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대 강사휴게실 PC 증거 인정·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원심 확정…김학의 파기환송심은 무죄
#검찰 수사 ‘정당’ 힘 실어준 대법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입시비리·사모펀드 관련 의혹 등으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된 상태였다. 하지만 1월 27일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분위기는 엇갈렸다. 동양대 강사휴게실 PC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 전 교수 측은 “강사휴게실 PC를 동양대 조교가 임의제출했고, 포렌식 등 과정에 정 전 교수가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PC에서는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한 동양대 총장 직인 그림 파일과 상장 양식, 대학원 입학용으로 보이는 자기소개서 등이 나와 조 전 장관 부부의 입시비리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이기도 했다. 거꾸로 해당 PC를 검찰이 확보한 과정을 위법하다고 보고 증거에서 제외한다면, 정 전 교수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정 전 교수 재판 1·2심에서 모두 증거로 인정됐지만, 최근 조국 전 장관 부부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재판장 마성영)는 동양대 강사휴게실 PC에서 나온 증거를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정 전 교수가 압수수색 과정에 참여권을 보장받지 못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와는 달리 해당 PC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대법원 2부는 “PC 임의제출 당시 상태를 볼 때, 정 전 교수의 동양대 PC에 대한 현실적 지배·관리 상태와 관리처분권이 이 사건 압수수색 당시까지 유지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정 전 교수가 아니라, 동양대 조교를 PC의 보관자로 인정했다. 이를 토대로 징역 4년의 원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핵심 증거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준 셈이라, 현재 진행 중인 조국 전 장관 재판 1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같은 증거에 대해 ‘검찰의 압수수색 및 증거 확보가 적절했다’고 판단했다면, 지금 진행 중인 1심 판단도 2심에서는 달라질 수 있다”며 “다른 사건이라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 재판부도 대법원의 판단 이유를 살펴보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블랙리스트 사건, 3년여 만에 대법 선고
비슷한 시기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블랙리스트 사건 역시 유죄 판단이 나왔던 원심(징역 2년)이 그대로 확정됐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 2018년 말,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의 폭로로 시작돼 3년여 만에 대법원 선고가 나왔다.
김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박근혜 정권 시절 임명된 산하기관 인사들에게 일괄 사표를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로 기소됐다. 2심 재판부는 김 전 장관에 징역 2년, 신미숙 전 비서관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월 27일 대법원 3부는 “원심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오해, 판단누락, 이유 모순 등의 잘못이 없다”며 상고기각을 결정했다.
#대선 전 판단에 여러 추론 난무
같은 날,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2013년 법무부 차관에 임명됐다가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전격 사퇴한 지 약 9년 만에 사건이 마무리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박연욱·김규동·이희준)는 1월 2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 씨와 최 아무개 씨 등으로부터 수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윤 씨로부터 성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도 포함됐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공소시효 등을 이유로 뇌물수수 등 혐의는 모두 무죄 또는 면소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1심과 달리, 최 씨로부터 4300만 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받은 점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 6개월 및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021년 6월 대법원은 최 씨가 제공한 뇌물 혐의에 대해 최 씨의 진술을 문제 삼고,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준 사실을 인정하지 않던 최 씨가 2심 증인신문을 앞두고 입장을 바꾼 점 등을 고려할 때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그리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들의 잇따른 결과를 놓고, 법조계는 “대선 전 법원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한 판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정경심 전 교수 사건의 경우, 대선 전 이뤄지는 판단인 탓에 여러 추론이 난무했다.
수도권의 한 고등부장판사는 “1월 27일 선고가 이뤄진 사건들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거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불거진 핵심 인사들의 의혹들이 수사로 이어진 것 아니냐”며 “대선이 코앞이라고 해도 법리적으로 판단이 끝났기 때문에 선고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만일 정경심 전 교수 사건이나 환경부 사건이 무죄가 나왔다면 검찰총장 등으로 사건을 지휘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비판이 제기되고, 동시에 법원은 ‘정권 눈치를 보고 봐주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을 수 있다”며 “법원도 논란의 여지가 가장 적은 판단을 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대선 직전임에도 선고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법정에서 부딪힌 한동훈과 유시민
같은 날,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명예훼손 혐의 사건에는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유 전 이사장은 2019년 12월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등에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가 2019년 11월 말 또는 12월 초 본인과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불법 추적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유 전 이사장이 언급한 시기에 한 검사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고 있었는데, 한 검사장은 “2년 반 전 조국(전 법무부 장관) 수사가 시작됐을 때 유 씨가 갑자기 제가 자기 계좌를 추적했다는 황당한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며 “죄를 지었다면 처벌을 받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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