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 측은 “김건희 씨는 이정필 씨가 골드만삭스 출신 주식 전문가이니 믿고 맡기면 된다는 말을 믿고 2010년 1월 14일 신한증권 주식계좌를 일임했다”며 “네 달 정도 맡기니 도이치모터스 외 10여 개 주식을 매매했는데, 4000만 원가량 손실을 봤다. 그래서 2010년 5월 20일 남아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 모두를 김건희 씨 명의의 별도 계좌로 옮김으로써 이정필 씨와 관계를 끊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개된 계좌 거래내역을 보면 2010년 1월 14일부터 2월 2일까지 도이치모터스 주식 57만 5000여 주(14억 7000여 만 원)를 집중적으로 매입한 내용이 담겼다. 5월 20일엔 김건희 씨 명의의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 계좌와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해 거래가 5번 나뉘어 진행됐다.
윤 후보 측은 주식 거래내역을 공개하면서 개인정보 및 도이치모터스 외에 다른 정보들은 삭제했다. 그럼에도 거래의 종류를 확인할 수 있는 ‘매도’ ‘매수’ ‘이체출금’ 등 거래구분은 삭제하지 않고 모두 남겨뒀다. 하지만 5월 20일 진행된 동부증권과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는 유일하게 ‘거래구분’ 대목을 삭제했다. 윤 후보 측 설명대로 ‘신한증권에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 전체를 동부증권으로 옮긴 것’이라면 거래구분에 ‘타사출고’라고 적혀있어야 한다. 윤 후보 측 답변과 반대로 ‘타사입고’라고 적혀있었고 이를 감추기 위해 ‘거래구분’을 삭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동부증권과 도이치모터스 주식 관련 거래가 5개로 나뉘어 기록된 점도 의혹을 부추겼다. 같은 날(5월 20일), 같은 주식종목(도이치모터스)을 같은 증권사(동부증권)와 거래했는데 5개로 나뉘어 기록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통상 거래내역은 단가나 매매일자로 구분돼 기록된다. 앞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한 날짜에 따라 동부증권으로 이체한 거래내역도 나뉘어 적힌다는 의미다.
하지만 공개된 김건희 씨 거래내역을 보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한 날의 수는 7일이다. 윤 후보 측 설명대로 “5월 20일 도이치모터스 주식 모두를 동부증권으로 옮겼다”면 김 씨의 5월 20일 동부증권과 거래내역은 5개가 아닌, 7개가 기록돼 있어야 한다. 윤 후보 측 설명과 상충되는 대목이다.
거래내역에 따르면 A 씨는 신한증권에 B 주식 50만 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어 2010년 4월 B 주식을 각기 다른 날 두 차례에 걸쳐 20만 주와 30만 주를 추가 매수했다. 며칠 뒤 A 씨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B 주식 100만 주 전량을 C 증권사로 이체했다. A 씨 거래구분에는 ‘타사출고’라고 명시돼있다. 그런데 A 씨 신한증권 주식 거래내역에는 타사출고 기록이 매수 일자만큼 여러 건으로 나뉘어 표시되지 않고, 단 한 줄로 표시돼있었다.
윤 후보 측 설명이 맞다면, A 씨와 김건희 씨 모두 신한증권에서 며칠에 걸쳐 사 모은 주식을 한 날에 다른 증권사로 출고했다. 김 씨와 A 씨 이체 거래시점은 한 달 차이밖에 나지 않음에도 거래내역 기록에서는 다른 형태를 보이는 셈이다.
A 씨 경우를 통해 신한증권 계좌 거래내역의 경우 ‘타사출고’는 매수일자에 따라 나뉘어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한 줄로만 표시된다고 유추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김건희 씨 동부증권과 이체 거래는 ‘타사입고’일 가능성이 다시 높아진다. 만약 ‘타사입고’라면 윤 후보 측 거짓 해명 의혹으로도 번질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러한 내역 삭제 및 해명 과정을 윤석열 후보도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선대본 관계자는 1월 7일 일요신문에 ‘윤석열 후보가 김건희 씨 주식 거래내역 공개 과정에서 확인하고 지시를 내렸느냐’는 질문에 “윤석열 후보의 확정 없이 어떻게 나가느냐. 윤 후보가 개인정보 삭제 등을 다 지시했다. 후보 걸 누가 마음대로 하느냐”고 강조했다.
동부증권과 5월 20일 거래의 ‘입고’ ‘출고’ 의혹에 대해 윤석열 후보 선대본 담당자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다만, 주식 거래내역 추가공개나 기자의 원본 확인 요청에 대해선 “문제 제기된 대상 관련 내역은 모두 공개했다. 나머지 개인 거래내역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1월 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연루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씨에게 ‘비공개 소환’ 조사를 통보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김 씨 측은 대선 전까지 출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