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는 10여 명의 후보자가 거론되기도 했으나 실질적으로는 이용경 현 KT 사장, 최안용 전 KT 전무, 김홍구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사무총장 간의 3파전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3명 이외에 거론된 인물들은 이상훈 현 KT 전무, 남중수 한국통신프리텔(KTF) 사장, 임주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배순훈·남궁석 전 정통부 장관, 송영한 한국통신하이텔(KTH) 사장 등이다.
KT 내부에서는 이용경 KT 사장과 최안용 전 KT 전무의 대결을 빗대어 KS(경기고-서울대)인맥과 호남인맥 간의 대결로 부르기도 한다. 호남인맥은 이른바 DJ정부를 거치며 한국통신 내에서 성장한 인맥이다. 지금의 정통부는 정부 내 핵심부처이지만 과거 체신부는 정부 내 호남인맥 배려 케이스였다는 것이 내부자의 이야기다.
한국통신에 대해 해외매각 결정이 난 이후로는 그에 상응하는 인물을 세우기 위해 KS인맥이 새롭게 부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용경 사장 전임이었던 이상철 전 사장은 경기고-서울대 전기공학과 출신이다. 91년 한국통신 통신망연구소장으로 입사한 이 전 사장은 96년부터 2000년까지 KTF의 대표이사를 지낸 뒤 2001년부터 2002년 7월까지 한국통신의 사장직을 수행했고 그후 2003년까지 정통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용경 사장 또한 경기고-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이다. 그는 미국 엑손사, 에이티앤티(AT&T), 벨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91년 한국통신 책임연구원으로 입사했다. 2000년 이상철 사장의 뒤를 이어 KTF의 사장을 지낸 뒤 역시 KT의 민영화 1기 CEO로 선출되었다.
한편 현 KTF의 남중수 사장 또한 경기고-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이상철 전 사장, 이용경 사장의 뒤를 잇는 정통 KS인맥으로 꼽힌다. 이처럼 KS인맥이 KTF 사장-KT 사장을 거치는 것을 두고 내부에서는 ‘KS 마피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정통부 장관까지 정해진 수순에 포함시킬 정도다. 이 때문에 남 사장을 KT 사장으로 일찍부터 점찍어 놓지 않았겠느냐는 후문이 들리기도 한다.
▲ (왼쪽부터) 이용경, 남중수, 김홍구, 최안용 | ||
최안용 전 KT 전무는 이번 사장후보 공모에서 일착으로 지원서를 내는 등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는 최근
일각에선 정부쪽에서 최 전 전무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이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2년 대선 직후 당시 이상철 정통부 장관은 KTF 사장 선임을 두고 ‘인수위에서 전화가 왔다’는 사실을 공개해, 발언 배경에 대해 구구한 억측을 낳기도 했다.
당연히 이는 청와대와 엘리트 관료 출신 또는 기득권자와의 갈등으로 비치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KT 사장 선임에 정부가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직접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KS 출신들 간에만 이뤄지던 ‘바통터치’ 흐름이 깨질 수 있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 누군가를 밀어준다면 제 3의 인물을 전격적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소문도 돈다. 또 13일 사장 지원서가 마감된 후에도 사장추천위원회에서 지원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도 후보를 정할 수 있기에 누가 될지는 오리무중이다.
KT 사장 선임의 또다른 변수는 삼성이다. KT가 국내 정보통신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다 통신분야에서 삼성의 가장 큰 고객 중의 하나다. KT는 이상철 사장 시절부터 KT-삼성-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적인 제휴에 공을 들여왔다.
또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진대제 정통부 장관이 현직에 머무르고 있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처남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주미대사로 근무하는 등 과거 어느 때보다 삼성과 집권층의 스킨십이 높은 시기다. 이는 안티-삼성정책을 추진할 인물이 KT 사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KT의 새 사장을 뽑는 절차는 13일 사장 공모가 끝나면 곧바로 사장추천위원회가 구성되고 19일까지 사장 후보들을 결정한다. 이후 최종 결정은 8월19일 임시주총에서 하게 되는데 그 전까지 사장 내정자를 정해야 한다. 그런데 5명이 위촉되는 사장추천위원회에 연임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이용경 사장도 자동적으로 들어가게 돼 있어 논란을 빚고 있기도 하다.
KT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용경 사장이 민영화 1기를 원만하게 이끌었다는 점을 평가받아 유임될 수도 있지만 최근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공정위한테 최대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인터넷 종량제 실시 등으로 여론의 잇따른 역풍을 맞아 외부 인사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한다. KT라는 통신 공룡의 새 수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