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고객들 계속 이용할 것으로 본 듯” 분석도…스타벅스 “7년 6개월간 인상 요인 내부적 흡수” 강조
스타벅스는 최근 급등한 원두 가격, 각종 원·부재료와 국제 물류비 상승 등 때문에 음료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판매 중인 53종의 음료 중 카페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를 포함한 46종의 음료 가격이 각각 100~400원씩 올랐다. 카페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카푸치노 등 음료 23종은 400원, 카라멜 마키아또, 스타벅스 돌체 라테, 더블 샷 등의 음료 15종은 300원, 프라푸치노 일부 등 7종의 음료는 200원, 돌체 블랙 밀크티 1종은 100원이 각각 인상됐다.
스타벅스가 음료 가격을 올린 요인 중 하나는 원두 가격 상승이다. 지난해 세계 커피생산 1위국인 브라질의 기후변화로 커피 생산량이 감소하고 국제 물류비 상승이 겹쳐 원두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달 미국 뉴욕ICE선물거래소에서 아라비카 원두 선물은 파운드(약 454g)당 2.5달러에 거래돼 10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보다 약 두 배 상승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커피값에서 원두값이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원두납품업체 그럼블 커피의 유영기 대표는 “카페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커피값에 포함되는 원두값의 비율은 얼마 되지 않는다. 원두값이 오른다고 해서 커피값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원두뿐 아니라 우유나 다른 수입 부자재 같은 것들이 오르고 있어 커피 값이 인상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수개월 치 원두를 미리 저렴하게 구매하는 헤지(hedge) 전략을 이용하기도 한다. 원두를 어느 정도 확보했기 때문에 커피 수급에도 문제가 없다. 이미 물량을 가지고 있어 원두값이 변동이 스타벅스 커피 판매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스타벅스 케빈 존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창고에 수개월 치 재고가 있어 커피 수급에 대한 위험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물류비·부재료 값 상승도 가격 인상의 이유라고 했다. 또 7년 6개월 만의 가격 인상이어서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물가상승률에 비춰보면 꽤 오랫동안 참아왔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비해 물가나 경제 규모가 큰 나라들의 스타벅스 음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에 비춰보면 타당한 이유인지 의문을 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tall) 사이즈의 현재 인상된 가격은 4500원으로 미국(2.25달러, 한화 약 2690원)에 비해 약 1.7배 비싸다. 영국(1.95파운드, 약 3158원), 호주(4호주달러, 약 3440원), 일본(385엔, 약 4042원)과 비교해서도 비싸다.
스타벅스코리아의 매출도 매년 오름 추세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넘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2021년 3분기까지 이미 1조 7273억 원의 누적 매출을 거뒀다. 각종 비용을 상쇄하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코리아는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일각에서는 가격 인상 요인으로 스타벅스에서 커피값을 올려도 소비자들이 계속 이용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스타벅스 고객층은 가격에 대한 저항선이나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며 “반면 저가 커피의 경우 가성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를 주로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스타벅스의 커피뿐 아니라 문화나 브랜드 가치 등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스타벅스를 자주 이용하는 한 20대 소비자는 “가격이 올라서 부담이 되지만 그래도 계속 스타벅스에 갈 것 같다”며 “굿즈 모으는 재미도 있고, 어느 곳에나 매장이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서너 번 스타벅스를 이용한다는 한 소비자는 “할인과 적립 시스템이 잘돼 있고, 서비스도 친절하며 공간이 넓어서 답답하지도 않다”며 “가격이 올라 아쉽긴 하지만 그만큼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7년 6개월 동안 가격 인상 요인이 매해 있었음에도 현재까지 내부적으로 흡수했다”고 강조했다. 앞선 이유들 때문에 더는 기존 가격을 고수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하지만 스타벅스코리아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요인들이 커피 가격을 10% 가까이 인상할 정도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또 스타벅스코리아의 가격 인상을 기다렸다는 듯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업체들과 인스턴트 커피업체들도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에 비하면 스타벅스는 상당한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제적으로 모두 어려운 시기인 지금, 인상의 적정한 시기인지 묻고 싶긴 하다”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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