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5일 근무제·적정 임금제도 추진 및 상시·지속 업무 정규직 고용 원칙 등 내놔
이 후보는 먼저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을 단계적 적용해 나가겠다고 했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의 일부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할 수 없고, 연차 미사용 수당도 없다. 연장근로, 휴일근로, 야간근로를 해도 가산수당을 받지 못한다. 중대 재해 처벌 조항도 예외다. 소규모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던 셈이다. 그러다 보니 노동계는 “근로기준법 제외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법 개정을 촉구해왔다.
단기계약직의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 고용 불안정성에 비례하는 추가 보상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경기도에서 시행 중인 ‘비정규직 공정수당’을 중앙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에 확대하고 민간부문에도 공정수당 도입을 권고한 후 도입한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후보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노동안전보건청을 설립해 산재 사고 사망률을 OECD 평균 이하로 낮추겠다”고 했다. 산재 예방 예산도 1조 원에서 2조 원으로 두 배 늘리고 산업안전 보건주치의 제도도 운영하겠다고 했다.
노동자들의 노조 활동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노동권익지원센터 설치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한국형 노동회의소를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또한 그동안 금지됐던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참여도 허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교원과 공무원도 근무 외 시간 동안 직무와 무관한 최소한의 정치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고 단계적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도 밝혔다. 이 후보는 노동시간이 주 최대 52시간으로 줄었지만 OECD 평균보다 훨씬 더 많이 일하고 있다며 “일터에 오래 머무른다고 생산성이 높은 게 아니다”라고 했다.
끝으로 일자리 시스템을 정비하고 부처별로 분산된 일자리 센터를 효율적으로 재편해 원하는 일자리나 구직자를 찾지 못 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한 “국민내일배움카드 한 장이면 전 국민 누구나 평생 직업능력개발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대상과 기간,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은 해묵은 과제다. 이재명 후보는 “을 간의 전쟁이 되지 않도록 보완 대책을 세심하게 마련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적용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결국 초과근무수당, 연차휴가 등 비용이 관건인데 21대 국회에는 이미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는 상태다.
2020년 9월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상시 사용 노동자 수에 따라 적용 범위를 구분하는 근로기준법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노동자를 차별할 수 없다는 취지다. 같은 해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도 부당해고 제한, 해고 서면 통지 등과 같은 일부 조항을 적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1년 반 동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는 이 내용을 단 한 차례밖에 논의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노동계는 “상임위 다수당이자 소위 위원장까지 맡은 민주당은 그동안 뭘 하고 있었나"라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편 이날 노동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는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인 안호영 의원과 이수진 의원이 참석했다. 2020년에 발의된 법안이 왜 진전이 없는지 묻자 이수진 의원은 “우리는 하고 싶은데 국민의힘의 반대가 심하고, 재원이 들어가는 법안이라 노동부에서 계획을 만들어 올려야 하는데 아직 올라오지 않아 미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은 지난해 12월 소상공인 단체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를 논의하기 전에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지원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 일이 있다.
국민의힘의 반대는 사실이지만 그동안 적극적으로 대책을 모색하지 않고 국민의힘, 고용노동부에 책임을 돌리며 시간만 보낸 민주당에 대한 노동계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대선 공약으로 내놨지만 “단계적이라 해놓고 미루고 미루다 안 할 수도 있다. 180석을 줘도 못하는 게 민주당 아닌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1월 28일 “이수진 의원 안은 5인 미만 사업장은 그대로 두고 일부만 적용하는 안이고 윤준병 의원 안 역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이 아니었다”며 “2020년에 발의된 법안이 지금까지 소위에서 1번밖에 논의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것은 맞지만 민주당의 법안처리 의지도 부족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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