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의 ‘도박 여행 금지’ 정책 타격 예상…코로나19 종식 반전 노리던 롯데관광 “예의주시하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1971년 설립된 여행서비스 업체로 1974년 해외여행 시장에 진출했다. 업계 1위 하나투어가 1993년 설립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여행 업계 진출이었다. 롯데관광개발은 사명에 ‘롯데’를 사용하고 있지만 롯데그룹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현재 롯데관광개발의 최대주주는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매부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이다. 롯데관광개발은 동화면세점, 동화투자개발, LT엔터테인먼트, 마이데일리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그간 롯데관광개발의 실적은 신통치 못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롯데관광개발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도 매출 884억 원, 영업손실 162억 원을 거뒀다. 같은 해 하나투어는 매출 7632억 원, 영업이익 59억 원, 모두투어는 매출 2972억 원, 영업이익 32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롯데관광개발은 업계 선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경쟁사들보다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지난해 1~3분기 15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돌파구가 필요했던 롯데관광개발의 회심의 카드는 2020년 12월 오픈한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다. 롯데관광개발에 따르면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는 38층, 169m 높이로 이전까지 제주에서 가장 높았던 롯데시티호텔(89m)보다도 두 배가량 높다. 연면적은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1.8배인 30만 3737㎡(약 9만 1880평)로 제주도 최대 규모다. 리조트 내 관광호텔은 5성급인 그랜드 하얏트 제주로 운영된다. 롯데관광개발은 2020년 9월 본사를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전하면서까지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에 힘을 쏟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오픈을 계기로 카지노 사업도 본격화했다. 롯데관광개발은 2018년 8월 ‘파라다이스 제주롯데 카지노(현 LT카지노)’를 149억 원에 인수하면서 카지노 사업에 진출했다. LT카지노는 2021년 6월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에도 입점해 현재 운영 중에 있다.
증권가에서는 당시 롯데관광개발의 카지노 사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대차증권은 2019년 11월 보고서를 통해 “제주도는 중국인에게 비자가 필요 없는 지역이므로 중국인 VIP 고객 유치에 유리하다”며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는) 제주공항 및 제주시 소재 면세점에 인접하고 주변에 숙박시설이 풍부하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기 하나금융투자도 “카지노 매출에 대한 세금이 마카오는 39%지만 한국은 15%에 불과하다”며 “롯데관광개발도 정킷(단체 도박 여행)의 비 마카오 확대 전략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나금융투자는 롯데관광개발이 2021년 이후 카지노 사업으로만 매년 5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롯데관광개발의 2021년 1~3분기 카지노 매출은 112억 원에 불과했다. 사실 롯데관광개발은 2021년 1~3분기 그랜드 하얏트 호텔로만 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거뒀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과 카지노 시설이 모두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내부에 있으므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었다. 문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호텔 투숙객들이 대부분 내국인이었고, 현행법상 내국인은 강원랜드를 제외한 카지노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롯데관광개발 내부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코로나19 종식만을 기다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최근 도박 규제를 강화하는 새로운 변수가 발생해 롯데관광개발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2021년 3월 해외 도박 여행을 조직하면 최대 징역 10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했다. 당시에는 큰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앨빈 차우 선시티그룹 최고경영자(CEO)가 2021년 11월 도박 여행 조직 혐의로 체포되면서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카지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정책은 마카오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다. 마카오는 최근 카지노 영업 허가권의 유효기간을 20년에서 10년으로 단축하고, 기간 연장도 최대 5년에서 3년으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마카오 카지노에 대한 추가 규제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월 18일(현지시각) “중국 당국이 카지노 라이선스 재입찰 절차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면서도 “당국이 더욱 강력한 카지노 규제를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마카오의 규제로 인해 국내 카지노 업계가 반사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인이 도박 여행을 조직할 수 없게 된 것만으로도 국내 카지노 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보고 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카지노 업체의 반사 수혜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판단한다”며 “마카오뿐 아니라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중심의 아시아 정킷 시장은 오랜 역사를 뒤로한 채 쇠퇴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중국의 규제는 롯데관광개발에 특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롯데관광개발의 카지노는 제주도에만 있는데 제주공항 국제선 노선이 중국에 치중해 있기 때문이다. 제주공항에는 중국국제항공, 중국남방항공, 춘추항공, 오케이항공 등 적지 않은 중국 항공사가 취항한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 국적기 외에 제주공항에 취항하는 항공사는 홍콩 익스프레스, 대만 타이완항공,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X뿐이다. 일본-제주 노선은 티웨이항공이 운항하는 도쿄-제주, 오사카-제주뿐이다. 다만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진에어의 시안-제주 노선을 제외한 모든 국제선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이와 관련, 레저 업계 관계자는 “롯데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는 노선 부족으로 일본인 고객을 타깃하지 않았고, 크루즈라는 대안이 있기는 하지만 시간이 생명인 VIP 고객 관리에 적합하지 않다”며 “제주 제2공항이라는 외부 변수가 있지만 이 역시 확정된 것이 없으므로 당분간 롯데관광개발의 자금 소요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만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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