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글 “코인 시세, 나스닥 움직임과 연동 가능성”…김동주 대표 “올 한 해, 적어도 상반기는 좋지 않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 최악의 단어인 크립토 윈터가 거론되는 배경에는 결국 끝없이 빠지는 가격이 있다. 국내 시장 기준 비트코인은 2021년 12월 1일부터 쉬지 않고 빠졌다. 2021년 12월 1일 약 7100만 원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큰 반등 없이 2022년 1월 25일 4400만 원까지 주저앉았다. 이더리움은 2021년 12월 1일 약 570만 원에서 2022년 1월 25일 약 290만 원까지 빠졌다.
상황은 알트코인(비트코인을 뺀 나머지 코인)들이 더 심각했다. 2021년 12월 1일 기준 리플은 약 1240원, 폴카닷 약 4만 6000원, 솔라나 약 28만 원, 샌드박스 약 8800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2022년 1월 25일 리플 720원, 폴카닷 약 2만 2000원, 솔라나 약 11만 3000원, 샌드박스 약 3600원에 거래됐다. 반토막 이상 난 알트코인이 속출한 것이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자산 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약 2개월 만에 무려 1635조 원이 증발됐다고 알려졌다. 금액으로 대입해봤을 때 국내 증시 절반가량이 날아간 셈이다. 충격적인 폭락에 투자자들은 아예 가상자산 시장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하고 있다. 이번 가상자산 사태를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투자 관련 유튜브 ‘김단테’ 채널을 운영 중인 김동주 이루다투자일임 대표는 최근 가상자산 시장 급락 원인은 주식시장 영향이 크다고 봤다. 김 대표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다. 이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압박을 받고 있고, 최근에 긴축적인 스탠스로 변경했다”면서 “두 번째는 성장에 대한 우려다. 현재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성장은 기대치보다는 부진한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 유동성이 빠져나가고 있다. 특히 위험자산들에서 주로 유동성이 빠져나가고 있는데 나스닥과 코인이 대표적이다”라고 분석했다.
가상자산 정보제공업체 쟁글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쟁글은 보고서를 통해 “연준이 양적 긴축을 포함한 매파적인 정책을 예고함에 따라 위험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특히 2021년 하반기부터 비트코인과 미 증시와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면서 비트코인을 위험자산으로 보는 경향이 생기고 있고, 기관투자자들의 참여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에 미 증시, 특히 나스닥 움직임과 연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가상자산 시장 하락세는 언제까지 갈까. 스윙 방식(하루에서 일주일 정도 보유하는 방식)으로 가상자산을 트레이딩해 2021년 큰 수익을 본 투자자 A 씨는 “1년 동안 급격하게 오른 만큼 조정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 2020년 12월 비트코인 가격은 2000만 원이었다”면서 “최근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바닥을 다지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부정적으로는 한국시장 기준 비트코인 가격을 약 3500만 원까지 보고 있다. 거기까지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기준으로 보면서 반등 조짐이 보이면 다시 매수할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김동주 대표는 “올 한 해, 적어도 상반기는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2018년 ‘크립토 윈터’처럼 오래 지속되리라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 배경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동주 대표도 “수많은 벤처캐피털에서 투자가 지속되고 있고 우수 개발자 등 좋은 인력들이 들어와 있다. 이미 2021년 NFT(대체불가토큰)와 DeFi(탈중앙화금융)에서 유의미한 크립토 기반 서비스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면서 변화는 계속될 것으로 봤다.
쟁글 리서치에 따르면 “가상자산 산업은 지금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NFT가 있다. NFT는 예술작품, PFP(프로필사진), 멤버십, 음악, 게임 아이템, 실물 연계형 토큰, 개인정보 관리 및 신원 증명 용도의 ID 등으로 활용처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초기 NFT 시장은 단순 게임 아이템이나 밈(2차 창작물)으로만 활용됐으나 점차 발전하면서 목적과 용도에 맞게 여러 기능들이 탑재되고 실제 활용 사례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극초기 시장인 만큼 그 종류가 다양하지 않지만, 향후에는 더 많은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이제야말로 코인 시장이 아예 끝날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말하자면 오래 전부터 얘기 나온 ‘코인은 튤립 사기’라는 말의 결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김동주 대표는 “디지털 세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세상에는 현실 세계처럼 경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코인이기 때문에 디지털 세상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는 한 이것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다만 가상자산 시장 규제가 전세계적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확실히 알 수 없는 만큼 낙관론만을 유지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3월 트래블룰(자금이동추적규칙) 도입을 앞두고 NH농협은행이 고객확인인증(KYC)을 지원하지 않는 개인지갑을 막아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면서 빗썸이 이를 수용했다. 은행 요구에 탈중앙화라는 가장 중요한 이념이 흔들린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특히 미국의 규제가 아직도 어떤 방향을 향할지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고 있다. 단기적으로 큰 영향은 각국 정부 규제에서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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