다. 시공사는 출판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92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고, 1억 340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또한 전 씨는 도서판매업체 리브로 지분도 39.73%를 가지고 있다. 리브로는 2010년 매출액 412억, 당기순익 1억 8000만 원을 거뒀다. 이밖에 전 씨가 운영하고 있는 허브빌리지도 정확한 통계는 나오고 있진 않지만 상당히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