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개월간의 공백을 깨고 ‘PGA챔피언십’에 도전하는 타이거 우즈가 재기를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끝없는 추락은 2009년 말 갑자기 터진 섹스 스캔들로부터 시작됐다. 14명의 여성들과 혼외정사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하루아침에 ‘밤의 황제’라는 불명예스런 꼬리표를 달게 됐던 그는 급기야 지난해 8월 이혼까지 하고 말았다. 스캔들 후 우즈의 성적표는 내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2009년 11월 호주 마스터스 우승을 마지막으로 1년 9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우승컵을 들어 올린 적이 없었다. 메이저대회 우승은 2008년 US오픈이 마지막이다. 심지어 지난해 5월 퀘일할로 챔피언십에서는 컷오프까지 당하고 말았다.
올해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고질적인 왼쪽 무릎과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그는 급기야 지난 5월 플레이어스챔피언십 경기 도중 기권하고 말았다.
이런 까닭에 올해 들어 현재까지 우즈의 대회 상금은 총 57만 1363달러(약 6억 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상금 역시 130만 달러(약 13억 원)에 머물렀다. 이는 2007년 1090만 달러(약 115억 원), 2008년 580만 달러(약 61억 원), 2009년 1050만 달러(약 112억 원) 등 우즈의 한창 때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액수다. 우즈를 궁핍하게 만든 것은 비단 대회 성적뿐만 아니었다. 스캔들이 터진 후 광고주들 사이에서도 우즈의 인기는 곤두박질쳤다. 한때 스포츠 선수 가운데 가장 잘나가는 광고모델이었던 그는 스폰서 계약으로 10억 달러(약 1조 원) 넘게 벌어들인 최초의 스포츠 선수이기도 했다. 가장 몸값이 높았을 때에는 한 해에 9000만 달러(약 950억 원)를 벌어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스캔들과 함께 모두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섹스광이라는 우즈의 이미지를 부담스러했던 질레트, 액센츄어, 태그호이어, 게토레이 등 굵직한 스폰서들이 하나둘 등을 돌린 것이다. 현재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대형 스폰서들은 나이키와 EA 단 두 곳뿐이다. 하지만 나이키의 경우 무분별한 행동에 대한 일종의 페널티로, 2년 동안 50% 삭감한 액수만 지불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나이키 후원금이 2000만 달러(약 212억 원)였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 1000만 달러(약 100억 원) 정도만 받고 있는 셈이다.
이에 경제전문지 <포춘>은 올 한 해 우즈의 광고 수입은 2000만 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우즈가 최근 일본 ‘고와’사의 소염진통제 광고모델로 나서게 된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라고 추측했다. 말하자면 멀리 일본까지 건너가서 광고 촬영을 할 정도로 우즈의 생활이 궁핍해졌다는 것이다. 추측컨대 이번 계약은 300만~400만 달러(약 31억~42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 투자에 실패한 것도 우즈를 궁핍하게 만드는 데 크게 일조했다. 골프장, 레스토랑, 호텔, 빌라 등의 복합 타운인 ‘타이거 우즈 골프 컴플렉스’ 건설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지만 현재 이 공사는 두바이 부동산 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중단된 상태다.
막대한 금액의 주택담보대출 역시 현재 우즈의 주머니 사정으로선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알려진 바로 우즈는 지난해 8월 5450만 달러(약 570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2016년 1월까지 전액 상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5년 6개월 동안 매년 1000만 달러(약 100억 원)씩 갚아나가야 한다. 또한 여기에 부동산세로 연간 43만 1042달러(약 4억 5000만 원)씩을 더 납부해야 한다.
이밖에도 최근 플로리다주 주피터섬에 새로 구입한 저택을 개조하는 데에만 600만 달러(약 63억 원)를 지출했으며, 지난해 이혼하면서 지불한 1억 달러(약 1000억 원)의 위자료 역시 우즈의 기둥이 흔들리게 된 커다란 이유였다.
이런 까닭에 현재 우즈의 빚이 1억 6000만 달러(약 1700억 원)에 달한다는 소문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우즈의 에이전트인 마크 스타인버그는 “우즈의 재정상태는 매우 안정적이다. 떠도는 소문이나 부정확한 수치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또한 그는 “우즈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고 뛰어난 운동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고 덧붙였다.
설령 빚더미에 앉았다고 하더라도 우즈라면 금세 청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들도 많다. 늘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골프에만 집중하면 문제 될 것 없다는 것이다.
아널드 파머 역시 “우즈는 반드시 부활에 성공할 것”이라며 힘을 북돋웠다. 우즈 본인도 아직 기회는 많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통산 18회 우승 기록 경신을 목 놓아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 “니클라우스는 46세 때 기록을 세우지 않았나. 난 35세다. 65세가 아니다. 아직 몇 년은 더 남아있다.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는 다르다”고 말하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과연 우즈는 남은 5회 우승의 초석을 이번 PGA챔피언십에서 세울 수 있을까.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